율법을 지키는 사람은 악인의 꾀에 빠지지 않고 오만한 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다. 법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며 살았다.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을 택했다.
일을 저지르고 나서 후회를 하기 시작했지만 늘 버릇처럼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면 가족들이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만 저지르고 그 뒷감당은 가족들이 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에 따라 열매를 맺고 잎사귀가 마르지 않는 것도 몰랐다. 노름꾼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한참 일할 나이에 살인자가 되었다. 눈부신 태양과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몰랐다. 작부를 원망했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강가를 따라 하류로 내려오는 동안에 많은 것을 생각했다. 고향은 그래도 자기를 맞이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가득 찼다. 고향과 어머니의 품이 그리웠다.
고향은 아무조건 없이 누구든지 반겨 주는 영원한 안식처다. 성공한자와 실패한자, 잘 한자와 못 한자를 모두 용해하고 칭찬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한다. 광호는 그런 고향을 그리워하며 잊지 못하고 있었다.
고향은 모두에게 고향일 뿐이다. 어린 시절의 꿈이 있고, 행복과 고난의 세월이 있는 곳이다. 어머니를 한번 보고 싶었다. 아버지의 산소에 가서 큰소리로 울어 보고도 싶었다. 선생님의 가족에게도 사과를 하고 싶었다. 이제 죄에 대한 잘못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양을 더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믿으라고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노름판을 전전하느라고 아무 일도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렇지만 고향을 가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글프고 안타까웠다.
공동묘지에도 꼭 가보고 싶었다. 철쭉꽃과 부엉이가 없는 곳으로도 가보고 싶었다. 하늘을 나는 물새와 뱃고동소리와 포구의 아침도 보고 싶었다. 작부의 웃음과 돈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다시 알았다. 숫돌을 캐던 가파른 고개와 공동묘지가 불어 있는 것이 늘 문제라는 것도 알았다.
희망을 주는 일과 실망을 주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선한 자에게는 절대자가 함께 하고 악한 자는 멀리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자기는 악한 자일뿐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저며 왔다. 그렇게 어머니가 올바르게 인도하려고 했지만 노름판에서만 살았다.
성경책을 화장실 똥통에 쑤셔 넣었다. 나에게 절대자는 없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무당에게 비는 것 이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 때마다 눈물을 흐리며 기도로 침묵했다. 불쌍한 아들을 용서해 달라고 했다. 어머니의 눈에서는 소낙비 눈물이 흘러 나왔다. 도망자가 되어서야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진실임을 알았다.
작부가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 귀에 거슬렸다. 자수를 하라는 말과 형사들이 쫓고 있는 상태에서 아무 곳에도 갈 곳이 없음을 말했다. 광호는 자수하라는 말을 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조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스컴에 보도가 나간 이후에는 어디를 가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생을 작부 때문에 망쳤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지가 오래 되었다. 성호가 작부에게 맡겨 놓은 돈이 얼마인지 그것을 작부에게 주는 것까지도 허용하기 싫었다.
찾으러 가지 않으면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어렵게 만들어 준 돈을 작부가 갖게 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형사들이 자기를 찾기 위하여 혈안인데 고향의 술집에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강가를 건너질러 큰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름길로 여주 읍내까지 갔다. 어떻게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관광객 차림으로 변장을 하고 복잡한 버스를 골라서 탔다. 얼굴에는 굵은 테의 안경을 썼다.
등산모를 눌러 써서 누가 보아도 등산을 갔다 오는 평범한 사람 같아 보이게 위장했다.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검문소 앞을 지나갈 무렵에 버스를 세웠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광호는 시야에 들어오는 산 쪽을 향해 등산을 하러 가는 사람처럼 걷기 시작했다. 검문소를 멀리 끼고 돌았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지 않는지를 확인하며 걸었다. 그러나 어제와는 다르게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다소의 안심을 하면서 한참을 걸었다. 검문소를 지나쳤을 만한 곳에서 자동차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나가는 차들에게 신호를 하며 태워달라는 손짓을 했다. 어렵게 한 늙은 부부가 탄 승용차를 얻어 탈수가 있었다. 광호는 고맙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부부는 자주 엉뚱한 말을 걸어서 당혹하게 하였으나 서울로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광호는 서울에 도착하여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천호동에 있는 조그만 여인숙으로 오라고 했다. 성호는 이내 도착하여 형의 손을 잡고 울었다. 그렇게도 씩씩하던 어린 시절의 형은 거기에 없었다. 성호는 연신 마른기침을 해대며 형의 지나온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형을 보았다. 성호에게 돈을 빌려가고 사라진 후에 처음으로 대면한 것이 되었다. 형은 예전의 모습은 없고, 추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도망자의 얼굴은 무엇인지 초조해 보이고 매우 지쳐 보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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