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2
스크롤 이동 상태바
도망자-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륵사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으로 혼자 돌아다니기에 좋다. 관광객이나 낚시꾼으로 위장하거나 등산객으로 위장하기에 좋다. 산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나 철새를 보려고 오는 사람으로 변장해도 되는 곳이다.

여러 형태로 변장이 가능한데다가 먼 친척집이 있어서 모든 것이 안성맞춤 같았다. 신문에 사건 보도가 나서 처신하는데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주위에 은신하기 좋은 곳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곳 어디인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벌써 저녁 노을이 먼 산에 땅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강물은 낙조 때문에 붉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 아직 남아 있는 반쪽의 태양은 오렌지색 뚜껑처럼 보이며 주위를 황홀하게 만들었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지만 마음을 아프게 했다.

태양은 아직 살아있다는 흔적을 지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듯 빛을 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강가에서 멀리 보이는 산, 그리고 계곡과 검은 숲이 회색과 오렌지색으로 혼합되어 보이며 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황홀한 색을 내고 있어서 얕은 계곡과 높은 산봉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서로 다른 능선이 어머니의 가슴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며 이제 모든 것을 잠재우려는 듯 태양은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희미하게 살아 있는 회색 빛은 아래쪽부터 야금야금 산들을 파먹고 있었으며 아주 선명한 검정 색을 점점 넓히며 어두움을 더 짖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삼키려는 태양의 모습이 사그러 들며 더욱 더 부드러워 보이며 환상적인 모습을 만들어 냈다. 암청색과 금빛 광선들이 강물에 비추어져 작은 파고를 만들고 서서히 흐르는 강물의 모습은 신비스러운 모습을 만들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성호는 아름다움에 취하기보다는 형을 찾기에 바빠서 허겁지겁 형을 찾아 신륵사 주변을 배회하며 강가를 따라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다. 혹시나 형을 만나 볼까하여 어두워지는 낙조 속에서 낚시터 주변을 찾아 다녔다.

신륵사를 끼고 흐르는 강은 여러 곳에 지류가 있어서 강 따라 여기저기에 낚시꾼들이 늘 있지만 쌀쌀한 가을이고 저녁이어서 낚시꾼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성호는 더 이상 찾기를 포기하고 지친 몸으로 먼 친척이 사는 집으로 가 보았다.

김씨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했다. 형이 며칠동안 있다가 소식 없이 어디로 사라졌다고 했다. 김씨도 텔레비전에 나온 보도를 보았다고 했다. 형이 사고를 친 것이 탄로가 나자, 몰래 다른 곳으로 간 것 같았다. 성호는 한발 앞서 도망 다니는 형을 찾아다니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것 같았다.

김 형사는 형이 숨어 다니는데 아주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는 말을 했다. 이해가 되었다. 걱정스럽게 말하는 김씨에게 다른 소리를 하기 싫은 성호는 대충 집안 이야기를 했다. 성호는 형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저녁이지만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다. 하루 저녁 묵어 가라는 김씨의 권유를 물리치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 왔다.

하루 종일 여관에 숨어 있던 광호는 어두워지자 밖으로 나왔다. 상규 조카를 만나고 싶어서다. 한 판 벌려 조금 벌은 돈을 상규에게 꾸어 주었다. 상규가 무슨 벤처사업을 한다고 하여 광호를 찾아 온 때가 다행히 돈이 조금 있었을 때였다.

광호는 돈이 떨어지자 혹시 상규에게 그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을까 해서다. 가로등도 없는 여관 골목을 빠져 나오다가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누군가가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 뭉치였다. 재수가 옴 부 텄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어떤 놈들이 이런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거여," 하고 소리를 지르며 발아래 있는 쓰레기 봉지를 화풀이 삼아 힘있게 발길로 걷어찼다. 쓰레기 봉지가 하늘 높이 나르더니 이내 땅에 떨어지며 내용물을 쏟아 냈다. 온갖 지저분한 물건들이 길 위에 확 퍼졌다.

먹다 맛이 없었는지 버린 닭다리, 썩은 과일, 어린애들의 일회용 기저귀, 골라 깡통, 빈 화장품 병, 여자들이 사용하는 패드, 멀쩡해 보이는 옷가지들, 떨어진 구두 짝 같은 지저분한 내용물들이 널브러져 보기 흉한 몰골을 했다.

"에이 재수 없게 이게 무슨 꼴이야," 하고 다시 한번 큰 소리를 지르며 빈 콜라 깡통을 힘있게 걷어찼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였다. 회색 빛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하여 자세히 살펴보려고 다가가자 몇 미터 앞에 웬 검은 물체가 드러누워 있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어떤 사람이 얼굴을 감싸 쥐고 주저 않아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