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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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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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이 온통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 장롱을 뒤지느라고, 옷가지를 모두 밖으로 헤집어 놓았다. 도둑이 들어온 모양이다. 광자는 대문이 있지만 문을 걸지 않고 살았다.

도둑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대문을 걸고 사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하고 살았다. 그런데 대낮에 도둑이 들었다. 별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집을 비우고 다녀도 도둑이 들지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광자가 틈틈이 모은 돈과 금붙이가 없어졌다. 결혼 반지와 그 동안 아들들이 선물한 패물이 모두 없어졌다. 광자는 기가 막혀 문단속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넋이 나간 채로 앉아 있었다.

아무 것도 하기가 싫었다. 하필 좋은 날이라고 아들들과 며느리가 생일 상을 차리러 내려오는데 도둑을 맞은 것이 몹시 기분이 나빴다. 마음이 어수선해서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데 서울에 사는 동생 성호한테서 전화가 왔다.

한번도 누나의 생일을 잊지 않고 챙기는 동생이다. 오늘 내려오겠다고 했다. 광자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심란해서 그냥 알았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상규가 먼저 들이 닥쳤다.

마당에 죽어 있는 복실이를 본 상규는 왜 개가 죽었는지를 물었다. 읍내에 나간 사이에 도둑이 들었다고 했다. 쥐약을 어떤 놈이 먹이여서 죽인 것 같다고 했다.

상규는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 죽은 개를 가마니로 둘둘 말고 새끼로 동여맸다. 지게에 지고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고 내려 왔다.

작년에 왔을 때 길길이 뛰면 알아보던 개가 죽은 것을 보고 가족들은 심란해 했다. 상규가 개를 묻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성호가 왔다. 썰렁한 집안 분위기를 느끼고 물었다.

도둑이 들은 것을 이야기했다. 며느리들이 음식상을 차리는 동안 광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프다는 핑계로 누워 있었다. 성호는 도둑질을 해간 사람이 형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대낮에 개를 죽이고 패물 몇 가지를 훔쳐갈 정도로 동네 민심이 안 좋은 곳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집안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는 것도 그런 생각을 하게 했다.

광자는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동네 소문만 안 냈으면 잔칫상을 안 차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상을 차렸다. 막내가 아침이 되자 동네 사람들을 불렀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축하를 하고 음식을 들었다.

광자는 귀찮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보아서 즐거워하는 척하였지만 별로 흥겨워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불안했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았다. 상규와 성호는 음식을 권하고 덕담을 나누며 축하하러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잔치가 끝이 나서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고 식구들만 남았다. 오랜만에 모여 않은 식구들은 이야기 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상규는 무엇이 불편하지 밖으로 나가서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막내는 왜 그런지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돈을 꾸어 달라는 전화가 왔었다. 어머니가 모르게 돈을 좀 꾸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꾸어 달라는 돈의 액수가 너무 많고 가진 것이 없는데, 있는 대로 전부 꾸어 달라고 했었다. 뭔지 다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막내는 낌새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형수에게 술상을 차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형이 무엇인지 불안한 듯 해 보여서 더욱 이상하게 생각했다. 막내는 상규에게 말을 걸었다.

"형 뭐 힘든 일이 있어?"
"힘든 일이 있긴..."
"그런데 왜 그렇게 줄담배를 피우고 있어,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 식구들이 다 모여 있으니까, 방에 들어가 술이나 한잔 더 해,"
"그래 그렇게 하자,"
대답은 그렇게 하면서 상규는 무엇인지 불안하게 보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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