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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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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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가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누나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누나는 웃기만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서울로 올라가 보아야 하겠다고 했다.

누나는 못 가보는 것을 미안해하며 다리가 낫는 데로 가 보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무슨 일없었어, 아버지는 어떠셔,"
"그냥 그러셔요, 많이 다쳤어요?"
"아니 야, 큰 일은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다행이네요."
아내의 물음에 걱정할 것 같아서 별일 없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누나가 많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가 놀라워하실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다른 일은 없고, 강릉에서 아는 사람이라고 전화가 왔었다고 했다.
"강릉?, 누굴까,"
"글쎄요. 누구라고 알려 주지 않고 끊었어요."
"형 친구인가? 그래, 알았어, 아는 사람이겠지."
강릉이라는 말에 단박에 도깨비형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형의 친구 중에 도깨비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형처럼 건달 생활을 하였지만 이제는 마음을 잡고 노름을 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서울로 가려던 생각을 바꾸고 강릉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서둘러 누나와 작별을 하고 읍내로 나왔다. 비가 온 뒤여서 매우 쌀쌀했다.

누나는 모처럼 찾아온 동생에게 무엇이든 대접해서 보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누나의 아픈 다리를 생각해서 고통을 주지 않으려고 그냥 밖으로 서둘러서 나왔다. 천천히 큰길까지 걸어 나왔다. 도로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이 무척 길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후에 읍내로 오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읍내에 도착하자마자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해장국 집 주인은 성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밤새워 마신 술로 인하여 전신이 아프고 피로했다. 그렇지만 억지로 해장국을 몇 수저 뜨고는 이내 버스 정류소로 갔다. 그리고 강릉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강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였다. 언제나 바닷가가 보이고 나르는 갈매기와 고깃배들이 늘 새롭게 보였다. 늘 와 보고 싶은 곳이지만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없어서인지 덤덤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많이 와 봤지만 늘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가본 일이 있는 도깨비의 집을 찾아 나섰다. 도깨비가 살던 동네도 많이 변해 있었다. 그래서 찾기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집을 찾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일자형 집에 붉은 기와를 얻은 집이다. 그리고 해변가를 끼고 있는 어구에 위치해 있어서 해풍이 세게 불고 비릿한 바닷물 냄새가 늘 나고 축축한 물안개가 얼굴을 축축하게 만드는 것은 예전이나 다름없어 정감이 든다.

도깨비는 집에 있었다. 허름한 옷을 편하게 입고 있는 도깨비는 나이에 비해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았다.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형과는 아주 다르게 생각되어 옛날 생각이 났다.

성호를 반갑게 맞이한 도깨비는 무슨 일인가 하여 경계하려는 눈치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며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성호는 다짜고짜 물었다.
"형이 병원에 전화했어?"
"전화?"
"강릉이라고 전화를 한 사람이 형이 아닌가 해서,"
"전화 안 했는데, 아버지는 어떠셔?"
"그냥 그래, 우리형이 어디 있는지 몰라?"
"모르겠어, 안 만 난지 오래 되었어,"
도깨비는 형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성호는 도깨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같아 계속 캐물었다. 그 이유로 아버지가 아픈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계속 이상하다는 투로 되묻자, 어렵게 형한테서 전화가 왔었다는 말을 했다.

성호는 때를 놓치지 않고 계속 형이 있는 곳을 알려 달라고 졸랐다. 도깨비는 노름꾼들이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전주 쪽에 있다는 말을 전화로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도깨비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술이라도 한 잔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제 저녁에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아파서 그런 말을 못하고 있었다. 도깨비는 그런 성호의 생각을 눈치를 챘는지 조용히 자기 집에서 나오더니 휘적거리며 앞장서서 걸었다.

성호는 무슨 속셈인지 모르고 할 수 없이 도깨비의 뒤를 따랐다. 도깨비는 해변가에 있는 횟집을 몇 군데 살피는 듯 하더니 불쑥 한 곳으로 들어서며 성호를 보고 웃으며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술을 한잔하자는 것 같았다. 성호는 어제 일로 인하여 다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서 머뭇거리다가 할 수 없이 도깨비를 따라 횟집으로 들어갔다.
도깨비는 모처럼 찾아온 친구의 동생을 대접하려는 듯 술과 안줏거리를 몇 가지 주문했다. 그렇게 시작한 술을 성호는 마시지 않을 수 없어서 계속 여러 잔을 받아 마셨다. 며칠째 술을 마신 꼴이 되어 속이 쓰려 왔다.

그렇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참고 마셨다. 도깨비는 옛날부터 술을 많이 마셨다. 술기운이 돌자 성호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듯 하면서도 참고 있는 표정을 자주 보였다. 때를 놓쳐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성호는 다시 형을 찾아야 하는 이유와 아버지가 몹시 아프다는 말로 있는 곳을 알려 달라고 채근했다.

"우리 형 이야기를 아는 데로 이야기 해줘 봐,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내가 알면 왜 안 가리켜 주겠어, 정말 몰라,"
"모르긴? 늘 우리형과 함께 다녔잖아,"
"난 요즘에 노름판에 안가,"
형을 본지가 오래 되었다고 했다.

노름을 하지 않은 것도 오래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도깨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노름꾼이 노름을 안 한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호는 도깨비에게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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