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겁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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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겁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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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다른 이야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여배우 겁탈 사건을 알고 있느냐고 했다. 김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견해 차이는 늘 있게 마련이지만 사고를 친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규정과 법규를 존중하고 그 범주 안에서 사건을 다룰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했다. 당시 순경은 형을 처벌하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여배우를 겁탈하려고 하다니,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일을 할 수가 있는가?" 사춘기에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그 당시의 파일에는 읍내에 들어온 서커스단의 여배우를 겁탈했다고 적혀 있었다.

읍내에서 나팔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들뜬다. 나팔수가 나팔을 불고, 또 다른 광대는 북을 쳤다. 예쁜 옷을 입은 여자 배우가 화장을 곱게 하고 뒤를 따랐다. 둥근 모자를 쓴 변사가 가창을 섞어 홀리는 말을 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군다.

남자 배우가 멋있는 곰방대를 물고 뒤를 따르며 읍내를 여러 바퀴 돌았다. 성호는 너무 흥분되어 가슴이 뛰었다. 형은 광대로 분장한 배우가 하는 대사나 연기 흉내를 그대로 내기도 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다. 세월은 청산유수와 같이 흘러간 것이었다. 아 눈물 없이는 보지 못할 비극의 주인공,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오늘 저녁을 기대하시라," 어머니는 이 대사가 마음에 제일 든다고 하셨다.

비련의 여인들은 이 대사를 좋아한다. "어머니가 왜 아비를 죽였는지는 와서 봐라, 한번보고 다시 봐야 하는 눈물의 여 주인공을 당신은 어떻게 외면할 것인가?" 그 속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모르지만 변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북을 치고 앞장서 가는 뒤에서 광대 옷을 입은 어릿광대가 계속하여 이상한 행동과 재주를 부렸다. 아이들은 저녁이 되기를 기다려 노천 극장으로 몰려갔다. 공짜로 들어갈 궁리를 했다. 초저녁 밤하늘에는 밝은 달이 둥실 떠 있다.

얼기설기 친 천막 속의 막대와 천 조각들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기도 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광장 역시 거대한 산에 가려 달빛 그림자를 만드는 곳에는 검은 이랑을 만들어 보였고 또 다른 곳의 실 모래들은 달빛을 받아 아름다운 색을 내고 있었다.

노천 극장 입구 양편에는 긴 장대 나무 두 개가 서 있고 맨 꼭대기에는 램프를 달아 놓았다. 그래서 그 램프 빛과 달빛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빛을 보고 모여든 풀벌레와 작은 곤충들이 자기 몸을 불사르고 불에 타죽으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내려 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놀래며 비명 소리를 내고 재빠르게 그 자리를 도망가듯 피했다.

하지만 벌써 장막 안에서는 어설픈 연습 나팔 소리가 들리고 미리 들어간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밤하늘에 퍼진다. 천막 안의 사람들은 반원형을 그리며 모여 앉아 있다. 맨 앞줄에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집에서 가지고 온 천 조각이나 방석을 모래사장 위에 그대로 펴놓고 않아서 어서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그 뒷줄에는 그냥 서서 구경을 하려는 듯 서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축에도 끼지 못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안으로 어떻게든 들어오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공짜를 즐기던 시대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무엇이 볼 것이 있나 해서 사람들은 목을 길게 뽑고서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머리를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마침내 서커스가 시작된다. 간단한 경기를 먼저 보여 주고 단장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그의 익살스러운 인사는 사람들을 크게 웃게 한다.

그리고 나서 예쁜 여배우가 나와서 노래를 한 곡조 구성지게 부른다. 사람들은 좋아서 박수를 치면서 어서 다른 것을 보여주기를 기다린다. 이어서 건장한 청년이 나와서 벽돌을 깨는 묘기를 한다.

벽돌을 몇 장 쌓아 놓고 손바닥으로 내려 칠 때마다 두 조각 또는 여러 조각으로 깨졌다. 그리고 나서 벽돌짝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관객들은 그 청년의 힘에 대해 공포감 같은 것을 느끼면서 정말로 힘이 세 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그는 그 장면을 보면서 커서 벽돌을 더 많이 깰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어른이 되어 생각하면 매우 우스운 일이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지만 무엇이던지 좋아 보이는 것이 있으면 해보려고 하는 욕구가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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