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자신의 포부와는 달리,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족형태를 여전히 ‘사회문제’로 바라보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이혼률 증가,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의 원인을 가족 관계 및 가족구성원 간의 유대가 약화된 데에서 찾고,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가족 관계 및 가족구성원 간의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시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했던 여성과 이성애 핵가족 중심의 가족주의 하에서 결핍한 가족으로 여겨졌던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들은 전통적인 가족형태의 복원과 회귀를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가족 해체, 가족 위기로 진단하며 맹목적으로 ‘가족’,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여성을 존엄한 인격과 시민권을 갖는 개인이 아닌 가족구성원의 지위에만 가두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원에게는 ‘소외’의 낙인을 찍는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출범을 앞두고 “행복한 가족! 대한민국의 힘입니다”라는 슬로건 하에 실시하고 있는 ‘가족사랑 켐페인’은 모든 가족이 돌봄 기능을 스스로 잘 수행하는 ‘건강가족’이어야만 한다는 건강가정기본법(올해부터 시행)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한나라당이 최근 ‘신가족주의’라는 이름하에 강조하고 있는 이성애 핵가족 중심의 가족 건강성·안정성 강화를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서 매우 우려스러운 경향이 아닐 수 없다.
또 돌봄의 사회화와 가족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가족간호휴가제 도입, △전업주부 등 유휴인력을 활용한 가정봉사원 양성 및 지원, △근무형태의 유연화를 통한 가족생활시간 확보 등의 정책도 우려스럽다. 일과 가족의 양립을 지원한다는 정책이, 이미 지나치게 유연하고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는 대다수 여성노동자의 이중 노동을 강화하거나 여성의 지위를 가족내외의 돌봄노동 전담자로서 한정짓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돌봄노동 전담자’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여성노동의 저임금화, 비정규직화가 심화되어 왔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정부 부처의 명칭에 ‘가족’을 명시하면서까지 가족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한다면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은, 성별분업을 넘어 여성의 주체적 삶을 보장하고, 혈연 중심의 가족 규범이 아닌 자율적인 가족 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 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법제도는 이미 지나치게 가족, 그중에서도 이성애 혈연가족 중심으로 짜여 있으며, 그 중 복지제도는 남성 부양자모델에 기초하고 있어, 오늘날 여성의 빈곤과 소외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새로이 출범하는 여성가족부의 지향이 그러한 성별분업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여러 제도와 정책을 변화시키고 가족 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개개인이 동등한 사회보장 혜택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맞추어지지 않는다면, 여성가족부가 오히려 여성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심각하게 퇴보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05년 6월 23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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