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2시50분쯤 취재진을 태운 헬기가 28사단 헬기장에 도착했고 이어 부대 측은 보안상을 이유로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했다. 또 안전을 위해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했다. 대기 중인 군용 지프를 타고 1시간가량 달리니 GOP(일반전초)가 가로막았다.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통문을 통과해 다시 차로 10분쯤 달려 비무장지대 내 사고현장인 GP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안내된 곳은 GP 상단에 설치된 경계초소. 사건 당일 경계를 섰던 김동민(22) 일병이 '대참극’을 벌이고 태연히 다시 돌아간 초소였다.
이어 복도를 따라 내무반으로 향했다. 김 일병의 수류탄 투척과 무차별 총기난사로 8명의 사상자가 난 곳이다. 완전히 가시지 않은 화약냄새가 짖게 새어나오는 내무반으로 들어서자 당시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평 남짓한 내무반은 26명의 젊은 병사들이 동고동락하며 지낸 보금자리라고는 전혀 26명의 젊은 병사들이 동고동락하며 지낸 보금자리라고다. 마치 격렬한 총격 장면이 막 끝난 영화의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천장과 침상, 관물대마다 수류탄 파편과 총탄 자국이 어지럽게 박혀 있었고 창문이나 책꽂이 등 성한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바닥이나 벽 곳곳에 선명한 핏자국은 한밤 중 동료 전우에 의해 벌어진 참극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음을 보여주었다.
핏자국은 대부분 마른 상태였지만 일부에는 피가 많이 고여 두텁게 굳은 곳에서는 진한 비린내가 풍겼다.
침상과 관물대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어야 할 침구류나 옷가지, 개인장비 등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대신 내무반 입구쪽에서부터 바닥에 차유철(22) 이태련(22) 병장, 침상에 전영철(22) 이건욱(21) 김인창(22) 박의원(22) 병장 등 순으로 쓰러진 자리가 분필로 표시돼 있고 반듯하게 놓인 이름표만 남아 텅빈 내무반을 지키고 있었다.
내무반 맞은편에 자리한 체력단련장과 그 옆 취사장에도 같은 표시가 돼있었다. 전역을 10일 앞두고 김 일병의 총탄에 즉사한 김종명 대위와 확인사살까지 당한 조정웅 병장의 흔적이었다. 고개를 돌려 GP사령탑인 상황실쪽을 보니 문이 벌집 쑤신 듯했다. 1시간가량 현장을 둘러본 뒤 GP를 나섰다. 손을 뻗으면 당장이라도 닿을 듯한 거리에 북한군 전방초소가 눈에 들어왔다. 불과 코앞에서 적과 총부리를 맞댄 상황에서 우리 병사들 간에 빚어진 '대살상극'이 슬픔을 넘어 어이없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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