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며 하는 운동과 직업으로 하는 운동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운동도 직업이 되다보니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연습의 강도가 심했고, 누적된 피로와 과로로 인하여 몸 상태가 겉보기완 사뭇 달랐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몸에 좋으라고 하는 ‘운동’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노동’으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여자 프로 골퍼들이 세계에서 코리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스타급 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언제부터인가 골프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골프 채널의 단골 시청자인 나 역시 멋진 포즈로 티샷을 날리는 골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편이다.
수년간 골프를 배우고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골프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몇몇 여성 프로골퍼들과도 안면을 익히게 되었다.
‘얼짱’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미모의 여성 프로골퍼 S씨가 나를 찾아온 건 태국 동계 훈련을 앞 둔 두 달쯤 전이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히던 생리통과 생리불순이 바로 나를 찾아온 이유였다.
“생리가 어느 땐 두 달이나 세 달에 한번 있을 때도 있어요.”
그녀는 스무 세살이었고, 한창 나이에 운동으로 단련된 단단한 체격이 무척이나 다부지게 보였다.
“아니, 누구는 건강해지려고 골프를 하는데, 프로골퍼가 아프다고 하면 남들이 안 믿겠네요.” 내 질책(?)에 그녀도 어색한 미소를 보내왔다.
즐기며 하는 운동과 직업으로 하는 운동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운동도 직업이 되다보니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연습의 강도가 심했고, 누적된 피로와 과로로 인하여 몸 상태가 겉보기완 사뭇 달랐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몸에 좋으라고 하는 ‘운동’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노동’으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그전에 만났던 사격이나 태권도 등 다른 종목의 여성 선수들에게 가장 빈발하는 질환도 바로 이 생리불순과 생리통이었기 때문에 선수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충에 대한 앞선 이해가 S씨의 진료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녀에겐 무엇보다 생리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또 생리가 불규칙하다보니 훈련 중이나 경기가 있을 때면 언제 생리를 할 줄 몰라서 늘 몸 상태에 신경을 써야 했다.
푸른 잔디 위에 놓인 한 점 하얀 공에만 온통 신경을 집중해도 부족할 프로 선수가 갑자기 닥치는 생리통에다가 언제 갑자기 비칠지 모르는 생리에까지 신경을 써야 했으니, 그 말 못할 고충의 정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꿈은 프로골퍼로서 세계무대에 우뚝 서는 일이었다. 훈련을 떠나거나 시합이 있을 때면, 일시적으로 생리를 조절하는 약을 먹기도 하고 유독 생리통이 심했던 터라 진통제를 먹으며 시합에 참가하기도 했다.
“생리가 불규칙한 건 그럭저럭 견딜만해요. 문제는 생리통이에요. 생리가 시작되기 하루 전부터 운동은커녕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쩔쩔매기 때문에 저랑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이나 코치님께서도 다들 알아차릴 정도로 생리통이 심해요. 심할 때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배를 안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해요. 어떡하면 좋나요?”
“이번 동계 훈련 중에 언제 생리를 할지 몰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생리를 조절해주는 호르몬제나 진통제를 더 이상 먹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녀가 나를 찾게 된 것은 그녀의 코치 때문이었다. 예전에 출판한 내 책을 읽은 그가 내 책을 추천했고, 책을 읽고난 그녀가 스스로 나를 찾아 온 케이스였던 것이다.
“이제 어지간해서는 진통제도 잘 듣지 않아요.” 심지어 생리 첫날 진통제 4알을 한꺼번에 복용한 적도 있다는 그녀. 과연 그녀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녀는 평소 냉이 많은 편이었고 손발이 잘 붓고 하복부와 손발이 항상 찬 편이었다. 겉보기와는 달리 기가 약하여 맥이 잘 잡히지 않았고 복진을 위하여 배를 누를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녀의 경우도 짐작한 대로 자궁 내 어혈(瘀血)이 주원인이었다. 내원하기 전에 그녀는 산부인과에서 그런 진단을 받았고, 기구를 사용하여 자궁 속에 고여 있는 어혈을 뽑아낸 적이 있다고 했다.
“제겐 골프밖에 없어요. 이제는 훈련 중에 코치님이나 동료들 보기가 정말 민망할 정도예요.” 당시 그녀는 3개월간의 동계훈련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에게 자궁과 난소 기능을 회복시키면서 자궁의 어혈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을 처방하고 서둘러 치료를 시작했다. 그녀와 내가 합심하여 치료한 결과, 4주가 지나자 예정일에 생리가 시작되어 일단 생리불순이 개선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었고, 아울러 진통제 없이도 생리 기간을 지낼 수 있을 만큼 생리통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와는 달리 치료가 거듭될수록 그녀의 혈색이나 표정이 점차 환해져 갔다.
마침내 동계훈련을 떠나야하는 날이 이틀 뒤로 다가왔다. 훈련 중 마무리 치료를 위하여 그녀의 기내용 가방에 하나 가득 한약을 준비해 주었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초여름 날, 그녀와 친한 후배 골프 선수인 L씨가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역시 운동으로 단련된 멋진 몸매의 그녀는 ‘생리불순과 생리통’이라는 비슷한 증상과 고질적인 변비, 그리고 배란기와 생리 전만 되면 뺨과 턱밑으로 올라오는 굵은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S씨의 소식과 동계훈련 기간 중의 치료 경과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훈련 중 그 때만 되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의 ‘요란한 생리통’으로 유명했던 S씨가 생리를 하는지 안하는지 전혀 눈치 챌 수 없었고, 훈련 기간 내내 그녀의 밝아진 모습과 ‘감쪽같아진 생리통‘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 거리였다고 했다.
L씨 역시 약 8주를 치료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지고 돌아갔다. 한약 복용과 한방치료로 이루어진 8주 프로그램 동안 훈련준비로, 또는 대회 참가로 가끔 치료를 거른 적은 있었지만 한약만은 꼬박꼬박 챙겨 먹였다는 어머니의 전언을 듣고 그야말로 ‘따뜻하기 그지없는 어머니의 사랑’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기꺼이 자신을 던질 줄 아는 희생적인 어머니의 전형으로 여겨졌고, 바쁘다는 핑계로 내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제대로 낼 수 없었던 나는 스스로를 한 번 더 반성해야만 했다.
그녀의 경우는 생리 기간 전 자궁의 어혈(瘀血)이 복부순환을 가로막아 생리통과 변비가 생겼고, 또 어혈과 스트레스 등으로 막힌 기운이 피부의 순환 또한 가로막아 허열(虛熱)을 일으켜서 여드름이 생기는 기전으로 볼 수 있었다.
“원장님, 너무 신기해요. 생리 전이면 항상 올라오던 여드름이 이번 달에는 잠잠해졌어요.”
치료 후 2번째 생리를 순조롭게 시작했노라고 매력적으로 웃는 그녀에게 예전의 미모와 맑은 혈색을 되찾게 해 준 것도 또 다른 기쁨이 되었다.
자궁의 치료와 함께 치료보조요법으로 처방했던 한방에스테틱의 청혈해독(淸血解毒: 피를 맑게 하고 독소를 풀어줌)을 응용한 피부 관리가 그녀의 말끔해진 피부를 위한 일등공신이었다.
여성이라면 매달 겪게 되는 생리, 그러면 일생동안 평균 14세부터 49세까지 35년간 약 420회에 달하는 생리 기간을 어떻게 고통없이 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
생리란 매달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준비과정 중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았을 경우에 불필요한 자궁 내막과 혈액 등이 탈락되어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생리통은 자궁의 기혈 순환에 장애가 생겨서 어혈이 생기고 또 어혈로 인해서 자궁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등 여성의 성기능을 주관하는 경맥인 충임맥의 기능이 균형을 잃어서 발생하며, 나를 찾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많은 질환 중 하나가 생리통이다. 또한 심리적 원인으로도 생리통이 심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스트레스에 관련되는 장기인 간장의 기운이 울체되어 어혈이 생기고, 이 어혈로 인하여 생리통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생리 전이나 생리 기간 중 습기 찬 곳에 오래 있었을 때,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수영장에 오래 있는 등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자궁의 기가 순환이 안 되어 생리통이 생길 수도 있다.
생리통은 보통 생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발생하며 그 통증은 주로 경련성이나 진통과 비슷한 기전을 보이는데 생리혈이 배출되면서 점점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하복통, 요통, 부종 등 다양한 증상들은 생리 기간에 온 몸의 피와 수분이 골반 안 장기로 쏠리면서 혈액과 수분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심한 경우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욕부진, 구토, 두통, 편두통, 전신 불쾌감, 상열감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궁이 냉(冷: 차다.)하고 어혈이 많으면 그만큼 자궁의 혈액 순환이 나빠지기 때문에 생리통이 생기고, 불임, 자궁 근종, 난소 낭종 등 다른 여성 질환에 이환될 확률 또한 높아진다. 따라서 생리혈의 상태나 생리통의 유무, 생리 주기 여부를 여성병 진단에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생리통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히 단언컨대 ‘생리통은 병이다!’
매달 생리 때만 되면 주기적인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면 질병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구나 이 생리통을 오래 방치했을 경우 2차적으로 난소낭종이나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같은 무거운 병으로 이행되는 경우를 임상 사례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에 생리통은 예방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퇴치해야할 질환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우리 여성들의 공적인 ‘생리통’,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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