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잔 대접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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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 대접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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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무역회사의 장부장은 끼에 맞게 제대로 길을 찾았다면 아마도 설운도 보다는 더 유명한 가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간드러진 트롯형 목소리는 지금도 술집에서 현철오빠에 버금가는 인기 곡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술집에서는 화류계생활 몇년했다고 큰소리 뻥뻥치고 다니는데 이상하게 장부장과 어울리면 번번히 2등이다.

여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오후. 친구들과 어울려 역삼동 모처에서 대포를 한잔하던 우리 일행은 밤 10시가 넘어 갈 무렵 평소답지 않게 근처 노래방을 찾았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단란주점 등에 가서 똥폼잡고 놀았을텐데 이날은 웬일인지 모두가 점잖게 노래방으로 직행한 것. 캔맥주 서너개가 날라져 왔고(참고로 요즘 상당수 노래방에서는 일반맥주를 팔고 있음), 기계에는 70분(서비스 10분)을 알리는 불이 들어왔다.

돌아가면서 한곡씩 부르기를 20여분이 지날 무렵, 화장실을 간다며 나간 장부장이 10분 이상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도 돌아오질 않는 것이었다. 혹시 화장실에서 머리 조아리고 변신(화장실 귀신)에게 기도 드리는가 싶어 각층 화장실을 탐문수사 해봤지만 그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아마 술이 취하다보니 견디다 못해 집으로 갔겠지 하고 남은 시간 때우고 가려는 순간. 짠! 하며 문을 여는데 장부장 뒤로 여자 3명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3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여성들이지만 강남의 아지매답게 삐까번쩍하게 장식한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초짜 보다는 프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됐다. 우리는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가며 간드러진 트롯을 연달아 대여섯곡을 선물했다. 뭐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몰라도 잘한다며 박수를 치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심은하 같이 생긴 아지매에게 노래를 한곡하라니까 갑자기 “이런 곳 보다는 제대로된 술집에 가서 술한잔 대접할테니 같이 가자”(여자가 술사준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 있으면 나와 봐)는 것이었다.

속아도 본전이라고 합의를 본 우리는 마님들을 따라 논현동에 위치한 모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앉자마자 양주 두병과 푸짐한 안주가 들어왔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폭탄주나 돌리자고 제의했는데 아무도 싫다는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두병을 간단하게 폭탄주로 비웠다. 그리고 또 두병이 들어왔다. 취기가 어느정도 올랐는지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더니 광란의 밤으로 변해갔다.

마치 남자를 처음본 여자들처럼 안달을 하는 것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뭐에 홀린 것 같기도 한 시간이 한시간 반이나 흘렀을까. 셋이서 약속이나 한 듯 늦어서 집에 먼저 들어가봐야 한다며 “계산하고 갈테니 뒤에 오세요”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혹시나 했는데 진짜 계산을 하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장부장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며 자초지종을 물으니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세상 참 별일도 다 있다 했는데 그런 일을 내가 체험한 것이다. 별일은 이렇게 벌어졌다.(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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