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웃을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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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웃을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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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돌려다오/이못난 내 청춘을/ 흐르는 내인생의/ 애원이란다” 술한잔에 노래만 불렀다 하면 딱 한곡의 노래 현철의 ‘청춘을 돌려다오’밖에 모르는 이주당.

한때 모일간지에서 차장까지 지낸 이 주당이 지난해 원대한 꿈을 품고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말로는 “내가 큰돈 벌면 먹고 싶은 술 마음대로 사줄테니 염려 붙들어 매라”고 큰소리 친지도 꽤나됐다. 그런데 아직까지 소주한잔 제대로 산 사실이 없다.

한잔 거나하게 샀으면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약속위반을 저질렀으니 그의 실수담 하나를 재미 있게 나열해 보기로 한다. 부잣집 외아들로 태어나 불혹이 넘도록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이주당이 술한잔 제대로 퍼마시면 꼭 혼자서 노래를 중얼거리는데 현철의 ‘청춘을 돌려다오’다.

그것도 제대로만 하면 다행인데 ‘도레미’도 아닌 ‘도레’까지 밖에 음정이 나오지 않는 전형적인 음치다. 이 주당이 하루는 초상집에 친구 여럿이서 문상을 갔는데 상주들로부터 매맞을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충청도 시골이라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상가집을 찾아와 음식을 날라주거나 문상객 접대를 하는데 서울서 오신 손님 앉을 자리가 마땅치않다며 옥상위에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술이 날라져 왔고 주당들의 잔은 쉴새없이 입에서 탁자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주 7~8병을 순식간에 비운 주당들이 그냥 있을리 없겠다. 상가집이라 고스톱판이 벌어 졌다. 불과 1시간도 안돼 돈 8만원을 잃은 이 주당 술핑계를 대며 판을 빠져나와 술판에 또 달라 붙었다. 평소 이 주당은 상가집에서는 무조건 날새기, 고스톱 판에서는 10만원 이상 잃기 없기, 술은 마실수 있는데 까지 마시기’라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날은 좀 예외였다.

술을 좀 과하게 마신 탓인지 또 상주들이 잘 보이지 않는 옥상위에 올라와 있다보니 초상집이 아닌 일반 식당집으로 착각한 것인지 추태를 부린 것. 갑자기 젓가락을 들더니 동네가 떠나가라고 밥상을 두드리며 그 음치의 음정으로 청춘을 돌려다오를 불러댄 것이다. 고스톱 치던 주당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입을 막았는데 입에서 손만떼면 또다시 청춘을 돌려달라고 고래고래 돼지 멱따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야 임마 여기 술집이 아니고 초상집이야”라고 친구들이 옆에서 말리면 말릴수록 더크게 부르는게 아닌가. 급기야 상주 친구가 옥상위로 올라와 만류를 하는데 이 주당이 한수 더 놓기를 “야 우리 단란주점가서 한잔더하자”며 상주를 붙잡고 애원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옥상 밑에 있던 손님들이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는 인상을 하면서 옥상위를 기웃기웃하기도 했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한 친구가 “그래 단란주점 가자”며 이 주당을 끌다시피 옥상위에서 내려와 황급히 대문을 빠져나가는데 그 사이 한술더떠 “야 계산하고 가야지”하면서 지갑을 꺼낸 것이 아닌가. 진짜 이순간을 제대로 보았다면 귀신도 웃을 일이고 죽었던 사람도 배꼽아파 벌떡 일어날 일이었다. 그 이후 어떤 상가집에서도 이 주당의 얼굴을 본 친구가 없다. 이날의 실수 때문에 누구도 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이 주당은 그날의 이 실수를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아는바 없다”며 청문회식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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