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8일, 19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정국구상을 밝혔다. 이때 두 당의 의장은 싸우지 말고 민생·경제를 생각하는 상생 정치를 하고자고 서로에게 제안하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양당의 호응으로 모처럼 화해 무드가 싹트며 다시 상생정치의 가능성이 생겨나는 흐름이다. 그러나 두당은 국민을 핑계로 17대 국회가 시작되면서도 약속 하는등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정치권 밖의 국민들의 돌아선 민심을 돌리기엔 그리 쉽지 않을 성 싶다.
그간 여야 지도부의 행태는 “약속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는게 중평이다. 국민 앞에 새 정치를 다짐했다가 부도내는 ‘약속 불감증’이 만연해왔다는 것이 국민들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당장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한일협정 문제만 놓고서도 과거사기본법안의 진상규명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야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한일협정문제도 진상규명대상에 포함시켜서 법적인 지원을 받도록 하자는 입장이고.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사 기본법의 근본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과거사법의 경우 국내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한일협정은 외교적 문제인 만큼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과거사법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여전히 여야간에는 진상조사범위에 대해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한일협정 문제는 정치쟁점이 될 전망이다.
첫 시험대는 2월 임시국회다. 무엇보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개혁법안 처리문제가 최대 이슈다.
또 4월엔 여당 지도부 경선과 국회의원 재·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금배지 10개 안팎이 걸릴 재보선은 지뢰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선거전에 몰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에도 상생정치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칠 경우 신뢰성이 땅에 떨어질 여야 지도부로선 깊은 내상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마침 어제는 국회파행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참여연대 주최로 국회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당론은 갈등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당론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사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의사 목록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윤리특위 강화를,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국회의원 페널티제 도입을 주문했다.
그러나 제도개선 방안은 그간 수 없이 나왔다. 관건은 작은 것부터 말대로 하는 실천 자세다. 여야 공히 정쟁을 부추기는 ‘대변인제’의 폐지를 오래전부터 거론했으나 여태껏 붙들고 있다.
지금은 국회가 휴전을 하고 있어 여야가 주장하는 상생정치는 그럴듯 하게 설득력을 가지지만 2월 임시국회를 생각하면 이들의 약속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쟁을 중단하기로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지만 앞으로 다가 오는 2월 국회에서 서로의 당론 때문에 역시 정쟁이 벌어질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 그때는 또 다시 국민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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