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가정법원 산하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는 협의이혼, 재판이혼 모두에 원칙적으로 숙려기간을 도입하고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가 협의 이혼할 경우 상담을 받게 하며, 자녀 양육비 확보 방안을 우선 합의하도록 하고 이를 강제 집행하는 방안을 마련해 대법원과 청와대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혼으로 인해 파생되는 자녀 양육 책임을 부모 모두에게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고 이로 인해 한부모 가정의 빈곤문제가 심화되는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혼 전 강제 상담제도와 숙려기간의 일률적 도입은 개인의 선택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판단되어야 한다. 특히 가정폭력 등 더 이상 지체할 수도, 화해할 수도 없는 갈등으로 인해 이혼을 결정한 여성의 경우 자칫 피해기간만 연장되는 상황에 놓인다면 더욱 심각한 인권침해와 고통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혼을 선택한 부부가 자율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이혼으로 인해 파생되는 재산권, 양육권 등 다양한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갖도록 지원하는 상담서비스는 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이혼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며, 이혼 과정과 이혼 후 생활대책을 지원하는 체계가 부족하
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기대한 선택이 더 많은 불행을 가져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혼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이후 후에도 부부, 자녀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한부모(모부자) 가족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들의 빈곤화를 막고 양육을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것, 나아가 예비부부 프로그램이나 결혼연수별 부부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등 가부장제 사회에서 결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행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전 상담제도와 숙려기간이 단순히 이혼율 수치를 낮추기 위해 강제적으로 시행된다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는 단지 '너무 쉬운' 이혼 절차 때문이 아니다. 지금 우선적으로 필요한 대안은 이혼 절차의 개선이 아니라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혼인과 이혼이라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불행을 초래하는 현실의 개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4년 12월 30일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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