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과 고성이 오가는데 그 이유가 많아 보인다. 국가 보안법 폐지나 공정거래법, 언론개혁법, 기금관련법 등 쟁점들이 많아서 다투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좀더 어른들답게 말하고 처신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못난 내가 집에서 하찮은 일로 다투는 꼴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내 생일날에 부렸던 몽니 부리기가 생각났다.
얼마전의 일이다. 일상의 여느 날 아침과 다름없이 서재로 갔지만 내심 속으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나에게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아침이었다. 신데렐라에게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어 주었던 요정도 나타나지 않았고, 콩쥐의 밑 빠진 독을 막아 준 두꺼비도 밤새 다녀가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올해라고 별 수 있을 라고." 그런 말을 하면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서는 서운함의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우고 있었다.
아들을 깨우느라고 수선 떨던 아내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미역국을 끓이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까짓 미역국 안 먹어도 돼"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생일을 기억 못하고 있었던 아내에게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잠시 후에 아침 준비를 마친 아내가 내 서재로 들어오면서 아침을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부아가 치밀어 올라 있는 나는 아주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나있는 상태에서 나는 밥을 안 먹겠다는 말을 하면서 책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무슨 도망자처럼 황급히 집밖으로 나오려고 했다.
아내는 안절부절을 못하면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도 만류할 생각을 못하고 서 있었다. 그렇게 집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도서관에 도착하자,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보니 친구였다.
"생일 축하한다."
"생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우리 마누라도 그걸 잊고 있던데,"
"다 알 수 있지, 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홈페이지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올려놓은 생신 축하메시지가 올려져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축하 전화가 왔다. 나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침의 기분이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서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현관에는 내가 처음 본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밝은 미소로 맞이했다.
"그 구두 신어봐요. 잘 맞는지." 그제서야 나는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미역국을 끓였다고 심술을 부리고 나갔 것을 후회했다. 고정관념 탓이다. 하지만 엉거주춤하고 서 있는데 다시 아내가 나의 마음을 긁어 놓는다.
"생일상 안 차렸다고, 아침에 화내고 나갔지, 늙어 가지고 몽니 부리기는" 그 말에 다시 심술이 뒤틀리면서 다시 한번 큰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나기는.. 내가 그렇게 못난 사람이야?"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성급한 내 성미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죽어서나 고치겠지, 조금 참았다가 화를 내지," 나는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구두를 신어보고 환한 얼굴을 했다. 학발의 나이지만 언제 철이 들는지?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나의 생일날 내 가족에게 부렸던 몽니 부리기가 자꾸 생각난다. 제발, 이제 몽니 부리는 정치인들은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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