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과 우리의 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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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과 우리의 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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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비쳐보는 우리의 정체성 문제

^^^ⓒ CNN^^^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미군이 이라크내의 저항거점인 팔루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라크의 임시정부는 팔루자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고, 1만명의 미군과 함께 2만명의 이라크정부군이 팔루자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고 한다. 미군에 의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후 미군에 의해 세워진 정부가 승인한 자국민에 대한 전쟁행위이다.

이 공격의 명분이 바로 내년에 예정된 선거에 지장을 미치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 기사들을 보며 답답한 가슴으로 다른 기사들을 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거사 규명작업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이라크의 현재상황은 우리의 과거상황과 참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왜 이라크전이 벌어진지 오랜 시간이 지난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런 유사성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그동안 우리의 역사를 보는 내 시각이 많이 변했다고 해도, 아직도 나에겐 채 다 변하지 못한 '학습'된 역사관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열거를 해보면 '우리의 임시정부수립은 정당했던 것이고, 우리나라의 국부는 이승만이고, 미군정 치하에서 있었던 소요들은 모두 좌익에 의한 소행이고, 그 뒤의 경제개발과정은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루어진 최선의 선택이었다. 단지 그 과정에서 파생된 정치적 비민주화가 문제였을 뿐이다...' 라는 시각들을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라크를 보고 다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관점이 명확해진다. 이라크의 현 임시정부가 이라크 인을 대표한다기 보다는 미군의 영향력하에 있는 꼭두각시인 것이 명확한 것처럼, 미군정하의 한국관료뿐 아니라 미군정하에 집권한 이승만 정부도 내년에 집권하게 될 그 누군가처럼 미군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김구와 여운형등 민족적 지도자들이 피살되었던 것도 오늘날 미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라크의 자주를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것을 보면 결코 엄청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군정하에서 숱하게 일어났던 소요나 시위를 모두 좌익의 소행으로 모는 것도 지금 이라크에서 미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 카에다의 일파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스광스러운 것이다.

이라크가 마침내 국내의 모든 반대를 송두리째 쓸어버리고 미군이 바라는 대로 안정된 상태가 되었을때, 그래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안정적인 석유의 공급원이 되고 중동과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군사적 요충지가 되었을때, 이라크의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과연 그렇게 대단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일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일부가 과거사진상규명을 반대하는 논리들. 즉 경제성장에 저해가 되고 불필요한 국론의 분열을 가져온다는 논리들은 만약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우스광스러운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역사도 이라크에 못지 않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역사를 보는 관점이 주둔군의 관점에서 그리고 그에 동조한 집권자의 관점에서 벗어나고 있는한, 우리는 우리자신이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라크보다 나은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경제.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더욱 중요하다. 우리 내부의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경제성장률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국민화합. 역시 중요하다. 민족이 바로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뿌리를 가졌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아무일도 없습니다."를 되풀이하는 국민화합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라크 사태를 보는 내 마음은 오늘도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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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주 2004-12-01 10:06:22
김광진 선생님.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날카로운 안목과 애정이 깃든 집중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언젠가 뵙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욱 좋은 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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