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사는 20대 여성 제노비스(Kitty Genovese)는 1964. 3. 13일 야근을 마치고 귀가 길에, 정신이상자에게 35분 동안이나 칼부림을 당하다가 숨졌다. 이 광경을 무려 3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켜봤지만, 누구 하나 제지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다른 목격자가 신고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되어서, 행동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 한다.
방관자란 말의 정의도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방관자효과(bystander effect) 현상이 너무나 많다. 자기 말고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 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동질성의 부류에 속한다.
의정부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떤 장애자가 양발과 팔까지 성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말까지 못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안내문을 돌렸다. 내린 눈 때문에 전철 안은 진흙물로 질퍽거렸지만 장애자는 탑승자들의 무릎에 도움을 청하는 안내문을 논아주다가 엎어졌다. 전철 안의 맨바닥에 팍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엎어졌다.
조금은 한가해서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두가 그냥 보고만 있었다. 엎어진 장애자는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한동안 죽은 듯이 엎어져있었지만, 나 역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뉴욕지하철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떠올랐다.
한인 동포가 부랑자에게 떠밀려 철로 위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근처에 있던 사진기자는 구할 수 있었지만 49차례나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만 찍었다. 그 기사를 읽고 분노했던 나 자신도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누가 도와주세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안내서를 주서 모아들었다.
다행히 건장한 어떤 청년이 그를 일으켜 세웠지만 정신을 잃고 있었다. 한참 후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건네준 안내 메모지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장애자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다시 살펴 볼 수가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게 가슴이 울컥해졌다. 동시에 왜 빨리 돕지 못했는지에 대한 자책감이 들었다. 뉴욕지하철에서 있었던 기자의 행동에는 분노했었지만 나 역시 똑같은 행동을 했다. 지폐 한 장을 건네 준 것으로 의무를 다한 것처럼 다음 역에서 내렸다. 하지만 남의 티끌을 보면서 자기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행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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