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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전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눈꽃열차 ⓒ 사진/추전역^^^ | ||
서울로 이사 오면서 눈다운 눈을 본 기억이 없다. 눈발이 날리는가 싶으면 어느새 시커멓게 녹아내린 도로엔 까치발로 걷는 사람뿐이었다. 혹여나 튈세라 조심조심 우산까지 받쳐 들고 걸어가는 사람을 볼 때면 어린시절 무릎까지 푹푹 빠져 버릴 만큼 마당에 쌓인 눈이 그리워졌다.
얼음나라의 차가움이 이만할까. 작년 겨울 이웃친구의 주선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올라탄 환상선 눈꽃열차에서 삼십여년만에 눈을 보았다. 솜털 같은 눈이 나무에도 호수에도 기찻길에도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어 버릴 듯 퍼붓고 있었다. 눈발이 거세지도 바람에 휘날리지도 않으며 하늘하늘 땅위의 모든 사물들을 흰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강아지와 아이들의 눈 굴리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어찌 그리 똑 같은지 시계가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어느새 하얀 장갑을 끼고 손을 흔들고 있는 눈사람 아저씨와 세상에서 제일 큰 호빵 케익이 숯불을 켜고 동네 어귀를 지키고 있었다. 동글 납작하니 깍아서 숭 숭 박아 넣은 숯엔 빨간 천 조각을 씌웠는데 그 모습이 꼭 호빵케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good'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외치는 아들의 소리에 모두 놀란 나머지 ’어머 저것 좀 봐‘ 하며 일제히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 흔드는 눈사람과 호빵 케익의 절묘한 조화가 주는 풍경에 눈물나도록 웃었다. 또 산비탈에 지어진 집에선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들이 서거거걱 부딪히며 춤을 추고 있었다.
종착지인 추전역에서 탔던 눈썰매 또한 처음 타 보는 거라 아이들은 신이 나 있었다. 비료푸대를 엉덩이에 깔고 힘껏 발을 구르면 언덕아래로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게 된다. 요즘처럼 놀이터도 놀이기구도 없던 시절엔 이와같이 비료푸대나 짚단을 들고 가서 아르비안나이트의 나르는 융탄자처럼 그렇게 눈썰매를 타기도 하고 조금요령이 나면 엎드려서 내려오기도 했다. 짚단이 닳아 하늘거리도록 타다보면 엉덩이가 축축해져 오고 얼굴은 익은 홍시처럼 달아 올랐다.
그날도 그랬다. 서너 번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모두 노을빛 얼굴이 되었다. 무심코 내다보면 갈치떼가 튀어 오르는 것 마냥 은빛으로 반짝이던 바깥 풍경은 심장을 흔들어 놓곤 했었다. 소나무에 얹힌 눈꽃들이 서서히 붉은 빛을 띄며 밤의 무대로 옮겨 가고 하늘과 맞닿아 보였던 태백산 봉우리도 발갛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눈내린 겨울의 끝에 서서 다시한번 마음의 피로를 눈녹듯이 녹여보고 싶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불꺼진 기차안의 향연을 맛보며 환상선눈꽃열차가 주는 매력을 맘껏 즐기고 싶다. 이것이 서울로 이사온 후 처음 느껴보는 눈에 대한 아릿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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