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의 늪에 빠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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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의 늪에 빠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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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세계의 이자 지불 부담
- 세계 58개국 부채액 코로나 후 298조 달러(약 39경) GDP의 342%
- 2022년도 58개국 이자 부담액 13조 달러(약 1경 7100억 원)

금리가 안정됐던 2010년대가 끝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일에 쫓기게 됐다. 실제로 각 중앙은행이 이렇게 바쁜 것은 드물다.

영국 경제 전문 매체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25일자 기사에서 “2021년 1~3월기에 세계의 부자나라와 신흥 58개국 및 지역의 정책 금리는 평균 2.6%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2022년 10~12월기에는 7.1%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대상 58개국의 채무 잔액 합계는 코로나19 사태 전 255조 달러(약 33경 5,452조 5,000억 원)로 국내총생산(GDP) 합계 대비 320%였지만 이제는 298조 달러(약 39경 2,019조 원)로, GDP 대비 342%에 이른다.

* 2022년 대상 58개국 13조 달러(약 1경 7,095조 원) 이자부담

세계 채무 잔액이 늘어날수록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 차입과 금리인상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대상 58개국 기업 가계 정부의 이자지급 부담을 추산했다고 한다.

대상국의 GDP 합계는 세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2021년 대상국의 이자지급 부담은 10조4000억 달러(약 1경 3,670조 8,000억 원)로, GDP 대비 12%였다. 2022년에는 13조 달러로 GDP 대비 14.5%로 방대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코노미스트의 시산에 따르면, 몇 가지 전제조건을 근거로 하고 있다. 실제로는 금리가 상승해도 익일물(overnight) 등 변동금리 채무를 제외하고는 상환비용이 바로 늘어나지 않는다. 국채 상환 기간은 5년에서 10년 범위 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나 가계의 차입은 그보다 짧은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공적 채무에 대해서는 5년, 가계와 기업의 차입에 대해서는 2년 만에 금리 상승의 영향이 널리 퍼질 것으로 상정했다.

몇 년 후의 시산을 하기 위해 추가 전제조건도 설정했다. 실제 대출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지급 불능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채무를 압축한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소득에 대한 이자부담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채무가 축소되더라도 이자지급 부담 증가는 완전히 상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명목소득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에 근거해 늘어나는 한편 GDP 대비 채무 잔액 비율은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상정했다. 연간 재정적자 GDP 대비는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낮은 5%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국채시장에 포함된 대로 추이하면 이자 지급 부담은 2027년 GDP 대비 17% 안팎에 이른다. 시장이 향후의 금융 긴축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실제 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1%포인트 상승하면 이자 부담은 GDP 대비 20%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 이자 지급 부담은 무겁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부담은 과거 GDP 대비 20%를 넘어선 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7~2009년 호황을 누리던 1990년대 후반, 물가가 지난번 크게 뛰었던 1980년대다.

하지만 평균값이 이 정도 상승하면 업종이나 국가 간 존재하는 차이를 덮어버린다. 예를 들어 가나 정부의 경우 세입의 6배가 넘는 채무 잔액을 떠안고 국채 이율이 75%에 달할 것이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세출 삭감이 필요한 것은 거의 틀림없다.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명목 세수와 가계수입, 기업이익이 상승해 재정상 부담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세계 채무 잔액은 2021년 GDP 대비 355%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큰 폭의 금리 상승은 이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미국에서는 5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이율로 산출하는 실질금리가 2019년 평균 0.35%였던 데 비해 현재는 1.5%다.

*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가계 부담 증가

금리 부담이 무거운 곳은 어디인가. 이코노미스트는 대소득 부채비율(対所得負債比率 : 가처분소득 및 일반 세입, 매출총이익 대비 채무잔액 비율)과 최근 3년간 금리 상승폭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토대로 대상 58개국의 가계, 기업, 정부의 금리 상승 영향의 크기를 지수화했다.

가계에서는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웨덴 등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 나라 모두 가계는 가처분소득의 2배 가까운 부채를 안고 단기국채 수익률이 2019년 말부터 3% 이상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 상승에 대비할 시간이 없는 나라가 사실 많은 빚을 진 나라보다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주택담보대출은 장기 고정금리가 많다. 즉, 지수가 나타내는 것 이상으로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단기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대출 중 하나를 받는 가구가 많은 나라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3분의 2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따라 조기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에서는 데이터에 편차가 있다. 대소득 부채비율은 낮지만 이는 정식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정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경제계에서는 소비자 수요 급증이 기업의 이익을 끌어올렸다.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었던 39개국 중 영업총이익 대비 부채비율이 지난 1년 새 축소된 나라는 33개국에 달했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금리인상에 대한 내성이 놀라울 정도로 강해 보인다. 인도 신흥 재벌 아다니 그룹은 대량 공매도를 시도해 주가가 폭락했다. 그럼에도 인도는 금리 인상에 대한 내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소득 부채비율이 2.4배로 비교적 낮고 금리 상승폭도 작기 때문이다.

무거운 채무 부담을 안고 있는 마당에 금융 긴축이 겹치면 부실기업도 생길 것이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S&P글로벌에 따르면, 유럽 투기신용평가사들의 채무불이행율은 2022년 연초 1% 미만이었으나 같은 해 중에는 2%를 넘어섰다.

특히 프랑스 기업은 많은 부채를 떠안아 영업총이익 대비 부채가 9배 가까이로 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해외 시장에서 분리된 러시아에서는 단기채 수익률이 급상승했다. 통화 방어를 위해 급물살을 타온 헝가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큰 이자 지급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채무에 미치는 영향 가장 커

마지막이 됐지만 가장 영향이 큰 것은 정부 채무다. 미 운용 대기업 PGIM 픽스트 인컴의 달립 신씨는 주목해야 할 지표는 국채의 위험할증료(risk premium, 시장이 요구하는 미국 국채 이율에 대한 웃돈 금리)이라고 한다.

부자나라 국채는 대부분 이 지표로 봐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유로존 회원국 중에서는 국채 이율 상승폭이 특히 커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 긴축을 진행시키는 가운데 국채 매입을 정지, 3월에는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의 축소도 개시한다. 이것이 금융 핍박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신흥국은 자국 통화표시 차입을 늘리고 있지만, 대외채무에 시달리는 나라에는 지원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얼마 전 IMF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로 합의해 앞으로는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요구받는다. 아르헨티나의 금리인상에 대한 취약함은 대상국 가운데 높은 부류에 들어가, 2020년에는 대외채무가 채무불이행(default)에 빠져 있다.

이집트에서는 중기국채이율이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4~5% 상승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피하려고 부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과잉채무에 허덕이는 가나는 IMF의 지원을 얻기 위해 긴축재정과 금융긴축에 나서고 있다.

국가 지원이 언젠가 필요한 가계나 기업에 더해 일부 국가의 운명은 중국의 뜻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거액의 채무를 지고 있지만 금리가 안정돼 영향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세계에서 채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중요성은 높아질 뿐이다. 중국은 이제 빈곤국에 대한 최대 대출자이자 빈곤국에서 늘어나는 대외채무 상환비용의 3분의 2를 빨아들인다. 그것이 채무 구제의 대처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 정부는 이 계속 부풀어 오르는 채무풍선(debt balloon)도 쏘아 떨어뜨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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