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대책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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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대책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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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책, 부동산 규제 완화
- 효과는 즉각 나타나
- 공급 과잉이 재연될 위험성 상존

한국의 서해 쪽에 위치한 중국 산둥성의 작은 거리 하이양(海陽)의 해안가에는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다. 그 모습을 보면, 중국에서 판매액 1위인 부동산 개발자인 비구이위안( 碧桂園控股, COUNTRY GARDEN HOLDINGS COMPANY LIMITED)의 앞날이 많이 어려워 보인다고 영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이코노미스트’가 1월 28일자 기사가 적었다.

보도에 따르면, 해변에 접한 아파트들은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타워 몇 개는 건설 도중에 멈춰버렸다. 뾰족한 지붕이 특징인 독일식 상업시설은 점포나 레스토랑을 위한 세련된 공간이지만, 세입자는 거의 없다. 비구이위안은 2022년도 상반기 이익이 급감하면서, 주택 판매 부진이 뚜렷해졌다.

곤경에 처한 중국의 개발자는 비구이위안 뿐만이 아니다. 2022년 중국 전역에서 판매된 부동산은 바닥 면적 기준으로 24% 감소,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래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부동산 투자액도 전년 대비 처음으로 -10%를 기록했으며, 국제적인 채무불이행(Default, 디폴트)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중국의 헝다그룹(恒大集団)은 2021년에 채무 불이행에 빠져 경영 재건 중에 있긴 하지만, 2022년 7월까지 정리하기로 돼 있던 재건 계획은 아직도 보이질 않고 있다. 올 1월 16일에는 감사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물러났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5을 부동산 관련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책, 부동산 규제 완화

중국 정부는 현재 정책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폐하는 동시에 기술기업계에 대한 옥죄기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상업계 구제에도 착수하려 하고 있다.

2년 동안 엄격한 재무지침 아래 부동산 기업에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강제 압박 결과 다수기업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져들었다. 현재는 업황을 개선하고자 이 같은 규제를 대거 철폐하는 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업계의 전망은 다소 개선되고 있다. 하이양의 거리는 완만하지만 비구이위안의 주가는 10월보다 3배나 뛰어 올랐다.

개혁의 구체적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1월 13일 중국 정부 관계자가 제시한 21개 항목으로 구성된 계획안은 우량 부동산 기업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정작 우량 기업과 우량하지 않은 기업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계획안은 정부 금융기관이 중단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거나 국유 금융자산관리회사가 M&A(인수합병)에 필요한 대출을 실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간 은행은 부동산 대출에서 철수했지만, 신뢰성이 높은 부동산 기업에는 대출을 재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국영 언론은 부채액에 엄격한 상한선 등을 둔 재무지침 3개 레드라인의 수치 목표가 30개 기업에 대해 완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30개 회사의 사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지난해 12월 차입을 급속히 늘리고 있어 정부가 최근 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완화 조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역대 최저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미완성 건설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국가 구제 기금도 정비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2013~2020년에 판매된 주택이 상당한 비율로 인도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매자 상당수는 대출 상환을 시작했다. 자금이 없으면 공사 도중 건물이 완공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신규 구매를 주저하는 사람은 많다.

채무불이행이 늘어나는 사태는 중국 정부도 피하고 싶은 대목이다. 비구이위안이 지난 17일 회사채 상환기한을 아슬아슬하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조치는 현재로선 비구이위안처럼 주요 대기업만 받을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Rifinitive)에 따르면, 올해 안에 상환기한을 맞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미국 달러화 표시 해외 회사채는 9500억 위안(약 173조 4,035억 원)으로 지난해의 약 8100억 위안(약 147조 8,493억 원)을 웃돈다.

* 효과는 즉각 나타나

이번 정책 전환은 벌써부터 일정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12월 중국 주택 완공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6%로 11월 18%에서 감소폭이 축소됐다. 이 지표는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주택 완공이 지연되는 것에 항의하는 구매자들이 대출 상환을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 관련 행동 제한이 철폐된 것도 한몫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끝나기 직전까지는 (예를 들어 부동산 매물을 보기 위해) 중국 내를 이동하면 격리돼 돌아오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올 1월 1~10일 중국 대도시 50곳의 중고 주택 판매액은 전월 동기 대비 5분의 1 이상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채무불이행에 빠진 개발업자 가이사(佳兆業集団, Kaisa Group)은 외국 투자자와의 재편 협의를 꺼리고 있어 채권자와의 합의가 불투명하다. 그래도 이 회사의 주택에 대한 수요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미국 조사회사 크레디트사이츠(CreditSights)는 최근 상하이 프로젝트를 시찰했을 때, 대리점이 예전처럼 할인을 신청하는 일이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이 없다는 것은 입지여건이 좋은 부동산 수요가 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전환에 힘쓰는 외국인 투자자는 드물다. 많은 자산운용사와 헤지 펀드가 중국 부동산 기업의 체불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역외 채권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쫓겨났다.

중국 개발자들의 자금 조달은 지난해 전년보다 4분의 1가량 줄었다. 그런데, 1월 12일에 부동산 대기업인 다롄완다그룹(大連万達集団, Dalian Wanda Group)이 총액 4억 달러(약 4,924억 원)의 달러 표시의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발행했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신규 발행은 1년여 만으로 올해 대형 개발자 관련 그룹들이 달러 표시 해외 회사채 시장에 복귀하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다. 금융조사업체 리오르그(REORG)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ty)와 블랙록(BlackRock)이 다롄완다그룹의 회사채를 매입했다.

* 공급 과잉이 재연될 위험성 상존

미국 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번 중국 당국의 개혁은 주택시장 안정화로 이어져 올 4~6월기에는 주택 판매액이 약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른 모양새다. 하지만, 정책의 수행에 해당하는 정부의 키 잡기는 어렵다.

자금이 과잉되면 공급과다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중국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미국은행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중국 도시지역 공실률은 대도시 7%, 중견도시 12%로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또 2018년 이후 판매된 주택의 약 70%가 이미 1채 내지 그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구입했다.

중국의 집값은 투기로 올라 주택연봉배율(주택 구입에 필요한 소득을 얻기까지의 연수)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중국 자산운용사 글로우인베스트먼트그룹(Glow Investment Group )의 홍하오(洪灝)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가지 레드라인 정책에는 적어도 개발자들이 부채를 늘리는 속도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강행책이 중국 경제에 큰 문제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홍하이는 말한다. 중국 정부가 업계 구제를 위해 과잉 자금을 쏟아 붓게 되면, 또다시 공급이 과잉되고 해안에는 더 많은 공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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