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회색 지식인...이어령은 참된 지성이 정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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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회색 지식인...이어령은 참된 지성이 정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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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그를 단군 이래의 재사(才士) 즉 최대 재주꾼이라고 말한다. 석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자 출신에 이화여대 교수와 문화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분이 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아흔 살을 2년 앞뒀으니 나름 장수한 셈이다. 실은 타계한 뒤 이만한 찬사와 조명을 받았던 사례도 드물었는데, 나 역시 그걸 조용히 지켜봤다. 인상적인 건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 보였던 유머 감각이었다.

생전에 잘 지내던 기자를 불러서 “나 이제 좀비야. 숨만 붙어있잖아”라고 했다는데, 만큼 자길 객관화하는 것도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아름다웠다고, 고마웠다고 전해달라”며 한국인에게 주는 메시지도 그날 전했다. 아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의식이 또렷했다는데, 그것도 예사롭지 않으니 역시 이어령이다.

대권후보 윤석열도 “문화계의 거인”이라며 훌륭한 예의를 표했다. 다 좋다. 그러나 좋은 얘기는 여기까지다. 실은 나는 입장이 좀 다르다. 덩달아 춤추는 칭송과 덕담 말고, 누군가는 자리매김을 정확하게 해주는 것도, 소수의견도 때론 필요한 것 아니냐?

내 질문은 이러하다. 그 당대의 지성이 지난 수십 년 이 사회를 위해 무얼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안녕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점검해볼 생각이다. 누구 말대로 한국인이 누구냐? 90%의 감성과 10%의 이성으로 사는 국민이 아니냐? 그렇다면 그 민도를 끌어올려야 하고, 그걸 통해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작업을 병행했어야 했는데, 내가 아는 한 그는 그걸 하지 않았다. 거꾸로였다. 평생 회색인으로 살았다.

정체를 드러내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피해의식 속에 무책임한 발언, 몽롱한 말씀만을 반복했다. 그런 걸 굳이 지성이라고 포장해주는데 나는 반대다. 그저 이어령은 재치문답을 즐겼던 광대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어령식의 담론은 한국 사회를 위해 무언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바가 없다.

일테면 축소지향형의 일본 얘기는 정말 황당한 소리였다. 지난 세기 제국을 꿈꿨던 나라이고, 그 옛날에 세계 최대 대포까지 만들었던 나라가 일본인데, 무슨 놈의 축소지향이냐? 실은 좌빨의 우리민족끼리야말로 축소지향에 폐쇄지향이라고 지적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다른 것도 그랬다. 그의 명성을 높였던 출세작이 1960년대 에세이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였는데, 실은 그것부터 한국풍토와 역사에 대한 자기비판과 허무주의로 가득하다. 즉 요즘 말로 헬조선의 원조가 이어령일 수도 있다.

그 회색분자 이어령은 은근히 좌빨에 동조하곤 했다. 2년 전 감독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이 막 뜰 때 이어령이 뭐라고 했지? 아무리 봐도 그 영화는 가난한 사람을 충동질해 부자와 기업인 죽이겠다는 얘기인데, 이어령은 그게 상생의 영화라고 떠벌였다.

그런 게 어디 한 번이냐? 아니다. 제가 가장 끔찍한 문화 독극물이라고 판단하는 게 소설사 조정래의 대하소설이라는 ‘태백산맥’이 아니냐? 그런데 그 문학의 이적성을 내사하던 검찰이 예전에 문화부 장관이던 이어령에게 유권해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그가 뭐라고 떠들었는지 아시는가?

“신판 홍길동전”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면죄부를 줬다. 대한민국을 전복하겠다는 문학판의 이석기 같은 조정래를 스타로 만들어준 것이다. 이어령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묻는다. 그에게 대한민국이란 게 대체 뭘까? 체제 전쟁이 진행 중인 지금 그걸 물어봐야 한다. 문화계 인사는 그런 책임, 공동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냐? 면죄부를 갖고 있는 것이냐? 헛소리를 퉁퉁해도 될까? 결국 이어령은 무책임했다.

결국 이 나라 풍토가 문제다. 위선적 리버럴리스트들만 득시글거리고, 그리고 진정한 지성이 없는 나라의 비극을 그 이어령이 보여준다. 이런 독설을 나 같은 단 한 사람이라도 해야 정상적인 사회이다. 어쨌거나 그의 명복을 빈다.

※ 이 글은 3일 저녁에 방송된 "무책임한 회색 지식인 그 이어령은 참된 지성이 정말 맞나?"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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