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 부의장 정세현 그가 자꾸 캥기는 이유?
평통 부의장 정세현 그가 자꾸 캥기는 이유?
  • 조우석 평론가
  • 승인 2019.08.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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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제126회

문재인이 지난 주말 장관급 10명을 바꾸는 인사를 했는데, 찜찜했던 건 법무부 장관 조국이도 아니고, 방통위원장 한상혁도 아니었다. 물론 둘 모두가 오만과 독선의 인사이지만, 내게 그보다 더 은근히 불길했던 것은 민주평통 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자리에 반미(反美)·친북(親北)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기용한 점이다.

보통 그 자리는 역대 정권의 얼굴 격인 원로들을 임명해왔는데, 왜 하필이면 그 말썽많은 정세현일까? 다 아시다시피 민주평통은 통일정책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자문에 응하는 헌법자문기구인데, 평통 의장은 현직 대통령이 맡고, 바로 아래인 수석부의장에 자기와 뜻이 잘 맞는 사람을 앉히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정세현 내정은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번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로 제 눈엔 보인다.

물론 그걸 아주 쉽게 보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정세현이 돌출 발언을 할 때마다 "개인적 발언"이라고 해왔지만, 이제 장관급 자리를 줬으니 앞으론 조용히 지내지 않겠느냐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문재인을 모르는 소리이고, 오판일 수도 있다. 이 정부가 품고 있는 연방제통일의 꿈을 위해 정세현에게 뭔가 특별한 임무를 맡길 수도 있다는 게 내 의구심이다. 이번 인사는 때문에 대단히 음험한 문재인의 다목적 포석이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우선 정세현은 저돌적이고 돈키호테 스타일의 친북 발언으로 악명이 높은 대표적 인물이다. 2017년 김정은이 김정남을 암살할 당시에는, 그걸 "우리가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라 헛소리를 했던 적이 있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정세현 발언을 비판했을 정도였다. 베트남 하노이로 트럼프와 회담하러 갈 때 김정은이 열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운 것을 가지고 "상당히 인간적"이라고 언급했던 자가 정세현이고, 옆에서 재떨이 시중을 들었던 김여정에 대해 “자연스럽다”고 평가했으니 참 어지간한 인간이다.

올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이 회담 결렬을 주도했다며 그 사람을 재수 없다고 했던 것도 막가파 정세현이었다. 그가 했던 최근 발언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건 “한미공조라는 말이 좋은 말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니 그야말로 반미주의자가 맞다. 그런데 이유가 뭐냐? “미국은 우리가 자기들 말을 안 들으면 ‘한미공조’를 내세우고,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면 공조 파괴행위로 규정하니까 미국 입맛대로 살 수 없다"는 궤변이다.

그런데, 그렇게 홀라당 뒤집힌 인물 정세현이 본래 반공주의자였다는 점을 알고 계십니까? 월간조선이 정세현의 1980년대에 쓴 글을 확인해보니까 그는 전형적인 반공주의자가 맞다는 점을 전에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쓰는 ‘종북좌파세력’과 유사한 ‘친공동조세력’이란 표현을 당시 그가 그토록 자주 구사했다는 점이 그 일례다. 그리고 김일성·김정일은 ‘반(反)통일·수구세력’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던 게 그 자였다. 주한미군 철수를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것도 ‘결정적 시기’에 연방제 통일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했던 인물이 바로 예전의 정세현이다.

즉 80년대까지 정세현은 아주 멀쩡했는데, 이후 친북주의자로 확 바뀌었다. 그 이유를 두고 자신은 북한이 변화했으니 자기 시선도 바뀐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장관을 지냈는데, 당시 좌파 정권과 코드를 맞추느라 변질했을 것이다. 물론 또 있다. 어떤 시기에 처신을 잘못했고 그래서 북한으로부터 약점이 잡혔을 가능성도 높지만, 그건 증거가 없으니 이런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다. 어쨌거나 정세현은 기회주의 성향을 가진 썩 음험한 사람이 맞다.

그런 정세현을 평통 수석부의장에 앉히려는 이유가 뭘까? 정세현을 어떻게 활용하자는 것일까? 그걸 추정하려면 평통 자문회의가 어떤 기능을 맡는지 현행 헌법92조에 명문 규정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한다.

자 이렇다. “조국의 민주적 평화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확인하고,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집결하여 제반정책의 수립과 추진에 관해 대통령에게 건의한다”.

이 중요한 자리에 하필 정세현? 반미·친북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그 사람? 뭔가 냄새가 좀 나지 않느냐? 단순히 얼굴마담으로 않혀놓을 것 같진 않고 여전히 품고 있는 문재인의 꿈인 연방제 통일에 결정적 역할을 그에게 시킬 수가 있다. 지금까지 평통 부의장은 강연 강의이나 다니고 해외동포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였지만, 문재인이 정세현을 결정적 시기에 그 이상으로 활용해 대북 특사 등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아주 소극적으로 봐도 민주평통 자문회의는 헌법에 7000명 이상의 각계인사 자문위원을 위촉할 수 있고, 해외에까지 조직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들 조직과 인물을 대폭 활성화시킬 경우 비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문재인에게 활용도는 의외로 클 수 있다. 정세현이 그 자리에 앉아 무슨 음모를 꾸밀지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는 그래서 크다.

만일 정세현을 그렇게 활용한다면, 문재인이 취임 이후 첫 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했던 김영삼의 사람인 김덕룡 활용과 정반대로 간다는 뜻이다. 지금 김덕룡은 통합형 인물인 셈인데, 별 역할이 없었다. 그를 갈아치우고 그 자리에 정세현을 앉힌 저의를 유심히 지켜보자는 제안을 오늘 새삼 한다. 임기 중반 이후에 연방제 통일의 꿈을 불태우는 용도로 정세현을 박았다고 보는 건 매우 합리적 추측이며, 그런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해보자.

※ 이 글은 13일 오전에 방송된 "평통 부의장 정세현 그가 자꾸 캥기는 이유?"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 제126회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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