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회의 반 ‘북한의 비핵화’
기대 반, 회의 반 ‘북한의 비핵화’
  • 김상욱 대기자
  • 승인 2018.03.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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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비핵화 논의 되더라도, 비핵화 과정 최소한 10년 걸려

▲ 핵무기는 북한이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해온 북한 관영 미디어가 말한 이른바 “정의의 비도(秘刀, 숨겨진 칼)”이다.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신변 안전 보장이 될 뿐만 아니라 체제의 정당성과 권력 유지에 필수품목이다. ⓒ뉴스타운

지난 26일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이 극비리에 비공식 중국 방문을 하고, 28일 평양으로 귀환했다. 또 오는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하기로 29일 최종 확정됐으며, 5월말까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북미(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어느 회담도 관통하는 주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핵심이다. 북한 김정은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선대의 유훈을 말하며 비핵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이 같이 북한의 비핵화에 모든 눈이 쏠리고 있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과거의 북한의 행태를 거론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한국 특사단에 비핵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가급적 빨리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밝혔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언급을 했다고 하지만, 북한 관영 언론들은 지금까지 핵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핵무기는 북한이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해온 북한 관영 미디어가 말한 이른바 “정의의 비도(秘刀, 숨겨진 칼)”이다.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신변 안전 보장이 될 뿐만 아니라 체제의 정당성과 권력 유지에 필수품목이다. 만일 핵 포기를 결정할 경우, 정책의 극적인 전환이 된다.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기념비가 세워졌고,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 기술자는 국민적인 영웅이 되어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돌연 핵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 김정은은 자신이 승리했다는 인상을 북한 주민과 엘리트층에 보여주기 위해 장기적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김정은이 국민에게 뭔가를 양보하라고 압박할 필요가 없다. 비핵화는 실현되기까지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아쉬울 것이 없다는 말이 된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폭적인 양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김정은이 주민과 엘리트들에게 자신의 승리를 말하며 비핵화 조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과 교섭을 해왔던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이) 정책의 대전환은 곤란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은이 국민에게 자랑을 할 만한 미국의 대폭적인 양보를 받아올 경우이다.

예를 들어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로 미국과 국제사회를 항복시켰다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싶을 것이다.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 경제는 크게 향상되고, 그렇게 되면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은 국민들과 엘리트층의 이해를 얻으면서 강한 지지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다. 초강경파 존 볼튼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 문제 담당 보좌관으로 지명했고, 역시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전 CIA국장) 등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강경 일색의 진용을 짜놓고 있어, 김정은이 바라는 뜻을 전혀 들어 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진용은 북한에 가급적 빨리 핵개발을 중지하라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존 볼튼은 자신의 회고록 제목인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에 대한 초강경 입장을 지닌 인물이다.

핵 보유의 중요성과 그동안 개발에 들어갔던 자금을 생각하면,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 포기로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대화를 신중하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2011년 실권 장악 이후 군사력과 경제발전을 병행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에 맞춰 김정은 정권 내부에 세력 균형을 맞춰왔다. 지난 2013년 이후 김정은을 지지하는 군부세력이 형성되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경제발전을 중시하는 세력들의 주장이 세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군부와 엘리트층은 비핵화 수용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이 사람들은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안전보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비핵화 판단에 저항하고 개발지속을 강력히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은 했지만, 오랫동안 공개 석상에서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여러 차례 그 약속을 뒤집어버리고 실제로 핵을 개발, 이제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약속 번복에 이골이 난 북한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김정은의 그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믿지 못할 중국이라던 북한 정권이 갑자기 중국이라는 병풍과 방패막이를 다시 설치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에서 빠지면 비핵화를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과거의 북한의 행태로 봐서 이번에도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며 기껏해야 ‘핵과 미사일의 동결’ 수준에서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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