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와 풍문이 정론이 되는 이상한 사회
찌라시와 풍문이 정론이 되는 이상한 사회
  •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12.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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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과 가설은 진실을 이기지 못해

▲ ⓒ뉴스타운
우리 사회에는 셀 수도 없는 신문사가 지천에 널려있고 방송채널 만해도 일일이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특히 SNS가 잘 발달된 사회이다 보니 인터넷 언론은 그야말로 천국을 이루고 있다. 이 많은 매체들이 모두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다보니 그만큼 살아남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종북 나팔수 신은미가 토크쇼에서 북한 찬양가를 불러도 아무런 위법 제재를 당하지도 않고 헤드라인에 장식될 만큼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넘쳐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그만큼 풍문의 위력이 거세고 낭설과 찌라시가 정론(正論)을 제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법한지 3개월 되던 해인 2008년 5월,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정부가 소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 걸린 소가 수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면서 만약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게 되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헛소문은 최고의 선동문구가 되어 어린 여학생까지 시위대열에 참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지금, 수입산 소고기는 날개가 달린 듯 잘 팔려나가 수입량은 날로 증가추세에 있고 '뇌송송 구멍탁'했다는 사람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좌파세력의 선동은 그 당시 이명박 정권을 압박하는 데는 일시적으로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풍문과 가설(假說)이 진실을 이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때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지금쯤 미국산 소고기를 잘도 먹고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생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사생아 문제를 특종으로 보도하자 채동욱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미확인된 각종 풍문들이 들불처럼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채동욱을 찍어내기 위한 청와대의 기획 작품이라는 설도 있었고,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공작적 차원이란 설도 있었으며, 임 모 여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채동욱 사단을 제거하기위한 정치적 음모라는 설도 있었지만 나중에 보니 이들의 주장은 하나도 맞지 않았고 조선일보의 특종보도는 사실로 매듭지어졌다. 채동욱은 아직도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천안함 피폭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각종 음모설은 예외 없이 일어났고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각종 음모설과 억측이 난무했다. 대형사건이 발생하면 발생한 사실 그대로를 봐주지 않고 온갖 가상적인 시나리오와 온갖 음모설이 항상 뒤따라 다녔다. 이런 일은 개인적인 일상사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 사회적인 병리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연말연시는 각종 모임이 성행하는 시즌이다. 동창회, 향우회, 친목계, 등등 군집(群集)을 형성하고 끼리끼리 문화가 잘 발달된 민족이다 보니 모임의 종류도 참으로 많다.

하지만 이런 모임에 나가보면 모임에 잘 나타나지 않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언제나 안주거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온갖 험담은 물론이고 아득한 옛날에 실제 있었는지조차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끄집어내어 잘근잘근 씹으면서 쾌감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분출한다. 친,인척이 모인 곳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동창회, 친목계, 향우회 등 무슨 모임이 있었다하면 누군가 한, 두사람은 꼭 안주거리에 등장하는 단골이 생기게 마련이고 실제인지, 가상인지 알 수없는 별별 가십거리로 떠들다가 자리를 옮겨 노래방으로 가야만 이 안주거리는 소멸된다. 이런 장소에서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18번 메뉴가 "누구한테서 들었다. 또는 그랬다더라"라는 전언(傳言)식 화법이다.

이것이 바로 멀쩡한 한사람을 골병들이게 하고 산사람을 생매장하는 방법이다. 주변을 보면 이런 관음증 비슷한 유형이 참으로 많이 있다. 남이 잘 못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열등의식을 대리 만족하는 병적 심리도 유별나게 강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4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생겼을 것이다. 이런 것이 인위적인 창조라면 이런 창조는 반드시 파괴되어야 한다.

요즘 종편에 자주 출연하는 생업형 평론가들의 표정을 보면 신바람이 난 모습이 역력하다. 출연시간이 늘어나고 여기저기 얼굴을 내미느라 끼니마저 걸러도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신바람을 내는 것은 이 방송 저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들의 입맛대로 몇 마디 언급만해주어도 수입이 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십상이 문건사건이 터지자 이들은 무한대의 언론 자유를 만끽하며 마치 상상력 경진대회에 출전한 선수처럼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취향대로 이렇게 짜깁기하기도 하고, 저렇게 얽어매기도 한다. 어차피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이 주절거리는 소리에는 정론이라는 것이 존재할 리가 만무한 일이다. 물론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냉철하고 중립적 위치에서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극소수일 뿐이다. 어쩌면 적자상태에 놓여있는 종편의 난립이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일명 십상시 사건과 관련하여 이렇게 생각하면 이런 추측이 들기도 하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런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실체가 없는 그림일 뿐이다. 정확한 실체를 모르는 사람이 무엇을 근거로 함부로 단정 짓고 함부로 결정을 내리겠는가. 팩트가 밝혀지면 그때 가서야 정권을 질타하든, 음해자를 질타하든 간에 소견을 펼 수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침묵하면 침묵하는 자체를 사실로 인정해버리고, 수사를 지시하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니 검찰도 믿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검을 실시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특검도 못 믿겠다는 것이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던 사례였다.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고, 그 어떤 사실도 믿지 못하는 사회, 그만큼 불신이 만연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정론이 불신 받는 그 공간에 찌라시와 풍문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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