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이의 손가락을 자르나
누가 아이의 손가락을 자르나
  • 안봉규 논설위원
  • 승인 2014.07.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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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에 서리 내리듯 안보태세 갖춰라

 
대뜸 불쾌했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이 욕보는 순간을 구지(俱胝 9세기 무렵 당나라) 스님은 가까이에서 포착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결가부좌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펴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자세가 선정인(禪定印)이고, 여기에서 오른 손을 풀어 내리면서 검지로 땅을 가리키는 모습이 항마촉지인이다. 그런데 녀석은 옆 동자와 히히덕거리며 손가락으로 장난치는데, 오른손 검지를 성희롱 도구로 사용했던 것이다.

선사는 뼈 속까지 사무쳤던 그날을 회상하며 부르르 떨었다. 삿갓을 쓴 비구니가 찾아와 세번을 벗겠다는데, 장부로서의 작용은 물론이고 사문(寺門)의 법어까지 베풀지 못했던 사건이 그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겨졌었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현장은 이처럼 결단하기 어렵다. 그때 상담을 맡았던 천룡(天龍) 화상은 응답의 표시로 손가락 하나를 곧추 세웠다. 줄탁동기(啐啄同機)였을까, 용맹정진하던 그는 번개처럼 굳었던 마음이 찢어지며 섬광 같은 불법을 깨달게 되었다. 이 장면에서 천룡의 손가락은 아마도 오른 손 검지였을 것이다. 하늘을 가리켰다. 

화산(華山 2,437m)은 화강암 바위산으로 황하가 위하와 합류되는 지점 근처에 자리 잡았고, 등용문 입신설화로 유명한 용문(龍門)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화산은 그 명칭처럼 다섯 봉우리가 연꽃처럼 가지런히 솟아 있는데, 하늘 가까운 산정(山頂)에 다다르면 황토 평원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이때 황하잉어에 불과했던 “나”는 용문에서 등용(登龍)하고, 이어서 화산의 천궁(天宮)까지 날아오른 천룡이나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중화인(中華人)들의 유전자에 박혀 있음직한 의식이다. 

역발상으로 화산이 가라앉는다고, 이렇게 생각해보자. 암석 자체가 밑으로 가라앉지 않더라도, 물에 쓸려온 황토와 바람에 날려 온 황토가 끊임없이 지층에 켜켜이 쌓여진다면 평원은 거꾸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지질학연대로 넓혀나가면 언젠가 화산이 땅속으로 묻힐는지 모른다. 지금의 화산도 사람으로 치면 몸은 이미 땅속에 매몰되고, 높이 쳐든 한손과 다섯 손가락만 겨우 남아있는 형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화산은 잘려진 손가락만 하늘에 운명을 맡기고 있는 초라한 몰골에 지나지 않는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이미 그게 그거고, 마찬가지로 하나다. 

남송 시대 혜개(慧開 1183-1260)는 그가 편집한 무문관(無門關 Gateless Gate)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48개의 관문을 설치하고, 뭇사람을 참선으로 이끌었다. 무문은 제3칙에서 구지 화상과 동자 사이의 에피소드를 화두로 잡았다. 먼저 무문의 송(頌)부터 보자. “구지는 천룡을 바보로 만들고, 예리한 칼을 들어 동자를 시험했네. 그 옛날 하나님(巨靈神)이 성큼 손을 들어, 화산의 천만 겹을 둘로 갈라버렸듯이” 그는 또 이렇게 해설했다. “구지와 동자의 깨달음은 손가락 끝에 있지 않다. 여기서 한 소식을 얻는다면, 천룡과 구지와 동자, 그리고 당신은 같은 바늘에 꿰어있다” 

하루는 외지 손님이 방문하여 동자에게 물었다. “스님께서 어떻게 불법을 하시던가?” 동자는 스승을 본 따서 손가락을 세웠다. 구지가 이런 사실을 알고, 동자를 불러 칼로 그의 손가락을 잘랐다. 피가 법당에 흘렀고, 동자는 떼굴떼굴 구르며 울었다. 구지는 이때 동자를 다시 불러 세우고, 자기 손가락을 세웠다. 그러자 동자도 얼떨결에 그대로 따라했다, 그 순간 동자는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 손가락이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다. 동자에게 대신 남아있었던 것은 죽음에 이르는 아픔이었다. 가짜에게는 그곳이 닫혀있었다. 그러나 온몸을 제단에 통짜로 바치는 희생에서만 깨침의 문이 열렸던 것이다. 

요즘 NLL 근처까지 내려와 잇단 사격도발을 감행하는 김정은 체제가 불쾌하다. 동부전선에서 방사포 100여 발을, 또 서부전선에서 스커드 미사일 2발을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사회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에 그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얼뜨기 관측도 나오지만, 사실은 대남메시지가 더욱 강력하다고 본다. 그것은 친미 수구세력에게 한방 먹이겠다는 협박이고, 한편 종북 진보세력에게는 미녀응원으로 향응을 베풀겠다는 속셈이다. 정말 유치한 발상이 아닐 수 없고, 우리가 어설프게 살아갈 수 없는 이유이다. “동자의 손가락”을 자르듯이 뚜렷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1996년 일본의 정계에서 "독도는 일본영토"라는 발언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자, 이에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울분을 드러냈다. 그런 와중에 한국에서 IMF사태가 터졌을 때 거꾸로 일본에게 당해야하는 아픔을 가졌다. 그러므로 후유증을 줄이며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 지도자의 버르장머리는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인가? 아이가 손가락이 잘리듯 깊은 내상을 주는 길은 무엇인가? 그 대책은 역으로 내공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안팎으로 합의를 이끌어가면서,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응징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오뉴월에 서리 내리듯 시퍼렇게 눈을 뜨고 안보태세를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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