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 국부, 국가의 3위 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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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

국력은 전기와 같다는 말이 있다. 일정한 형태로 장기적인 저장형태로 보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국부를 재정의하였다. 이에 따르면 국가의 천연자원, 물적자원, 인적자원, 사회자본을 포괄하고 있다. 천연자원은 토지, 수자원, 광물, 목재, 그 외의 천연자원의 가치이며, 물적자본은 기계류, 건물, 공공시설물의 가치이며, 사회자본은 사회를 결속시키는 가족, 공동체 및 다양한 조직의 가치이며, 인적자원은 국민의 생산적 가치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사회자본이다.

세계은행이 “국부(國富)는 어디에 있는가(Where Is the Wealth of Nations)”라는 보고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자본’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미국에서는 멕시코에 비해 다섯 배의 임금을 받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인이 멕시코인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이유를 국부에서 찾았다. 미국이 멕시코보다 부자 나라로서 이미 쌓여 있는 부(富)는 곧 자본이다. 자본은 생산성을 높여 주기 때문에 같은 노력을 해도 생산성이 높은 만큼 임금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탁월함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자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본의 중요성을 일깨운 데 있다. 자본은 국토, 석유, 천연가스 등 ‘자연자본’과 기계와 장비, 도로, 항만, 통신망 등 ‘돈으로 만들어 낸 자본’, 그리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자본’ 으로 분류된다. 그중 선진국이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본은 ‘보이지 않는 자본’ 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국부를 만들어 내는 데 ‘자연자본’은 기껏해야 1~3%, 도로, 항만, 기계 등 ‘만들어 낸 자본’은 17%, 나머지 80%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자본’ 또는 ‘사회적 자본’(社會的 資本 social capital)은 바로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법질서를 포함한 시민정신, 공평한 사법제도, 효율적인 정부,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 등이다. 이런 가치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생산성을 높여 국부를 만들어 낸다. 석유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다이아몬드 광산이 아무리 커도, 시골 구석구석까지 도로가 포장되었다 하더라도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다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세계은행은 이를 21세기형 국부라고 했다. 이처럼 국가 간 경쟁에 있어서 보이는 자본보다도 상호신뢰와 법질서 준수 등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사회적 자본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하고 모든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나 기업의 운영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은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 하버드대 교수가 북이탈리아와 남이탈리아에 노동과 자본과 같은 전통적 생산요소를 똑같은 정도로 투입해도 경제발전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이유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개념이다. 경제학자 스테판 낵(Stephen Knack)과 필립 키퍼(Philip Keefer)는 이 개념을 응용하여 사회적 자본과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다른 조건이 같다면 사회적 자본 지수가 10% 올라갈 때 경제성장은 0.8% 정도 올라간다고 결론을 내렸다. 만약 한국의 사회적 자본이 미국이나 유럽 수준이 된다면 한국 경제는 적어도 매년 1%씩 더 성장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

우리는 초고속성장을 통해 외형적으로 선진수준에 도달했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사회적 자본의 수준은 산업사회 또는 그 이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 사회의 사회적 신뢰는 위험수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사회과학자 모임이 실시한 2005년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를 보면 한국인이 ‘다른 사람을 믿는다’고 답한 비율은 28%에 불과하지만 OECD 국가 평균은 39%이며 스웨덴, 덴마크 같은 나라는 70%에 이른다. ‘처음 만난 사람을 믿는다’는 한국인의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아서 13%에 불과하며 이 역시 OECD 평균(36.6%)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반면 ‘가족을 믿는다’고 답한 한국인은 99%로 OECD 평균(87%)을 앞지른다. 혈연주의 또는 연고주의가 뿌리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사회적 자본은 상당히 취약하다. 사회통합위원회가 2천여 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회와 정당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3%, 정부는 19.6%, 법원은 16.8%로 나타났다. 정부의 3대 기둥인 입법 · 행정 ·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이 정도이면 대한민국 정체(政體)의 위기라 할 수 있다. 다른 여론조사들을 보면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1996년 49%에서 2003년 15%로, 정부 신뢰도는 62%에서 26%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6년 한국 개발연구원(KDI) 조사에서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부패했다(70%)’, ‘공무원들이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61%)’라고 응답했다. 특히, 국회와 정당,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신뢰도인 4.0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사회적 자본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세계가치관 조사가 실시된 1982년과 2001년 사이에만 한국의 사회적 신뢰지수는 11%나 떨어졌다. 사회적 자본이 이렇게 내려가는 상황에선 아무리 기업투자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반대로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다른 노력이 없더라도 우리의 법질서와 사회적 신뢰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곧바로 갑절로 치솟을 것이고 10년 넘게 ‘국민소득 2만 달러 덫’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물리적 기술(physical technology)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효율은 사람들의 활동을 조직하는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기술이 발달되어 있으면 경제활동이 잘 조직되고 거래 비용이 줄어들어 물리적 기술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다. 우리는 20세기형 ‘보이는 것’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더 커져야 한다.

국부, 국력, 국가 등 최신 국가경쟁력과 관련한 결론은 이들의 개념이 갖는 상호결정성, 통섭성(수렴성)이다. 부란 이미 경제적 개념아닌 사회적, 정치적 개념이며, 국력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복합체이며, 국가(nation)는 정치적 유대, 영토적 유대, 경제적 유대, 민족문화, 정치적 이념, 역사와 언어 등의 총체적 단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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