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의 문이요, 역사와 미래의 현장인 로마(Rome)
스크롤 이동 상태바
모든 길의 문이요, 역사와 미래의 현장인 로마(Rome)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의 도시를 가다[14]

^^^▲ 콜로세움 가상도
ⓒ 박선협^^^

‘시작의 신(神)’ 야누스Janus의 거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마치 당연한 관용어가 되었다. 그래서 로마를 말하려면 우정 신화와 역사를 읊조리게 된다. <로마>가 있어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사람들이 <로마>를 빌미로 그렇게 만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인지 생각은 자유다.

로마인은 외부에서 수용한 문물을 계승·발전시키는데 천부적인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신화에서도 이러한 수용성은 잘 드러났다. 그렇다고 그들만의 고유한 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로마인은 30명이나 되는 고유의 신을 모셨다.

그 중에서도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로마의 신이 '야누스(Janus)다. 이 신의 얼굴은 우리에게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서로 상반되거나 표리부동한 걸 묘사할 때 ‘야누스의 얼굴’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이 신 야누아Janua는 문을 지키는 경계선의 신이었고, 더 나아가 ‘문을 여는 신’이었다. 울타리나 벽으로 된 경계선을 담당하는 테르미누스 신이 경계선 표석으로 상징됐던 반면, 문이나 통로를 지키는 야누스 신은 앞뒤를 살피기 위해 두 얼굴을 가진 모습을 지녔다. 사방으로 난 문도 야누스의 관할 대상이라 종종 4개의 얼굴을 가진 신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런데 로마인에게 있어서 야누스 신은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의 ‘문의 신’만은 아니었다. 그들의 세계에는 장소 외에도 신이 경계선으로 가르쳐줘야 할 것이 많았다. 입구와 출구는 물론이고 과거와 미래, 내부와 외부, 위와 아래 등 시·공간상의 상반되는 존재를 다스리고 조화를 부여하는 신이 바로 야누스였다. 따라서 이 신은 시간의 신도 되고 떠올랐다가 지는 태양의 신도 됐다.

우리는 달이 기울고 해와 날이 바뀌는 걸 공전과 자전에 의한 주기 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이를 불연속의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시간의 주기성 개념이 없었던 로마인에게 있어서 새해 와 지난해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본질적인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는 우리와 달리 그들에게는 새해의 첫 달, 첫 날 아침은 새 출발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었다.

시작의 신이 좋은 결과를 보장해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1 월 1일 열리는 축제가 야누스 신 축제였고, 1월(Januarius)은 그에게 바쳐진 달이었다. 뿐만 아니다. 해가 뜨는 아침마다 모든 가정이 야누스 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가내 문제에 대해 이 신의 도움을 구했 다.

전쟁 개시도 야누스 신의 소관사항이었다. 전쟁 중에 신전 문을 열어놓아 도움이 필요한 순간마다 야누스가 달려가 주길 바랐다. 야누스 신전의 문이 닫힌다는 말은 평화가 도래했다는 의미였다.

로마인은 해가 가장 짧아지는 동지 전후로 태양이 죽고 새로운 태양이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투르누스 축제를 벌였다. 이 축제기간은 노예가 주인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어울려 노는 소위 ‘야자타임’이었다. 예수의 실제 탄신일과 상관없는 12월 25일이 성탄절이 된 것도 로마인의 태양 탄신 축일을 기독교 축일로 덮어씌운 데서 연유했다.

우리는 로마인들이 자신의 시간개념에 따라 새 태양의 등장을 축하하기 위해 정한 연말 축제기간을 영문도 모르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일곱 언덕을 가진 로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격언이 남아있지만 정작 <그 실체는 질서가 없는 도시>이다라는 말을 듣는 일이 있다. 또 <로마는 특히 바로크 양식에서 뛰어난 도시>이다라는 말도 듣는다. 그 현장에 서서 보면, 이러한 지적은 옳다고도 할 수 있고 잘못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로마는 그 자체가 <신화의 창조자이며 거대한 미술관>이라는 게 차라리 실감이 간다.

로마는 역사지만 열기를 머금고 찬란하게 빛나는 활동적인 현대도시이다. 그리고 하나의 제국이자 문명 그 자체다. 로마인은 기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소아시아에서 건너온 '에트루리아'인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에트루리아어의 'Ruma'는 '에트루리아의 도시'라는 뜻이다.

현재 '콘셀바토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암 늑대>의 청동 상은 라틴 문화의 상징으로 되어있지만, 이것 또한 B.C 5세기의 에트루리아 시대 작품이다. 암 늑대의 청동 상은 로마건국의 전설에 의거한 것이다.

로마의 건설자 '로무루스'는 쌍둥이형제 '레무스'와 같이 암 늑대의 젖을먹고 자라났다고 한다. 그후의 역사 속에서, 로마인은 궁지에 몰리면 야수처럼 저항하는 습성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암 늑대의 이야기는 참으로 상징적이다.

이탈이아의 수도 로마는 고대의 로마가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있다. 그 때문에 시내 여기저기에 고대의 유적이 남아 있어서, 우리는 '케사르'나 '키케로'가 틀림없이 걸어다녔던 곳을 방문할 수 있고, 2,000년 전의 포석을 밟아 볼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중심지도 현대 로마의 중심지도 거의 같다.

로마 시내 최대의 기념비 '빗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이탈리아 통일기념관을 목표로 출발하여 바로 옆의 로마시청이 있는 언덕에 올라가 본다. 이 언덕이 옛날부터 로마의 일곱 언덕이라고 일컬어지던 곳 중에서 가장 중요한 '카피톨리노' 언덕이다. 이곳에는 <최선최고의 유피테르>라고 불리는 신의 신전이 있었다. 이 신전의 유적 일부가 현재 이곳에 있는 미술관 속에 있다.

고대 로마를 걸어가는 포로로마노

고대 로마사람들이 모여 정치를 했고, 인생을 토의했던 마당, 위대한 로마문화는 이 <포로로마노>에서 부화되었다. '시저'가 암살을 당했던 곳도 여기였고, '안토니오'가 그의 시신을 끌어안고 <친구여, 로마시민이여!>라고 연설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러나 어디가 원로원의 자리인지, 시민회의장인지, 또 어느 곳이 베스타 신전이 있던 자리인가?

지금 사투르노 신전은 여섯 개의 기둥만 남았고, 안토니오와 퍼스피나 신전은 석벽밖에 없다. 모두 사라졌다. 페허! '시저'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무無로 돌아가게 한 저- 페허. 역사책의 갈피 속에 뭍혀버린 로마의 시민이요 군중이다. 지금은 아, 아! 포로로마노! 회비애락이 싸늘한 몇 개의 돌덩어리 속에 응결한 포로로마노! 세베르스의 개선문, '네로'의 궁전 터 등 지난 날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의 영화와 위용을 다시 재현한 듯한 인상이 짙다.

세베르스의 개선문은 <성스러운 길>로 불리어지는 것인데, 반드시 개선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나 원정에서 개선해 돌아오는 황제나 장군들은 언제나 이 성스러운 길을 지나 카피톨리노의 언덕에 오르는 길을 따라서 유피테르의 신전에 이르는 것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제국은 광대한 도로의 연결 망으로 덮여 있었다. 그 길은 매우 잘 만들어져 있어서 현재도 여전히 로마시대의 곧게 뻗은 그 길을 따르고 있다. 왜 그 길은 로마인들에게 그렇게 중요했을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로마의 저력인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로마인이 건설한 길은 간선과 지선도로를 합쳐 15만km에 달한다. 중국 진시황은 외부와의 단절을 위해 5,000km의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로마인들은 외부로 나가기 위해 그 30배에 달하는 길을 만들었다.

도로와 다리, 수도 등 300년의 ‘팍스 로마나 ’를 가능하게 한 인프라, 그 인프라를 개인이 할 수 없기에 국가가 나서야 했다. 권력과시를 위한 이집트의 피라미드 대신 실용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던 로마인들의 의식기조에는 ‘몰레스 네케사리에(사람이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대사업)’, 즉 공공심에 대한 진지한 열정이 자리잡고 있다.

로마인들은 기원전 3세기부터 500년 동안 꾸준히 길을 만들었다. 로마를 둘러싼 1~8번 국도는 지금도 그대로 사용할 만큼 견고하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졌다. 로마의 가도(街道)는 제국의 동맥이다.

수도 로마에서 12갈래로 갈라져 출발하는 가도는 추운 북해에서 뜨거운 사하라까지, 대서양에서 유프 라테스 강까지 뻗어나가는 동안 375개의 간선도로로 늘어난다. 모두 포장된 도로다. 인간의 왕래를 통해 만들어진 흙 길과는 달리 국가가 건설한 도로들이다.

이 거대한 도로망은 지금 유럽연합(EU)보다 넓었던 제국의 영역을 통제하는 핏줄역할을 했다. “황제의 편지는 씌어지자마자 마치 날개 달린 전령이 나르는 것처럼 신속하게 목적지에 배달된다”는 기록처럼 로마는 가도를 통해 제국을 지배했다. 가도가 없었다면 20만이 안 되는 병력으로 대제국을 통솔한다는 것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로마의 유명한 다리와 수도(水道)는 도로망과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샘이나 호수의 수질 검사에 이어 토양과 식물의 생장상태, 그 물을 먹고사는 사람들의 상태를 검사하고 먹기에 적당한 물로 판단되면 물을 도시로 끌어들여 공사를 시작하는 로마인들의 사려 깊은 통찰력.

물의 증발이 걱정되는 더운 곳에는 지하수도를, 그렇지 않은 곳은 고가 도로의 물길을 건설하는 공학적인 기술력. 철저한 물 관리로 전염병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청결한 제국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과 그 숨은 힘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사고 등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들 코리안에게 인프라 구축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준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자취

BC 1세기 말, 제정帝政을 수립한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부터 5 현제五賢帝 시대까지의 약 200년간 계속된 평화를 구가했던 시대. 변경의 수비도 견고하였고, 이민족異民族의 침입도 없었으며, 국내의 치안도 확립되어 교통·물자의 교류도 활발, 로마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바라보게 했던 시대, 그 시대를 일컬어 팍스 로마나라 한다.

현존하는 고대 로마의 유적 중에서 국보제1호를 뽑으려면 아무래도 그것은 '콜로세움'이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거대한 것' 또는 '거인'을 의미하는 명사 '콜롯소 Colosso'에서 유래한다. 이 대형 원형극장은 바로 옆에 서 있었던 '네로황제'의 거상 Colosso Di Nerone'으로부터 탄생된 것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지름 188-155미터, 둘레 527미터, 높이 57미터에 이른다.

서기75년 '베시파시아누스'황제에 의해 착공 5년 후인 80년 그의 아들 '데이토우스' 황제 때 완공되었다. 본명이 '푸리비우스가의 원형극장'인 것은 그들 가문의 이름 때문이다. 개회식은 거의 100일간 거행되어 수많은 검투사와 5천마리 가량의 맹수가 사용되었다. 물을 가두어 모의模擬 해전장으로도 썼으며, 그라운드 나락에 '리프트'를 비롯 갖가지 연출장치, 맹수의 우리, 검투사들의 양성소, 대기장소등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제나(경기장)'의 피를 보고 환성을 질렀다. 폭군 '네로'가 기독교인을 사자 밥으로 학살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는 것은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콜로세움의 건축술은 미의 극치다. <아치 중의 아치, 자연의 봉화처럼 달빛의 흐름 속에 콜롯세움은 서 있다>라고 시인 '바이런'이 감탄한 것처럼 7만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었던 이 거대한 석조건물은 아무래도 인간의 솜씨인 것 같지 않다.

콜로세움은 로마문화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 상징물에 다름 아니다. 제작자는 신이요 연출자는 악마의 것이었다. 그것은 잔인성과 아름다움을 함께 지닌 로마의 신 '야누스'다. <콜로세움이 있는 한 로마는 존립할 것이며, 콜로세움이 허물어질 때 세계 또한 허물어지리라>는 말은 거짓이 아닌 것 같다.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에서 콜로세움의 인상을 다음과 같이 남기고 있다. '이 원형극장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한결 작아 보인다. 그 영상을 마음속에 간직할 수 없을만큼 그것은 크다. 나중에는 또 더 작았던 것처럼 생각되어 다시 그것에 가 보면 그 전보다 한층 크게 여겨지는 것이다.'

트레비의 분수 애천愛泉

분수의 거리 로마에서 특히 빼어난 곳은 트레비 분수, 처녀의 샘이다. '어깨너머로 동전을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의 샘, 생동하는 말과 패각 위에 해신 '네프튠'의 조각을 적시면서 폭포처럼 코발트빛으로 소쿨지는 샘물, 어느 소녀가 목마른 로마 병사에게 이 분수의 우물터를 가르쳐 주었다는 곳이어서, 향수에 목마른 나그네들이 잠시 서서 그 옛날 소녀처럼 수줍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곳이다. <사랑의 우물이에요. 당신의 영혼을 적셔주는 사랑의 우물이에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선협 2003-08-31 18:04:23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준비 중입니다.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박 하 참 박 2003-08-31 09:46:34
집에서 세계여행도하고 공부도하고 하여간 박기자님 잘봤습니다.
서울 친구왈 이라크가 무슨무슨 문명의 발생지라 하던데 요즘 깜박거려서
이라크도 하번부탁해용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