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의료와 요양, 식사·주거지원이 동시에 필요한 주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천 제물포구가 돌봄 사각지대 발굴에 나섰다. 복지서비스를 신청하러 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보험과 장기요양 정보를 활용해 고위험군을 먼저 찾고 실제 생활환경까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제물포구는 오는 10월 2일까지 의료·요양 등 복합적인 돌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은 주민 1185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각 동 행정복지센터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가정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통해 건강과 일상생활 상황을 확인한다.
현재 제물포구 주민등록인구가 9만9217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 대상은 전체 주민의 약 1.2%에 해당한다. 제물포구는 지난 7월 옛 중구 내륙지역과 동구가 통합해 출범했으며 18개 동을 관할하고 있다. 새 행정구역 출범 초기부터 지역별로 흩어진 보건·복지자원을 하나의 돌봄체계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조사 대상에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중점관리 대상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의료·돌봄 복합욕구가 있는 것으로 분류된 주민이 포함됐다. 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 이용자뿐 아니라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등급외 A·B 판정자와 신청 기각·각하자도 조사한다. 기존 제도에서 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주민까지 다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단순히 질병 여부만 확인하지 않는다.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과 식사 해결 여부, 이동과 가사활동의 어려움, 의료기관 이용 상황, 주거환경 등 일상생활 전반을 확인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한다. 의료는 필요하지만 돌봄이 없거나,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해도 식사나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사례처럼 여러 문제가 겹친 가구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방식은 올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과 맞닿아 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 3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노쇠나 장애, 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이 요양시설이나 병원에 장기간 머무르지 않고 기존에 살던 지역에서 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생활·주거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다.
시행 초기부터 돌봄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지난 6월 26일까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에서 통합돌봄 신청·접수를 마친 사람은 4만6215명이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4만5619명으로 98.7%를 차지했으며 약 3만7000명에게 실제 맞춤형 서비스가 연계됐다.
국내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지역 단위의 돌봄 수요는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평균 530만6000원, 본인부담금은 125만2000원이었다. 고령화가 의료와 생활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체계의 필요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특히 통합돌봄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필요한 주민이 직접 신청하지 못하면 지원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생활하는 고령자, 가족과 단절된 주민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거나 행정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선제적인 발굴이 중요하다.
제물포구도 지난 7월부터 자체 의료·요양 통합돌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자의 욕구와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고 보건의료와 일상돌봄, 주거환경 개선 등 8개 분야의 서비스를 연계하는 구조다. 서비스 제공 이후에는 모니터링과 사후관리도 진행한다.
이번 전수조사가 실제 돌봄 안전망 강화로 이어지려면 조사 인원 자체보다 발굴 이후의 서비스 연계율이 중요하다. 1185명 가운데 실제 돌봄 공백이 확인된 인원이 몇 명인지, 방문진료·식사·가사·주거지원 등 어떤 서비스가 부족한지, 지원 이후 생활상태가 개선됐는지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물포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별 가구에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하도록 지원하고 관계기관과 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새로 출범한 자치구인 만큼 기존 중구 내륙과 동구에서 각각 운영하던 돌봄자원을 지역 전체 단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는지도 향후 통합돌봄 체계의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찬진 제물포구청장은 “이번 전수조사로 위기가구를 선제 발굴해 구민 모두가 편안하게 의료·돌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촘촘한 돌봄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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