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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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영화는 본 칼럼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간첩들을 희화화해 표현하고, 간첩들의 의리와 우정을 부각해 논란이 된 ‘은밀하게 위대하게’/영화 홍보 화면 캡처
특정 영화는 본 칼럼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간첩들을 희화화해 표현하고, 간첩들의 의리와 우정을 부각해 논란이 된 ‘은밀하게 위대하게’/영화 홍보 화면 캡처

우리가 별 경계심 없이 보고 즐겼던 영화의 제작자와 배우들이 불과 몇 년 후 매국노라는 오명을 쓸 개연성이 커 보인다.

자, 내일이라도 당장 북한이 붕괴하고, 북한 내부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한 대중문화 공작 문건이 드러난다고 가정해 보라. 현재로선 그럴 개연성은 매우 높다. 과연 거기에 한국의 영화나 대중문화 창작 지침이나 작가를 포함해 제작진 이름이 들어 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가?

우리가 좀 거북하다고 느껴 온 영화 대사나 노동계의 주장이 이렇게 시시때때로 곳곳에서 나오는 게 우연이라고 보는가? 이는 계속해서 간첩이 잡히고 있는데 “요즘 간첩이 어디 있어?”라는 말처럼 비현실적이다.

현재로서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북한의 실질적인 레짐(Regime)은 무너진 상태로 형태만 유지하고 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북한 수뇌부 일부에서 민감한 문건 사본을 확보하고 있을 개연성 또한 아주 높다.

그 문건이나 증언이 폭로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광화문에서 행인들의 휴대폰을 전량 압수하는 것만큼 자유 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북한에서 대남 공작에 종사하는 인원만도 1천 명은 족히 될 테니까. 그 비밀은 비밀이 아니다.

세상만사는 그저 어제처럼 오늘이 가고, 또 내일이 오다가 어느 날 아침에 깨어나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그 어느 날이 아주 가까워졌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

지금 북한 당국은 이 나라에서 대중문화는 물론 정치계, 노동계, 언론계, 문화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교묘한 손길을 뻗고 있다. 현 정부는 그걸 막을 의지도 없고, 막을 수단도 모두 폐기했다. 정치와 노동은 아주 노골적이라 내놓고 하는 거지만, 그 영향력이 매우 은근하면서도 고차원적으로 미치는 분야가 언론과 대중문화이다.

나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뉴스를 생산하고, 카메라가 돌아가면 연기를 할 뿐이다. 일개 배우가 그런 깊은 고민까지 해야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간첩을 미화하거나 또는 희화화하고, 인기 절정 미남 배우를 쓰는 것을 동족에 대한 배려와 미담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춘원 이광수가 1922년 ‘민족개조론’을 쓸 때 이 나라가 광복이 될 줄 알았을까? 그가 무슨 생각을 했든 당연히 지식인으로서 회복할 수 없는 과오로 남았다. 일제와 함께 멋진 신세계를 살아갈 우리 민족의 개조를 위해 부역한 것이다. 패배주의에 젖었던 당시 우리 민족은 일제를 미워했지만, 적으로 규정할만한 명분과 힘조차 없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민족사의 새판이 짜진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북한은 당시 일제와 다르다. 눈앞의 주적이다. 북한이 무너지면 이 나라 좌파의 숙주(宿主)가 사라지는 격이다. 이런 사태는 건국 이래 좌·우로 나뉘어 아귀다툼을 벌여 온 이 나라 시스템과 사회 전체에 가장 큰 충격파를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충격 이후로 좌파가 집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동족이라 다르지 않을까? 그것은 북한 주민의 문제이지, 수뇌부나 그와 연루된 범죄까지 덮어줄 국민은 없다. 한국전쟁으로부터 테러, 스파이 공작 등 범죄에 대한 냉혹한 응징이 따를 것이다.

지금 좌파들은 과거 친일파를 ‘파묘’할 때가 아니다. 자신의 생매장을 걱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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