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자위대의 편제 변화가 말하는 것, 일본은 실존적 위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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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자위대의 편제 변화가 말하는 것, 일본은 실존적 위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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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미국, 호주, 일본 연합훈련 중/육상자위대 페이스북
26년 미국, 호주, 일본 연합훈련 중/육상자위대 페이스북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시선은 대체로 경계에 가깝다. 일본 방위성은 2022년 ‘국가방위전략’과 ‘방위력정비계획’을 개정하며 방위비 증액과 반격능력, 이른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공식화했다. 이후 방위비는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2026년에는 약 9조400억 엔 규모로 늘어났다. 순항미사일과 도서 방위용 고속 활공탄 운용 부대 신설, 이즈모급 다용도 운용모함의 전력화 등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한국 언론과 여론이 이를 우려하는 배경은 분명하다. 일본은 평화헌법 아래 전수방위 원칙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방위정책 변화는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인 군사력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읽힌다. 일제강점기의 기억,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문제 등이 남아 있는 한국 입장에서 일본의 군사력 확대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본이 과거 침략의 역사를 충분히 성찰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이러한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 방위력 강화의 구체적 방향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곧바로 한국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육상자위대의 편제 변화는 일본이 어디에 안보적 초점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육상자위대는 2010년대 이후 다수의 전차부대를 축소하거나 해체했고, 일부 부대는 Type-16 기동전투차를 운용하는 정찰전투대대로 재편했다. 기존의 중장비 중심 전력보다 신속 전개와 기동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꾼 것이다.

각 사단에 신속대응연대가 설치된 점도 같은 흐름에 있다. 이 부대들은 유사시 수송기 등을 활용해 병력을 빠르게 전개하는 임무를 맡는다. 새로 배치되는 장비 역시 대형 중장비보다는 수송과 전개가 쉬운 경량 장비가 중심이다. 중장비 도입 계획이 축소된 점까지 고려하면, 육상자위대가 한반도 방향으로 대규모 지상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일본 주변 도서 방위와 탈환 작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일본 방위백서와 육상자위대 교범이 강조하는 핵심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일본은 ‘섬 지역을 포함한 일본 공격 대응’을 중요한 방위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육상자위대의 주요 작전 개념 역시 이도 작전, 즉 낙도와 도서 지역에서의 방어·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적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신속대응연대를 예상 지역에 전개하고, 스탠드오프 미사일과 항공·함포 화력으로 상륙을 저지하거나 점령된 섬을 탈환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전 구상은 중국의 남서제도 압박과 대만해협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서침공시 도서탈환을 위한 작전/방위성 웹사이트
도서침공시 도서탈환을 위한 작전/방위성 웹사이트

한국의 국익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수입의 약 30%, 수출의 약 23%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해협의 불안정은 단순한 외교·안보 사안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중국 해군은 이미 함정 수 기준으로 미국 해군을 앞질렀고, 총 톤수에서도 2030년대 초중반 미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국내 정치 변화와 대외 개입 의지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역내 국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는 한국에 일방적 위협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일본이 남서제도와 대만해협 일대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능력을 갖출수록, 한국의 해상교통로와 경제 안보에도 일정한 안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공백이나 개입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은 역내 균형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에서도 다극화되는 인도·태평양 질서 속에서 일본의 리더십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일본 사회 내부의 변화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제국주의 시기의 군국주의적 동원이 오늘날 일본 자위대와 일본 사회에서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 유학 시절 도쿄 인근 부대에서 근무하던 육상자위대 A이등육좌와 나눈 대화도 이를 떠올리게 한다. 자위대에 군종장교 제도가 없는 이유를 묻는 자리에서, 신토 신관 등이 군종 역할을 맡아 과거처럼 천황을 위해 복무하자는 식의 정신교육을 하면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요즘은 그런 생각을 가진 대원이 거의 없다. 대부분은 자기 가족과 나라를 지키겠다는 생각이지,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말을 해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이런 개인적 경험만으로 일본 사회 전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국민 다수가 대의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헌법 개정 여론과 별개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에는 낮은 지지를 보인다는 점은 중요한 배경이다.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여론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곧 침략전쟁을 원하는 여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방위정책 변화를 평가할 때 과거사 인식과 현재의 전략 환경을 구분해 살필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한국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 투명성과 문민통제, 전수방위 원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의 모든 군사력 확대를 한국에 대한 직접 위협으로만 해석하는 접근 역시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

21세기 동아시아의 핵심 변수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대만해협의 불안정성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질서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인 국익의 문제다. 비스마르크식 세력균형론을 그대로 오늘날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힘의 공백이 불안을 키운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는 경계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중국의 압박을 완충하고 한국의 해상교통로를 안정시키는 전략적 변수이기도 하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감정적 찬반이 아니라,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따지는 균형 잡힌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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