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중음식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이가 지긋한 몇 명의 주객이 모여앉아 술안주로 간재미 찜을 시킨 모양이다. 이때 부수적으로 따라 나와야 할 겨자장이 안 나오고 고추냉이장이 나왔다. 손님이 주인에게 겨자 장을 주어야지 사시미를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와사비장을 주냐고 묻는다.
주인은 고추냉이 장을 가리키며 와사비나 겨자나 같은 거 아니냐고 되 뭇는다. 손님은 와사비와 겨자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을 한다. 아마도 주인은 겨자와 고추냉이가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보기도 그러하다 요즈음 겨자가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나고 대신 고추냉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다른 양념을 청한다. 그러면 다데기 라도 달라는 것이다. 주인은 얼큰하게 보이는 고추와 마늘을 다진 양념장을 손님 앞에 갖다놓는다. 손님과 주인사이에 몇 마디 나눈 대화중에 본인들도 모르게 일본말이 오갔다. 이것은 일상 사용하는 익숙한 용어로 어떠한 부담도 서로 느끼지 않고 한말들이다.
손님은 노년층에 속해 과거일제의 잔재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았고 주인은 젊은 층에 속해 오간 얘기가 우리말 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옆에서 듣는 사람으로서는 거북하게 들렸다. 이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겨자와 고추냉이는 분명 다르다. 겨자는 한자로 개자(芥子)라고도 쓰며 십자화(十字花科)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예로부터 오랜 세월을 거쳐 향신료와 약용으로 사용해왔다. 겨자는 씨를 먹는다.
그러나 와사비(わさび- 山葵-和佐比)는 같은 십자화과의 다년생식물로 일본에서는 뿌리를 갈아 양념으로 사용하며 특히 생선회를 먹을 때 곁들이면 식중독을 예방하는 유익한 양념이다. 뿌리의 맛이 고추와 같이 매워서 그러한지 우리말로는 고추냉이라 한다.
한국에서는 울릉도가 서식조건이 좋으며 뿌리를 말려 분말로 만들어 신경통 류머티즘의 특효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요리를 할 때 겨자와 고추냉이의 맛과 용도가 비슷하여 혼돈하여 사용한다. 어느 가정에서는 냉면에도 고추냉이를 풀어먹기도 한다. 이러면서 고추냉이에 밀린 겨자는 제자리를 잃으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처럼 고추냉이는 이름까지도 와사비로 정착하여 우리생활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음식점 에서 고추냉이란 말을 못 들어 봤다. 거의가 와사비라 부르며 와사비래야 통한다. 우리이름으로 부르기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겨자와 고추냉이쯤은 구분 할 줄 아는 분별력쯤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사시미(さしみ-刺身)는 무엇인가? 이 역시 순수 일본말이다. 요즈음은 생선회라는 우리말을 찾아 사용하는 이가 많아 다행한 일이다. 사시미란 한자(漢字)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글자대로 라면 몸뚱이를 칼로 찌른다는 말이다. 물론 생선의 몸뚱이 이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다데기란 말이 좀 매끄럽지가 않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식당에만 가면 으레 다데기를 찾는다. 이것은 우리말도 일본말도 아닌 변질 어 이다. 본래는 일본말의 다다기(たたき- 叩き-敲き)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가진 양념을 두드린다는 뜻으로 이에 맞는 말로 바꾸면 양념다짐에 해당 한다.
단순히 다진다는 것만 으로는 말이 안 되고 앞에 반드시 전치사를 붙여야한다. 고기다짐, 생선다짐처럼 말이다. 양념다짐도 아닌 그냥 다짐은 머리는 없고 꼬리만 있는 말이다. 다다기나 다데기는 사용하면 안 되는 일본 말. 또는 변질 어이다. 빨리 바로잡아 우리말로 고쳐야 한다. 2세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제나라말도 제대로 모르는 어른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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