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뭐 하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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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 시절의 이재명 후보/이재명 페이스북
소년공 시절의 이재명 후보/이재명 페이스북

 

“아부지 뭐 하시노?” 영화 '친구'에 나오는 이 유명한 대사는 우리 세대가 자라면서 흔히 들어 온 말이다.

이제 갓 산업화에 들어선 ‘70~’80년대 무렵 아버지의 직업은 곧 가족들의 아이덴티티와 직결된다. “아버지 직업이 뭐냐?”라는 물음은 농부냐, 아니면 공무원이나 회사원과 같은 지식인이냐를 묻는 것이다. 여기서 공장 노동자나 탄광 광부 등 막노동 근로자는 농부에 속할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가 불러온 극단적 이분법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공무원이면서 동시에 농부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모내기와 추수철에만 농사를 거드는 터라 그냥 지나치는 질문이다 싶으면 농부라 답하고, 서류에 기록할 때는 공무원이라 적었던 기억이 있다. 이 경우 ‘농부’는 거짓말에 가깝다고 봐도 좋다.

어제(18일)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니스트가 쓴 ‘이재명과 그의 자전적 기록의 진실성 문제’라는 글에서 다시 아버지의 직업 문제와 이재명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나는 그와 같은 고향인 안동 출신이라 그의 아버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정도 진실성을 판단할 관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이재명 후보 자신의 말을 근거로 다양한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의 아버지는 최소 7가지 이상 아이덴티티를 가진 분으로 추측된다. 그의 아버지는 농부이면서 동시에 교사, 탄광 근로자, 순경(경찰), 공군 하사관, 청소부, 심지어 도박중독자였다는 말이 된다. 근거가 전혀 없진 않다고 본다.

안동 지역에서 그의 아버지에 대한 증언을 종합하면 한 마디로 ‘배운 한량’이다. 그의 출생지라고 주장하는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을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장터인 봉화군 재산면의 한 식당 할머니는 그의 아버지를 아주 자세히 기억하면서 “아주 유명한 한량이었지”라고 강조해서 말했다. 같은 시기에 나의 누나가 다니던 예안중학교의 분교(인계분교)를 다니던 그의 친형인 고 이재선 씨를 통해 들었다는 아버지 이야기 역시 같았다.

그의 아버지가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청구대학(영남대 전신) 법학과를 중퇴한 후 이 직업 저 직업을 떠돈 경우다. 그렇다면 그의 아버지는 생업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 봐야 한다. 사실 우리는 이재명 후보의 아버지가 화전민인지 순경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잠시 경찰복을 입었다거나 산전(山田)을 일군 적이 있다 해서 경찰이나 화전민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유권자인 우리는 그가 필요할 때마다 아버지의 모습을 다르게 설명하는 것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조작하는 일이므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서전에서 “아버지는 도박중독자였다”라고 쓰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는 “남 것 탐하지 않고 성실하게 사신 아버지”라고 썼다. 과연 그런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아버지가 존재할 수 있을까? 특히 보수적 전통을 배우며 자란 평범한 안동 사람인 나라면 그처럼 정체성이 모호한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떡국에 얹는 꾸미’처럼 나를 장식하는 그 무엇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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