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건천 오봉산 '여근곡'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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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건천 오봉산 '여근곡'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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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손을 배 위에 얹고 누워 있는 모습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 방향으로 가다가 경주터널 지나서 자세히 보면 우측에 오봉산 중간 산허리를 뻗은 능선은 동쪽 앞산을 향해서 유순히 내려 뻗었는데 사람들은 이 들판을 "썹뜰“이라고 부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씹뜰“이라 부른다.

이 "썹뜰“ 마을 뒷산을 신라 때부터 흡사 여자 성기의 골짜기와 같다고 해서 일찍부터 이 골짜기 마을을 두고 여근곡(女根谷)이라고 불렀다. 건천읍을 지나가는 철길과 일반국도, 지금은 고속도로까지 이 앞을 달려가고 있지만 차창으로 서쪽 산을 쳐다보노라면 이 능선과 계곡이 흡사 여성의 그 곳을 닮아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혹은 가까이서 보아서도 이상 하리 만큼 그곳이 둥글고 또 돋아 있어서 가운데의 도톰한 모양은 그림으로 그려도 어떻게 여자의 그것과 흡사하게 닮도록 그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닮아 있다. 그런데다가 그렇게 도툼하고 불그레한 한복판 밑에서는 사시사철 질퍽한 물이 가뭄 없이 쏟아나고 있다.

이 여근곡을 미쳐 못가서 마을 입구에 제법 큰 연못이 있다. 이 연못 이름이 불심지다. 불교 설화에는 부처가 마야 부인의 옆구리로 태어났다고 하는데 성인도 역시 여근을 통하지 않고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며 우주 만물이 음양과 오행의 조화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임을 세삼 깨닫게 한다.

마을입구 전망대에서 산세를 가만히 살펴보면 임산부가 손을 배 위에 얹고 누워 있는 모습이다. 이래서 사람들은 자연을 보고 재미난 상상을 하는가보다.

이 마을사람들은 정월대보름이면 정갈한 제사장을 뽑아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찌르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나기 때문에 동제를 통해 예방을 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옆 동네 청년들이 몰래 샘을 후비기도 했으며 이런 일 때문에 한 때는 외지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고 하고 또 이곳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가 죽어서 묻히면 최고의 명당으로 꼽기도 했다는데 이것은 죽어서도 여성과 가까이 있고픈 남성들의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죽은 남성의 희망사항과 달리 이곳에 남성의 무덤이 들어서면 틀림없이 비가 오지 않거나 괴질이 돌았다고 한다. 마을에 이런 변고가 생기면 사람들은 몰래 쓴 무덤을 찾아 없애기도 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서울에서 경주 부윤으로 부임해 내려오려면 이곳을 지나야 하는데 여근곡을 보게 되면 재수가 없어진다고 하여 영천에서 안강으로 노팃재를 넘는 먼 길을 돌아 부임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6·25 전쟁 당신 국도변을 따라 행군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고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고 야단법석을 떨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건천 시내를 통과해 10여분 정도 가다가 신평 2리 라는 표지를 보고 좌회전해서 철도 건널목을 통과하자마자 그 옆 단층집 옥상은 전망대라고 쓰여 있었는데 아마 그곳이 여근곡을 보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이고 담장에 여근곡을 찍어놓은 사진과 설명이 붙은 액자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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