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맥주, 天池, 그리고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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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맥주, 天池, 그리고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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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물'을 '물류(物流)'에 내 줄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점점 물부족 국가가 되고 있는데 물이 모두 말라서 먹을 물이 없게 되면, 하루 빨리 통일해서 백두산 천지에 6천만 국민이 빨대 꽂고 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지리 선생님의 수업시간 여담으로 들은 말이다. 우리에게 백두산 천지에 빨대 꽂을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안타까운 사실 하나. 이미 오래 전에 중국 측에서 장백산(長白山)이란 이름으로 백두산이 개발돼 천지도 급격히 오염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우리가 지금 백두산 천지의 물이 아니라, 낙동강과 한강, 영산강의 물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먹는 샘물'이라 불리는 지하수를 먹기도 하고, 개인 또는 동네 공동으로 쓰는 우물을 파서 먹기도 한다.

더러는 산에서 약수를 떠다 마시기도 하고, 더러는 수돗물을 정수기로 걸러서 먹기도 한다. 그리고 아직도 국민의 대다수는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수도가 가진 최대 이점은 바로 강의 물을 그대로 식수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강은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곡류하천, 산에서 발원해 굵고 잔 자갈과 모래 등을 거치는 계곡하천의 특성을 지닌다. 이는 수질의 자연 정화능력을 매우 뛰어나게 해주는 특성이다.

우리 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데 있어 문제점이 있다면 지류에 건천(乾川)이 많다는 것이다. 지류에 건천이 많으면 건기에는 이 문제가 본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이는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를 댐건설로 해결하는 대신 물을 막아 생긴 인공호수, 특히 수문 근처의 쓰레기 오염이라는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특히 그 모든 오염물질이 퇴적되는 하류는 그 오염도가 더하다. 한강 하류 서울구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오염은 상수도 처리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울시 수돗물의 경우 현재 '아리수'라는 브랜드로 상품화까지 시켰다.

문제는 대운하를 파는 경우에는 이렇게 좋은 우리의 수돗물이 더 이상 그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운하를 만들면 필연적으로 곡류하천이 직강화되고, 강폭이 넓어지며, 강바닥의 골재가 준설되는데, 이는 앞에서 말한 우리 수돗물의 이점을 거의 다 잡아먹는다.

이명박 당선자가 핵심 공약이라 주장하는 대운하는 당선자에겐 물류, 관광의 문제다. 그러나 일반국민, 특히 서민들에겐 그런 문제가 아니다. 먹는 물의 문제다.

상수도 요금, 그리고 먼 미래에는 물 자원의 수입과 같은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굉장히 절박한 문제다. 물론 이는 금세 서민들로부터 부유층까지를 치고 올라오는 문제가 될 것이다.

대운하를 만들지 않은 지금도 부유층은 '에비앙 먹을까? 삼다수 먹을까?'를 고민하지만 이것들의 기회비용으로서 수돗물이 없어진다면 물 값은 매우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운하를 만든다는 발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와 같은 곳에서 따 온 것이 아니다. 바로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따 온 것이다.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 맥주의 제조술이 발달된 것은 프랑스에서 와인의 제조술이 발달한 것, 중국 일부 지역에서 차 문화가 발달한 것과 마찬가지로 수질이 좋지 않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강물이 먹는 물로서는 부적당했기 때문에 약간의 알코올 성분이 생기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건강을 위해 깨끗한 물을 섭취하고자 하는 노력의 소산이 맥주였던 것.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 곳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운하의 이용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독일의 사정과 전혀 다르다. 그 다른 것이 부정적이라면 모르되, 매우 긍정적이다. 물 부족이 심각한 나라들에서 전혀 상상이 불가능한 '강안 직접 취수'라는 방식으로 상수도를 취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독일에서는 취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지금 대운하 개발 찬성 측에서 내는 자료를 보면 대체 '생 돈을 못 써서 미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다. '간접취수'라는 방식만 봐도 그렇다. 간접취수법은 강 바깥쪽에 강과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관정을 파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 또 다른 관정을 파는 방식이다. 이는 관정을 팔 때마다 '세금을 부르는' 방식인 것이다.

또 하나, 우리나라는 무분별한 개발로 지하수의 고갈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지하수의 고갈 부분을 지표수, 하천수 등이 메우고 있는 것인데, 이것들이 침투하면서 여과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이미 오염된 물에 관한 한 자정능력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간접취수방식으로 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안전한 물을 먹게 되리라는 것은 지금 상태에서도 허구라는 뜻이다.

가장 한심한 것은 "하천 바닥을 준설해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골재를 건설 공사에 쓰기 위한 비용을 대는 데 쓴다"는 말이 아주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건축업자에게는 '대통령(?)이 내린 선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조금이라도 깨끗한 물을 먹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게 '쥐약'이 될 수 있다.

물론 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 바닥을 준설하고, 강폭을 넓히고, 직강화해야 한다.

일단 강폭을 넓히고 직강화하는 것은 유속이 빨라지게 만들고, 올바른 생태환경이 지속될 수 없게 만든다. 오염물질을 하류로 강하게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참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준설이다. 모래와 골재의 대부분을 파서 건설 공사에 쓰게 되면, 이들을 통해 여과되고 정수되던 강은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화물선이 배출하는 온갖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는 운하의 옆에서 간접취수를 한다 한들, 자정능력도 없고 이전보다 더 오염된 그 물을 마시게 될 것은 상당히 찜찜하다. 또 하나, 만약 서해안에서 터진 것 같은 사태가 대운하 구간에서 발생한다고 할 경우에 일어나게 될 식수대란에 대한 대비는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런데 왜 이 당선자는 더 이상의 오염만 통제할 수 있다면 가능한 '먹는 물 관리'를 포기하고, 운하의 개발 쪽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 것인가?

그 복잡한 속내는 차차 알아 볼 일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그 누구도 먹는 물에 '운하'를 만들겠다고 들이대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운하를 추진하는 이들은 지금 당장 운하를 파도 단기적으로는 '물을 먹는' 문제에 별로 곤란을 느끼지 못할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그들은 당장 눈 앞의 돈에 눈이 멀어 그 이후에 먹는 물을 먹지 못하는 사태, 그 재앙에 관심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먹는 물'을 '물류'에도 '관광'에도 내 줄 수 없다. 아니, 국제 경쟁력 제고라는 미명하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먹는 물'을 도매금으로 팔아먹는 행태에 대해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운하 가진 나라를 부러워하고 우리나라를 운하가 있는 또 하나의 나라로 5년 내에 등록시키는 것에 목을 매는 건 좀 그렇다. 아니, 좀 그런 정도가 아니라 그런 이들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그 대신 '먹는 물 관리'를 잘 해서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여전히 강에서 바로 물을 취수해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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