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지만, 이 병으로 숨진 중국의 의사 리원량이 숨진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BBC가 1주기를 맞아 고인의 행적을 소개했다.
지난해 1월 현지 관영 매체에서 리 박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상반된 보도가 나오자, 그가 근무하고 치료를 받았던 우한 병원에서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
당시 34세의 리 박사는 2019년 12월 말 동료 의료진에게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다. 사흘 뒤 그를 방문한 경찰은 멈추라고 했다. 리 박사는 병원으로 복귀한 뒤 코로나 19에 감염됐다. 환자에게서 옮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3주간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리 박사는 병상에서 자신의 얘기를 웨이보에 올렸다.
그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우한 중앙 병원의 안과 의사 리원량입니다"라는 말로 첫 게시물을 시작했다. 리 박사의 게시물은 중국 코로나19사태 초반 당국의 코로나 대응이 얼마나 부적절했는지를 보여준다.
2019년 12월 리 박사는 코로나19 사태의 중심부에 있었다. 당시 그는 사스(SARS)와 비슷하다고 추정했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7명의 사례를 접했다. 감염원은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으며, 환자들은 우한 중앙 병원에 격리됐다.
같은 해 12월 30일, 리 박사는 단체 채팅방에서 동료 의사에게 방역복을 입으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만 해도 리 박사는 문제의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라는 건 몰랐다.
나흘 후 그는 중국 공안에 소환됐다. 공안은 그에게 편지에 서명하라고 지시했다. 편지에는 그가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히고", "거짓말"을 한 혐의가 적혀 있었다.
"엄숙히 경고합니다. 그런 불손한 태도로 계속 고집을 부리면서 이런 불법 행위를 지속할 경우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그 밑엔 리 박사의 글씨체로 "네, 알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리 박사는 경찰이 "유언비어 유포"로 조사하고 있던 8명 중 하나였다.
2019년 1월 말, 리 박사는 웨이보에 공안국의 편지를 공개했다. 우한 당국은 그에게 사과했지만, 너무 늦은 사과였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우한 당국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병에 걸린 동물을 통해서만 전파된다며,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우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이런 주장으로 당시 의사들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어떤 지침도 받지 못했다.
공안국에 소환된 지 일주일 뒤, 리 박사는 녹내장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이 환자가 코로나 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는 웨이보에 지난해 1월 10일 기침을 시작했고, 다음 날 열이 나 이틀 후 입원한 경위를 적어 내려갔다. 그의 부모님도 감염돼 입원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월 20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포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 뒤다.
당시에는 코로나 검사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리 박사는 코로나 검사를 여러 번 받았지만, 매번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30일 그는 다시 글을 올렸다.
"오늘 핵산 실험 결과 양성이 나왔다. 상황이 진정됐고 난 마침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혀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 이모티콘으로 심경을 표현했다. 웨이보 사용자들은 이 게시물에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을 남겼다.
한 사용자는 "리원량 박사는 영웅이다"라고 댓글을 달며, 리 박사의 이야기가 중국의 실상을 드러낸다고 우려했다.
"미래에 의사들은 어떤 전염병의 징후를 발견해도 이에 대해 알리는 것을 더 두려워할 것입니다."
"안전한 공중 보건을 위해선 우리는 수천만 명의 리원량이 필요합니다"라는 글도 있었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뒤인 2월 7일, 그는 3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리 박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분노와 슬픔의 물결이 웨이보를 뒤덮었다.
리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중국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하면서 그의 SNS 계정엔 희망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 그리고 우한은 일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리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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