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내각 각료들에게 로빈 쿡 영국 전 외무장관과 같은 정치적 소신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지나친 욕심이었던가.
블레어 총리의 오랜 친구이자 외무장관 출신인 로빈 쿡 여당 하원 원내총무는 영국의 이라크전에 반발하며 블레어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지난 17일 사임했다. 로빈 쿡의 사임은 국제 사회의 지지도, 국내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영국군 파병의 반도덕성을 폭로하고 침략전쟁에 경종을 울리며 전세계 정치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하나같이 우리에게 "숙연함"은커녕 "수치심"만 안겨주며 "속빈 강정"같은 무기력한 실체만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26일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국제정치 이론을 보면 동네에 골목대장이 있다면 골목대장이 나서서 질서를 잡는 게 안정에 좋다"며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또 같은 날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조기 파병 결정은 정말 잘한 것"이라며 학살전쟁의 공범이 되고싶어 혈안이 되어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사임도 두려워하지 않고 양심과 소신을 지키는 애국자가 아니라 한미동맹이라는 허깨비만 붙잡는 무소신 권력형 해바라기들만 청와대에 들어앉은 것인지 통절하고 통탄스러울 뿐이다.
로빈 쿡이 사임하면서 블레어 총리에게 던진 신랄한 질문과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로빈 쿡은 사임 성명에서 "영국의 이해관계는 일방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다원주의적 합의와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 질서에 의해 최고로 보호받는다"는 말을 남겼다.
참여정부는 대한민국의 국익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동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염원하는 국제적인 합의와 격렬한 반전 여론을 존중할 때 최고로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 "발가벗은 임금님"이 되어버린 참여정부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전세계 조롱꺼리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날마다 모든 세상이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