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시작됐다. 강렬한 태양과 숨막힐 듯 한 습기가 가득한 대구의 열기는 올해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모양이다. 이렇게 뜨거운 여름날, 매년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대구의 축제가 있다. 바로 강정보의 디아크 광장에서 열리는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이다. 정보를 미리 알고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강정보를 산책하다 우연히 현대미술과 조우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만의 독특한 묘미이다. 또한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매년 일반시민과 미술전문가에게 동시대 미술의 현장을 경험하게하는 대구의 유일한 현대미술전시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2016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5’를 어디 한 번 속속들이 들여다보자.
오후 늦게 도착한 강정보. 넓게 펼쳐진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놓여져 있었다. 처음 디아크 광장으로 들어서자마자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파란 하늘빛과 잘 어우러진 구름무늬 목마 조각이었다. 이상헌의 ‘어린 시절’이라는 작품으로 작가가 어릴적 아버지와의 추억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곤충을 의인화 하여 경쾌하고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김생화 작가의 ‘곤충 오케스트라’ 와 크게 확대된 알록달록한 물방울이 인상깊은 오태원 작가의 ‘강정의 물방울’이라는 작품도 눈에 들어왔다. 곽훈작가의 라면이 겹겹이 쌓인 작품은 멀리서 보면 ‘이게 뭘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아! 진짜 라면이네!’라는 감탄사가 무심결에 튀어나왔다. 재미있기도 아이러니하기도 한 이 작품과 마주하면서 ‘현대미술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라면’을 뒤로하고 김계현 작가의 블록 조각과 게오르그 클라인 작가의 사운드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계현 작가의 작품은 아이들의 놀이도구인 블록이라는 소재에 작가의 영감을 불어 넣어 예술로 승화시킨 뛰어난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게오르그 클라인의 ‘심화차음장치’ 라는 작품은 마주한 두 개의 구조물 가운데를 관람자가 통과하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독특한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 사운드를 주제로 한 작업이면서도 스피커 모양의 구조물이 감상의 재미를 더 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디아크의 불이 밝혀지면서 작품의 조명도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름밤의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강정보는 밤이 되면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와 더불어 태양빛이 사라지자 낮에는 미쳐 몰랐던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성환 작가의 ‘제 7의 봉인’이라는 작품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 투명 플라스틱 구조물에서 꽃이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는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QR코드를 스캔하여 설문에 응해야지만 꽃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이 작품은 관객이 참여해야 완성되는 인터렉티브 아트 계열의 작품이었다.
이번 미술제의 유일한 영상작품인 최찬숙 작가의 ‘빛의 흐름’ 이라는 작품은 특이하게도 디아크 주변의 잔디에 영상을 띄워 아름다운 효과를 발생시켰다.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이 영상을 발견하곤 자신의 그림자를 영상에 비추어 본다거나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 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한 일본 작가 리에 카와카미의 ‘관점의 빛 2016’이라는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의 형태를 조각으로 나타낸 작품으로 ‘빛을 조각으로 표현’ 한다는 발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밤의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지면서 그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탄한 작품이었다.
이 밖에 이성웅 작가의 ‘흰수염 고래’ 설치작품과 쇠구슬을 하나하나 이어 만든 조각인 임도훈 작가의 ‘불 밭에서 핀 꽃’, 김기조 작가의 십이지신의 말뚝놀이를 표현한 ‘세상사’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그 어느 때 보다 ‘소재의 다양성’ 그리고 ‘발상의 전환’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전시였다. 동시대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대구의 유일한 현대미술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작가들은 물성을 가진 소재는 물론 사운드, 빛과 같은 만질수 없고 형태가 없는 주제를 다루며 공공미술의 여러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그렇다고 마냥 어려운 미술이 아닌 쉽고 위트있게 작품을 풀어낸 느낌이다.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일상 생활공간에서 벽없이 만나는 현대미술 전시라는 개념에서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대중과 호흡하는 미술축제라는 컨셉으로 발전해 왔다.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가운데 미술작품이 자연스레 스며있는 일상이란 참으로 매력적인 시간이 아닐까. 오는 9월 18일까지 이곳 강정보에서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 줄 ‘2016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5’와 함께 모두 풍요로운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