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처럼 고향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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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처럼 고향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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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는 고향으로 돌아가 모래 위에 알을 낳고 죽는다

장날이 되면 시장통은 매우 붐비고 흥청거렸다. 광부와 농부들이 장터로 모여들어 필요한 것을 사기도 하고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하루를 즐긴다.

나 역시 보자기에 싼 책보를 어깨에 메고 읍내를 어슬렁거리며 어머니를 찾아다녔다. 헛걸음치는 날이며 맥이 쑥 빠졌다. 어머니를 뵈면 짜장면과 인절미, 공갈 떡, 하얗고 크며 팥이 많이 든 찐빵을 사달라고 졸랐다.

어떤 운 좋은 날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꺼번에 장터에서 뵙게 되면 그날은 최고의 날이 되었다.

"어머니, 나 짜장면도 먹고 싶고, 찐빵도 먹고싶다."
"둘 중에 하나만 먹어라, 알았지,"

어머니는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신다. 짜장면을 게눈 감치듯 먹고 어떻게 하던지 졸라서 찐빵도 사서 먹은 후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동네 가계에서 왕 사탕도 하나 더 사 주시면 그날은 정말 최고의 날이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실 때가 가끔씩 있었다. 고등어 한 손을 사서 손에 드시고 흥타령을 부르시며 돌아오신다. 동네 입구에서 나는 멍멍이와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멀리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면 달려가 아버지에게 안긴다.

아버지는 왕 사탕 하나를 입에 넣어주신다. "그래 우리 아들놈 잘도 생겼지, 엄마말씀 잘 듣고 공부도 잘했니"하고 물어 보신다. 나는 고개만 끄덕인다. 공부에 취미가 없어 늘 들로만 쏘다녔다. 아버지는 그래도 한번도 나를 야단치신 적이 없었다.

그 시절 나의 부모님은 지금의 나처럼 무엇을 자식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가진 그대로를 사랑하며 애정으로 나를 키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을 내 기준에 따라 양육하려고 하며 스스로의 행동에 많은 제약을 주며 살았다. 아이들 역시 가급적 원하는 것, 모두를 다해 주어도 더 바랄 뿐이고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르며 산다.

어머니와 같이 살던 내 고향의 어린 시절은 꿈이 있었고 낭만이 있었다.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행복이 있었고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왜 그런지 그게 없어 보인다.

지금의 고향도 많이 변했다. 산과 강은 잘려서 동강이 나고 피라미 가재를 잡던 강물은 오염되었다. 사람들의 마음도 무엇인지 각박해졌고 여유와 낭만이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향수병에 걸려 옛날을 그리워한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곳을 못 잊어 고향으로 돌아가 모래 위에 알을 낳고 죽는다. 왜 멀리 가지 못하고 고향 주위를 배회하며 살다가 다시 귀향할까? 노년이 된 지금에 와서야 연어가 왜 멀리 가지 못하는지를 이해할 것 같다.

나는 한 마리의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만나서 사랑을 속삭이고 새로운 삶을 노래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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