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8백만이라는 숫자는 우리 사회에서 아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을 의미한다. 이 전 국민의 전화번호는 물론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가 일시에 공개된다는 것은 한 사회에서 '개인'이라는 의미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에 대해 취약한 인식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공공연하게 노출된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그 위험성을 설명할 수가 없다.
번호안내서비스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거의 모든 이용자의 전화번호가 서비스돼야 한다. 그러나 휴대폰은 유선전화와는 달리 개인에 대한 전속성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결국 번호서비스를 위해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도록 동의하는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매우 제한된 이용자의 동의만으로 이루어지는 번호안내서비스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극히 의심스럽다.
또한 번호안내서비스를 위해 각 이동통신사가 지출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통신의 공공성보다는 이윤추구를 앞세울 수밖에 없는 기업의 생리상 번호안내서비스를 위해 지출된 비용은 모두 소비자의 몫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제도로 인해 이중삼중의 부담을 지게된다.
2003년 연말 법률개정 당시 이미 이러한 문제들이 지적됐으며, 특히 정부차원의 사전조사나 연구 없이 즉흥적으로 법률개정안이 이루어진 데 대한 비판이 많았다. 그럼에도 법 개정 이후 현실성이나 합리성의 판단을 위한 철저하고 면밀한 조사나 연구가 진행된 바도 없다. 안전성과 실용성에서조차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제도가 어느날 갑자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노출된 개인정보는 언제 어떻게 불법적인 차원에서 이용될 지 모른다. 정보통신부가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와 감독을 하더라도 동의절차의 확인만으로는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막을 도리가 없다. 정보통신부는 번호안내서비스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만 한다. 법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주무부처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2005년 7월 13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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