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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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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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에 생기는 종양은 마치 흐르지 않는 물

‘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지만, 흐르지 않는 물에는 이끼가 끼는 법’이다. 비유하자면 자궁에 생기는 종양은 마치 흐르지 않는 물에 이끼가 끼는 것처럼 자궁의 기혈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자궁 속에 쌓인 어혈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자궁의 기혈 순환만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주고, 어혈을 풀어주면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거나 줄어들 수 있고, 크기가 2Cm이하로 작은 경우에는 완전히 없어지기도 한다.

창문 틈으로 싸늘한 기운이 비집고 들어오던 초겨울날, 차가운 바람을 뒤로 하고 한 여성이 찾아왔다. 날씨 탓인가. 얼굴이 새파랗게 얼어있었다. 34세의 H씨. 어두운 얼굴빛은 비단 차가운 바깥 날씨 탓만은 아닌 듯했다.

한방에서는 관형찰색(觀形察色)이라 하여, 외부로 나타나는 형상과 피부색을 보고 질병을 진단하고 있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눈빛에 생기가 없고, 피부 톤이 칙칙해진다. 피부는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얼굴색이 좀 안 좋아 보이네요?”
“지난 10월에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자궁 속에 4.4Cm의 근종이 자라고 있다며 눈 주위가 발그레해지면서 한숨과 함께 마치 고해 성사하듯 털어놓는 그녀의 말 뒤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동안 걱정이 많으셨겠네요.....”
“예전에는 무척이나 건강한 편이었어요. 잔병치레라고는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지금 제 나이 서른넷인데, 서른 살 때부터인가 평소에는 없던 생리통이 생기더라구요. 생리 때면 손발과 아랫배가 몹시 차가워지고 당기면서 허리를 펼 수 없이 아팠어요. 그전보다 생리량도 많이 늘었구요. 올 봄에는 한달에 두 번 생리를 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병원에 갔었는데....”
“혹시 생리 혈이 뭉클뭉클하게 덩어리져서 나오는 적은 없었나요?”
“아, 맞아요. 재작년부터 생리 혈이 짙어지면서 덩어리가 많아졌어요. 그전에는 색깔이 고운 편이었어요.”

이 무렵, 혹시나 하며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 늦게 결혼했기 때문에 아이도 곧 가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6개월마다 검사해서 근종이 계속 자라면 혹을 잘라내든지, 아니면 자궁을 아예 들어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면 영영 아이를 못 낳는 게 아닌가요?”

당연한 이야기다. 자궁을 절제하면 아이 낳기는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어머니로서의 삶은 완전히 상실되는 것이다.

자궁근종은 10명 중 3명은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여성에게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살혹’으로 불리며, 자궁 근육층에 생기는 일종의 양성 종양이다. 보통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의 여성에게 주로 생긴다. 요즘 들어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20대 여성에게서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출산 유무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전혀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근종이 생겨서 억울해하는 여성들이 많은 반면에 근종이 자라는 부위와 그 크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지럼증과 피로 증상은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공통된 증상 중의 하나이고, 없던 생리통이 갑자기 생긴다든지 생리혈이 덩어리져서 나온다든지 생리 주기가 갑자기 문란해 졌을 때, 또 예기치 않았던 부정출혈이 생긴다든지 하복부에 뭔가 만져지는 것이 있다든지 소변을 유난히 자주 보거나 성교시 통증을 갑자기 느끼게 되면 반드시 자궁 검진을 받아보도록 해야 한다. 또 유난히 안색이 창백해지고, 가슴이 이유없이 두근두근 뛰는 증상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근종의 크기가 6Cm이상이면 의학적으로 수술케이스로 분류하고 있다. 또 석회화 변성이 되거나 크기가 너무 큰 경우, 크기가 빠른 속도로 증대되어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나 근종의 개수가 많을 때, 근종이 자궁 경부나 질 등 외음부로 돌출한 경우, 또 일정 기간 동안의 한방치료로도 출혈 등 임상 증상의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는 예후가 좋지 않으므로 크기에 관계없이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단, 폐경기에 이른 여성은 크기가 급격히 증대되기 보다는 서서히 위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수술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자궁근종의 원인을 자궁의 기능이 약하거나 냉(冷: 차다)하고, 자궁의 기혈(氣血)순환이 원활치 않아 어혈과 담음이 쌓여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궁의 기혈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흐르지 않는 물에 이끼가 끼듯이 조금씩 조금씩 어혈과 담이 뭉치기 마련이다. 또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간기울결(간장의 기운이 뭉침)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수술 안하고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걱정반, 두려움반 으로 물어오는 그녀. 그렇다고 다음 산부인과 검진 때까지 무턱대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막연하고 불안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우리 몸은 자연 치유력이라는 것을 갖고 있습니다.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려는 힘이 있는 거지요. 그리고 한방치료는 거대해진 자궁이나 종양을 직접적으로 도려낸다든지, 자극을 주는 그런 치료 방법은 아닙니다. 몸이 스스로 깨어나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일단 어혈과 담으로 막혀 있던 자궁의 기혈 순환을 터주어 스스로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원리이지요.”

수술을 두려워하는 그녀에게 내가 권한 것은 자궁회복을 위한 삼단계 치료법이었다. 보통 1차 치료에서 12주의 치료경과를 보이는데, 첫 번째 단계는 자궁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어혈과 담을 풀어주는 한약치료이고, 두 번째 단계는 침과 뜸 등의 치료로 전신의 기혈의 조화를 이루고 자궁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혈을 맑게 해주는 치료이며, 세 번째 단계는 자궁의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외용약과 복부 순환을 도와주는 아로마 마사지요법 등이 주치료 내용이었다.

그렇게 4주 동안 정성을 다하여 치료한 결과, 생리통이 진정되기 시작했고, 8주째부터는 덩어리져 나오던 생리가 완화되면서 생리통도 거의 없어졌다. 도합 12주의 치료가 끝난 뒤 산부인과의 검진 결과 그녀의 근종은 2.8Cm로 줄어들어있었고 생리불순이나 수족냉증, 하복냉증, 피로도, 현기증, 변비, 부종 등 그녀가 호소해오던 임상 증상도 많이 완화되어 있었다. 이는 자궁의 기혈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인천에서 강남으로 그 먼 거리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출퇴근하다시피하던 그녀는 12주의 1차 치료가 끝난 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림)’의 간절한 마음으로 치료 다음 단계의 예후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근종의 경우, 수술 이외의 치료로 근종의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줄어들었을 때, 일단 자궁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총 치료기간을 8개월 내지 1년으로 보고, 개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1차 치료를 끝내고 나서 3개월 동안 관찰하여 근종이 커지지 않거나 줄어들고, 변성의 위험이 없다고 확인되면 치료를 종결하게 된다. 반면 근종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 추세이면 다시 2차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원장님, 재발은 안 할까요?”
“재발이요? 모든 병은 일단 치료했다 하더라도, 재발 위험성은 반드시 뒤따르는 법입니다. 본래 건강했는데, 왜 갑자기 자궁근종이 생겼다고 보세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원인들이 또다시 생긴다면 언제라도 재발할 가능성은 있지요.”

항상 사랑이 가득하며, 밝고 규칙적으로 적절한 섭생을 하는 사람의 기와 혈은 맑고 충만하며 조화롭다. 반면 항상 침울하고 고민이 많으며 불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기혈은 당연히 부조화의 극치를 이룬다.

직장생활을 하는 그녀의 경우, 임신 문제와 시부모와의 편안치 못한 관계,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과로가 근종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치료 도중 진료실에서 자주 나누던 신변 이야기 중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고부갈등에 관하여 털어놓을 때, 해묵은 감정이 북받치는지 얼핏 눈물도 비치곤 했다. 하지만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남편과의 관계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항상 편안한 마음을 가지도록 하세요. 왜냐구요? 바로 H님의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고민하던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세월이 해결해주는 경우도 많지요. 이런 스트레스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몸에 독소로 작용하여 자궁근종까지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이제 아시게 되셨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내 몸에 이로운지 잘 생각해 보세요.” 그녀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하자.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라도 느긋하고 부드럽게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제가 해드린 건 자궁근종을 완전히 없어지게 해준 것이 아니라 몸과 자궁의 상태를 일단 정상으로 되돌려준 것뿐입니다. 그 다음 2차, 3차 치료는 본인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자궁에 습담(濕痰), 즉 고인 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혹은 어혈같은 이끼가 끼지 않도록, 몸 속에 흐르는 기와 혈이 막힘없이 흐르도록 해주는 건, 나의 몫이 아니라 바로 그녀 스스로의 몫인 것이다.

‘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지만, 흐르지 않는 물에는 이끼가 끼는 법’이다. 비유하자면 자궁에 생기는 종양은 마치 흐르지 않는 물에 이끼가 끼는 것처럼 자궁의 기혈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자궁 속에 쌓인 어혈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자궁의 기혈의 순환만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주고, 어혈을 풀어주면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거나 줄어들 수 있고, 크기가 2Cm이하로 작은 경우에는 완전히 없어지기도 한다. 그녀의 경우도 근종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므로 스스로의 몸을 한번 믿어보고 기다려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가하면 M씨 같은 경우는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내원한 케이스였는데, 검진 당시 자궁근종의 크기가 6.5Cm이고 점차 커지는 추세에 있어 자궁절제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그녀도 역시 수술 때까지 근종이 커지기만 기다릴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내원한 상태였고, 수술 전까지 자궁 및 전반적인 기혈순환을 도와주어 수술 후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어떤 병이든, 치료하느라 한번쯤 고생했던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질병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당신의 삶의 방식, 그것이 정신이든 육체든,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경고를 무시하면 악화와 재발은 당연지사다. 어떤 병이든, 사전 조짐 없이 찾아오는 경우란 없다. 통증이 있거나 피로감, 불면증, 소화불량, 두통, 생리통, 부정출혈 등 다양한 신호를 보내온다. 내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개의 경우, 환자들의 병을 보면 그들이 살아온 삶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연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환자의 병은 절반쯤 치료된 것이나 다름없을 때도 있다.
그러면 의사가 반드시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모든 병이든 척척 고쳐내는 놀라운 의술일까. 아니다. 바로 ‘사람에 대한 폭넓은 사랑과 이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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