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 하늘이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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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 하늘이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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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나의 취미에 대해서

취미라고는 전혀 없던 나에게 취미가 생겼다. 디지털 카메라를 산 것이다. 이건 찍기도 쉽고, 또 필름값이라든가 현상을 할 필요도 없으니 아무 곳에나 대고 찍어도 부담이 없다. 나 같은 사람이 취미로 삼기에 딱 좋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나는 외출한 일만 있으면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출퇴근을 하다가도 조금만 특이한 게 있으면 창가로 찍어대곤 한다.

친구들이 말한다.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찍을 것이 없는데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찍느냐.” 나는 대답한다. “내가 보기엔 사방에 있는 모든 것이 찍을 것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게 평행을 달리는 문답들이 제법 여러 번 이어지는 것을 보니 내가 사진을 열심히 찍기는 찍는가 보다.

그런데 조금의 문제가 생겼다. 한 일년 가량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다 보니, 아주 시골도 아닌 중소도시의 생활에서 더 이상 찍을 만한 것이 없어진 것이다. 아무리 내가 친구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찍어댄다고 해도 1년. 천장을 넘는 사진을 찍고 나니 이젠 정말 더 이상 찍을 것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정물사진을 찍거나 남들처럼 접사렌즈나 필트, 망원렌즈 등을 준비해서 야외로 사진을 찍기 위해 나갈만한 위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럴만한 성의가 없는 게으른 사람이기에 취미가 없는 것이고, 그래서 사진 찍기를 나에게 딱 맞는 취미로 삼아서 한동안 삶의 보람으로 삼았었던 것이다.

이리저리 궁리를 하였다. 역시 열심히 고민을 하면 답이 나오는 법인 모양이다. 나는 하늘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원래부터 나는 하늘을 쳐다보기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서 “다 큰 놈이 무슨 하늘을 그리 쳐다 보노.”라며 핀찬을 듣기도 했었다. 문득 그 생각이 들자 나는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 그 하늘을 찍는 것이다. 내가 가끔씩 길을 가다가도 멈추어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하는 바로 그 하늘. 그것을 찍자. 어차피 내가 사진작가가 될 것도 아닌 바에야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찍는 게 제일 좋은 것이다. 나 같이 게으르고 무미건조한 사람의 취미로는 하늘을 찍는 것 만한 것이 있을까. 편해서 좋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그 후로 나는 하늘에다 사진기를 연신 들여다 대고 찍었었다. 나는 출퇴근 시에 조그만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러다 문득 바라본 하늘이 조금만 마음에 와 닿으면 금새 주머니에서 사진기를 꺼내어 하늘을 찍어댄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내가 찍는 하늘 쪽을 바라보더니, 별 이상한 사람다보겠다는 표정을 지어며 걸어간다.

그러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인데. 게다가 이 불경기에 전혀 비용도 들지 않는 취미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하늘을 찍는다. 하늘은 아무리 찍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어제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도, 실상은 한번도 꼭 같은 하늘을 본적은 없었다.

어릴 적 내가 자라던 고향의 바다가 그랬던 것처럼 늘 같은 모습인 것 같으면서도, 가만히 바라보면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물결의 색깔도 날마다 달랐고, 파도가 이는 모습도, 파도의 크기도, 바다를 덥고 있는 하늘의 모습도 달랐다. 좀 더 자세히 바라다보면 그런 외양적인 모습을 떠나서 바다 자체의 기분이 뭔가 다른 것 같았다.

나는 빈 마음으로 바다를 찾아가는데, 바닷가를 거닐며 바다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바다의 마음이 느껴져 왔었다. 바다는 나의 마음을 받아서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 자체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날마다 다른 바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바다와 말없는 대화를 하였던 그때처럼 나는 지금은 하늘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사용하던 사무실에는 아주 크지는 않아도 빈약하지 않은 창이 나 있었다. 나는 책상에서 일을 하다가 한번씩 고개를 들면 창밖에서 비쳐오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젊은 시절처럼 한가로이 하늘과 오랜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이 오랜 친구를 만난 뒤의 포근한 느낌 같은 것이 느껴졌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사무실 컴퓨터에 옮겨놓는다. 그리고 바탕화면에 그 사진들 중 오늘의 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찾아서 올려놓는다. 작업을 하는 도중에, 혹은 오가면서 한번씩 그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면서 답답한 사무실에서 잊어버리고 지내던 하늘을 느끼곤 한다. 이제는 각양각색의 하늘의 사진을 찍은 사진들이 제법 많이 모였다. 그 사진들 중에서 오늘의 내 마음에 맞는 사진을 고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글쎄. 난 오늘은 어떤 사진을 고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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