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살이 된 지민이는 자기 고집이 꽤나 셉니다. 이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지민이는 혼자 커서 그런지 더욱 심한 것 같습니다. 엄마, 아빠가 받아 주지 않는 그 고집을 할머니는 오냐오냐 하며 다 받아주시니 할머니가 제일 좋다고 치켜세울만 합니다.
우리 부부가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하는 동안 지민이는 굳게 마음을 먹은 듯 할머니와 있겠노라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처음엔 섭섭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막상 우리끼리 올라갈 생각을 하니 왠지 홀가분합니다. 소풍가는 어린애 마냥 설레기도 합니다.
약간의 걱정과 섭섭함 그리고 설레임을 안고 기차에 올라탄 아내와 저는 연인처럼 기차여행을 즐겼습니다. 아직 이십대 중반이다 보니 한 아이의 부모로서보다 서로 사랑을 확인해가는 연인이 더 어울릴만도 합니다.
서울로 돌아와 짐을 풀고 청소를 하고, 저녁을 먹는 동안 집안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지민이가 없어서 짐도 빨리 풀고, 청소도 빨리 했지만 그렇게 해서 줄어든 시간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내와 저만 있는 방안이 휑하기만 합니다. 둘만 있어서 신혼의 단꿈을 꾸겠지했던 기대는 오히려 쓸쓸함으로 채워집니다.
사실 지민이가 할머니와 있겠다고 했을때 섭섭함이 가장 컸습니다. 혹 우리가 지민이에게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매사에 '하지 마라'라고만 해서 그런건 아닌지 이것저것 부모자리로서의 반성을 해봅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군대에서 좋아하던 고참이 제대했을때의 그 허전함이 또 한번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그만큼 지민이의 자리가 우리 부부의 일상 깊숙히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드디어 지민이의 울음섞인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빨리 데려가라고 울먹입니다. 아내와 저는 그럴 줄 알았다며 한번 웃습니다.
기차를 타고 3시간 반, 다시 마을 버스를 타고 30분, 그렇게 도착한 처가에는 개구쟁이 같은 지민이가 있습니다. 그놈을 데리고 장모님이 싸주신 강정과 귤 몇개를 들고 또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엔 또 다른 걱정이 듭니다. 처음에 할머니와 있겠다고 했을때는 우리가 뭔가 소홀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는 지민이가 너무 도시환경에 적응해서 그런 것 아닌가 걱정입니다.
할머니댁에서 토끼 풀도 주고, 오리도 보고, 염소도 보고 놀면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마다하고 오만가지 장난감과 비디오, 오락게임이 판치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못마땅한겁니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초보 부모의 걱정은 계속 될려나 봅니다. 자식농사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또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선배 부모님들께 자문을 구해야 할 듯 싶습니다.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이런저런 걱정들이 다 부모욕심이 아닌가 싶어 반성해봅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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