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도 삿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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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땅콩 품새는 찌라시 수준

▲ ⓒ뉴스타운
KAL의 조현아는 보통 여자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키가 크다. 그래서 소녀처럼 애교부리거나 찔끔거리며 점수 따기는 어색할 것이다. 그녀는 땅콩회항에 대하여 진정성 없는 연출로 사과하면서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자초하고 있다. 그런데 기내 서비스 매뉴얼 때문에 현장에서 남녀 승무원들을 무릎 꿇리며 혼내는 모습은 마치 학교 일선에서나 그려볼만한 장면이다. 그런 막가는 태도에서 그녀가 학창시절에 소위 '일진(一陣)' 출신일지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이끈다. 

지난 가을, 국감장에서 집중질타 당하던 대한적십자 총재 김성주의 '환한 얼굴'이 '어두운 얼굴'의 조현아와 실루엣처럼 대비된다. 그러고 보면 김성주도 키가 남달리 컸으나, 조현아의 가리개 장발과 달리 그녀는 시원한 단발머리였다. 그때 여자의 자존심까지 도려내려는 듯 벼르던 여야 의원들의 날선 칼끝에 대하여, 비록 말투는 낮게 깔았지만 김성주의 태도는 달리 시종 꼿꼿했다. 이런 무심한 자세가 묘하게 우리에게 안정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그것은 국회의원들을 대수롭지 않게 상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단단한 갑질(甲質)의 풍뎅이 폼을 잡고 있지만, 실상은 찌라시 수준의 과장된 스펙에 지나지 않는 것이야.'

어느 미디어에선가, '대한민국은 갑을공화국이다'라는 헤드라인을 본 적이 있다. 좌파들은 갑질의 원류를 친일파에 두고 있다. 국가적 난국에서도 남보다 한 발짝 앞서 시류에 편승하여 관피아, 법피아, 정피아, 재벌피아 등으로 출세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끼리' 중매구락부의 차단막을 둘러치고, 자기들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은 꼴 볼견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21세기 한국은 전 국민의 화합과 소통을 위하여 갑과 을을 가로 막는 장벽제거가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DMZ의 남북, 영호남의 동서, 이념의 좌우를 포함하여 권력의 갑을까지 합쳐, 이들 네 가지가 우리 앞에 펼쳐진 4차방정식의 갈등구조이다. 

이와 같은 한류 4차방정식의 해탈과정 풀이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선(禪) 수행만큼이나 까다로울 것이다. 그것은 캄캄한 밤하늘에 유독 반짝이는 시리우스를 따는 것처럼 아득할지 모른다. 카오스 어느 곳에 퍼덕거리는 한 나비의 날개 짓을 찾아가는 길일 수도 있다. 음악에 유리수의 조화를 종교처럼 믿었던 피타고라스가 무리수를 발견한 제자를 수장했다는 전승처럼 불가침의 신역(神域)에 도전하는 외람된 사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보면 한류 4차원 장벽의 실상은 무대에 설치된 한낱 세트일지 모른다. 화엄경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갈파했듯 인위적 가상접지(Virtual Ground)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여자가 판을 짜는 신모계사회로 진입했다. 노자의 말씀은 모계사회에 걸맞은 실마리를 풀어준다. 도덕경은 '道 可道 非 常道', 이렇게 시작한다. 도(道)의 뜻은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에 24개 이상의 폭넓은 스펙트럼이 담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道는 미지수 X로 대치할 수 있다. 그러면 可道는 X의 1차 적분이며 2차원으로 도약하고, 이어서 常道는 X의 2차 적분이며 3차원으로 변환된다. 非는 여기서 '아니한가?'라는 의문문으로 볼 수 있다. 이제 X를 어미 모(母)로 치환해보자. '어미는, 어미노릇 하지만, 마땅한 어미로서, 부족하지 아니한가?' 

조현아는 사실 퍼텐셜이 대단한 여자다. 하와이까지 원정 가서 한꺼번에 쌍둥이를 출산했다. 이 정도야 웬만하면 해낼 수 있는 여자가 우리나라에 상당수 있겠지만, 응급사태도 아닌데 수백 명 손님을 태운 항공기를 강제회항(Ramp Return)시킨 능력은, 살다보니, 유사 이래 금시초문이다. “한국은 되는 것도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다”, 라는 찌라시 같은 전단을 지구 전역에 뿌린 광고효과를 낸 인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평소 재난 매뉴얼에 절어든 일본인은 이런 파격적인 사건에 얼굴이 확 밝아지면서 “오모시로이(아, 재밌다)!”하며 감탄했을 것이다. 또 득탬이 되지 않는 일에 관심을 아예 꺼버리는 중국인은 마카다미아 땅콩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계산부터 할지 모른다. 

KAL의 돛대가 꺾이고, 삿대마저 부러질까 봐, 심히 우려스럽다. 조현아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이 모든 조건을 갖춘 어머니이다. 좀더 당당했으면 좋겠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친 조양호까지 들먹이지 않도록 하는 지혜로운 처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눈물보다 과음 탓에 잠시 심리상태가 정상에서 벗어났었다고 토로하는 편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런 진실한 처리과정을 통한다면,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하여 KAL이 심기일전의 바탕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업문화와 경영의 패러다임이 혁신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래는 동요 '반달'의 가사 일부이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멀리서 반짝 반짝 빛이 있는 건 /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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