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임명에 즈음하여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임명에 즈음하여
  •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11.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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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사회의 관행적 반발 극복이 우선과제

▲ ⓒ뉴스타운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신설된 정부 인사혁신처장에 삼성그룹 출신 이근면 처장이 임명되자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창업자 시절부터 항상 일등주의를 지향하는 비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치지향이 분명한 회사다.

이근면 처장이 임명되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삼성그룹의 인사스타일을 비판하는 여론도 있고,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관피아의 적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사회에도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인사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인사전문가를 기용하는 것도 지켜볼 일이라는 여론도 존재하고 있다.

이근면 처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에 비유하면서 "여러분들이 이 신입사원을 잘 지도해 미생하지 않고 훌륭한 사원으로 완생 좀 시켜서 내보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삼성 출신 민간인 신분에서 어느 날 갑자기 공무원 인사에 혁신의 메스를 대기 위해 공직자 신분으로 변신한 것을 미생에 빗대어 말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요즘 모 종편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이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웹툰을 통해 미생이라는 만화를 읽었을 것이다.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약간은 고지식하고 어리숙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독특한 아집을 지니고 은연중 숨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 장그래가 연상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미생'이란 바둑을 둘 때 집이 나지 않아 아직 살아있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는 대마 등을 말한다. 이근면은 자신의 처지를 완생 하지 못한 미생에 비유하면서 공직자로서의 첫발을 뗐다. 미생 상태의 대마가 두 집을 내어 살기위해서는 치열한 신경전과 온갖 변수를 극복해야만 한다.

이것이 이근면 처장이 해쳐 나가야할 과제이자 숙제일 것이다. 이근면 처장이 앞으로 공직사회를 어떻게 혁신하고, 어떻게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가름할 길이 없다. 또한 생존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대기업과 근무환경이나 풍토가 전혀 다른 능구렁이들이 득실거리는 공무원 사회를 어떤 시각에서 접근할 지도 미지수인 상태다. 

그동안 공무원 사회의 인사 책임자는 대체적으로 공무원 출신중에서 임명되어 오다보니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세월만 가면 정년이 보장되고 5년마다 정권이 바뀌고 정책도 바뀌다보니 체질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명력 하나 만큼은 끈질기게 진화되어 온 결과, 복지부동이 관행처럼 굳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 야당에서는 삼성그룹 출신이 107만 공무원 사회의 인사문제를 다루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처사라면서 비판하고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문제도 아니다. 인사때마다 시비를 건 새민련의 입장에서는 의표를 찌르는 이근면의 파격적인 인사에 샘통이 난 탓인지도 모른다.

공무원 전체 인원수는 100만 명이 넘지만 각 부처별, 직능별, 하부조직으로 세분화시키다 보면 결국 실, 국, 과, 계, 등의 단위조직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대그룹의 전체 직원수는 웬만한 기초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주민수를 훨씬 능가한다.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수는 25만 7천 명 정도 된다. 이중에서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9만 명에 약간 못 미친다. 이근면이 삼성전자의 인사 책임자로 있었다면 이근면의 인사 대상자는 전체 직원 수 9만 명 전체를 대상으로 인사개혁이나 인사시스템을 구축했을 것이다.

반면 삼성그룹 전체 직원 수와 비슷한 인구를 가진 지자체가 목포시다. 목포시의 인구는 삼성그룹 전체 직원 수보다 약간 작다. 하지만 목포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는 1,100 여명 정도 밖에 안 된다. 따라서 목포시장이 관리해야 하는 인사 대상자는 110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비유를 통해보면 공무원 인사혁신처장이 대기업 출신이라고 해서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은 넌센스에 불과한 소리인지도 모른다.

현대차그룹이나 엘지그룹, SK그룹의 전체 직원 수도 웬만한 기초단체의 전체 주민 수보다도 훨씬 많다. 이러한 대그룹에서 인사문제를 다룬 전문가라면 대기업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기능과 스펙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경쟁사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사시스템의 특징을 보면 매우 효율적인 조직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조직의 인사시스템이 능률적이고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며, 철저한 능력가치에 의해 승진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벌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에는 비록 학사 출신이 아니라고 해도 특출한 능력이 검증된 자에 대해서는 CEO반열에 등극한 입지전적인 인물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이 구축이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일부에서는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라고 해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하에 무조건 직원들을 자르는 칼질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진정한 구조조정이란 직원을 자르는 것보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편하기 위해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인적 자원등을 재배분하여 최대한 능뉼적으로 조직을 재편성하고, 부득이 퇴사를 해야 할 형편에 직면한 당사자들을 향해 창업교실 같은 것을 열어 제도적으로 퇴사 후의 생활에 지원해 주는 제도 등을 만드는 일도 인사전문가가 해야 할 직무인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 사회는 변화의 물결을 완강하게 거부해 왔다. 그동안 공무원 사회는 복지부동사회로 인식되어 왔으며 정년이 보장되고 철밥통이 지켜지는 신의 직장이라는 인식도 심어주었다. 공무원 연금개혁에서도 보듯 집단이기주의가 사회의 어느 조직보다 강하게 응집되어 있는 현장도 목격했다. 특히 승진시즌만 되었다하면 각종 일탈행위와 악성 루머들이 언론에 회자해 온 것도 사실이다. 다수의 국민은 이런 공무원 들을 보고 영혼이 없다고도 지적해 왔다. 물론 오랜 세월 형성되어온 이런 문화가 인사처장 한 사람이 새롭게 임명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인사전문가가 공무원 사회의 인사책임자로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왔던 공무원 인사시스템이 상당히 변화될 가능성만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승진과 상벌에 대한 제도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끔 도입하고 혁신적인 인사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지금보다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대기업에는 있고 공무원 사회에 없는 것이 바로 경쟁이라는 요소다. 경쟁은 관행에 굳어진 조직의 극심한 반발을 사게 될 폭탄 같은 요인이다. 이근면 처장이 진정으로 공무원 사회의 인사혁신을 이루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조직 내의 강력한 반발부터 억제하는 것이 가장 경계해야할 요소가 될 것이다. 민간 기업의 인사전문가가 공직사회의 인사 혁신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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