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그냥 '갑'이 아니라 '수퍼갑'인가?
국회의원은 그냥 '갑'이 아니라 '수퍼갑'인가?
  •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11.1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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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가 참으로 대단한 국회의원의 수퍼 갑질

▲ ⓒ뉴스타운
국민은 거의 매일, 대단한 국회의원이나 대단한 정치인들의 기가 찬 모습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한 지역의 경우를 보더라도 구의원 정도만 되어도 엄청난 위세를 부리는 것을 현장에서 목도하게 된다.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조그마한 행사를 하는 자리에도 그 지역의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들이 줄줄이 행차하여 서열에 따라 일일이 나서 인사말을 한다.

이중에서 누구 한사람이라도 빠지면 무슨 큰 난리가 일어난 듯, 뒷말이 무성하다. 이렇다 보니 불과 30분이면 끝날 행사가 한시간 이상이나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아먹는 공복들이 전주(錢主)인 주민을 앞에 세워 두고 의전(儀典)하나는 똑 소리가 날 정도로 정말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면 경탄이 절로 나온다.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정부로부터 한중 FTA 체결 결과를 처음으로 보고 받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동필 농림부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동필 농수산 장관만이 혼 줄이 날 정도로 심한 꾸중을 들었다. 이유는 바로 의전문제 때문이었다. 지난 11일, 제 19회 농업인의 날에 초대받은 국회 농해수산위 김우남 위원장에게 연설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혼난 이유였다. 정부 측에서는 정홍원 총리만 축사를 하고 장관마저도 축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권위의식이 대단한 소속 상임위 국회의원들은 정부 대표가 축사를 하면 국회 대표인 위원장에게도 축사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떼거리로 나서 장관을 질책한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의전을 핑계대어 권위를 앞세우는 데는 여,야 의원이 따로 없었다. 역시 초록은 동색이었다. 

만약, 상임위 소속의 국회의원이 질책을 했다면 위원장쯤 위치에 있는 사람은 말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는데도 급기야 김우남 농해수위 위원장이 직접 나서 "장관이 비겁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이날 위원장 나으리가 장관한테 호통 친 내용을 죽 나열하면 이렇다. "내가 국무총리 산하에 있는 사람입니까?", "내가 그런 수준의 사람이오?", "대통령이 참가하는 행사도 아니고, 총리가 국회까지 거느립니까?", "국회의원들 개망신 주려고 초청한 겁니까?", "대한민국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 다른 날도 아니고 농림부가 주관하는 농업인의 날 행사에 가서 총리 훈계나 듣고 앉아서 되겠습니까?", "그게 대한민국 농정의 현 주소요?", "그렇게 하니까 장관은 고소하십니까?" "이런 한심한 사람들"이라는 말까지 하고나서야 고함소리는 멈추었다고 한다. 이만하면 새민련의 김현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대단한 수퍼 갑의 파워였다. 

이처럼 장관도 쩔쩔맨 것을 보니 참으로 대단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대단한 끗발이 아닐 수가 없다. 장관한테도 이렇게 야당을 칠 정도면 국민은 발에 밟히는 잡초 정도라도 인정을 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여 섬뜩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토록 의전을 중시하고 권위를 과시하는 국회의원들도 선거철만 되었다하면 그저 살살 기는 척 하면서 '국민을 위해서' 라는 사탕발림을 뇌까리며 표를 달라고 할 것이다. 국민은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수 십년 째 속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또 속아 넘어 가게될지도 모른다. 

해당 상임위의 위원장이나 소속 국회의원들이 화가 난 이유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만 했다. 원래는 기념식에 축사가 없으니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문제는 양해를 해달라고 전화를 한 사람이 장관이나 차관이 아니고 농림부의 한 국장이 위원장의 보좌진에게 했다는 것이었고,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화가 난 이유였다고 한다. 소위 급도 맞지 않고 격도 맞지 않는 일개 국장이 전화를 했던 것이 괘심죄에 걸렸던 것이다.

이동필 농림부장관의 해명은 그날 행사의 주관은 농림부가 아니라 농협중앙회와 농업인 단체였고, 다만 국회의원들 참석 문제 때문에 농림부장관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냈으며, 축사와 의전을 놓고 총리실과 상의했지만 농림부의 입장이 반영이 안 됐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총리 일정이 바빠 축사를 여러 명 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니 결국 총리 일정 때문에 국회 상임위원장의 축사가 빠진 셈이 되었던 것이다.

흔히 특정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내빈들이 축사를 하는 것도 의전의 한 영역이다. 전국의 농민이 한자리에 모인 곳에서 국회 해당상임위원장인 자신을 뺀데 대해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농업중앙회와 농업인 단체가 주최한 행사였다면 의전은 매우 미숙했을 것으로 짐작이 되기도 한다. 설령 의전상 미스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좀 더 폭넓은 마음으로 뼈있는 농담 정도 한마디 따끔하게 던지고 가는 여유라도 보여주었으면 어디에 혹이라도 나는지, 온통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는 소식을 접한 국민은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없다. 

국회의원 같은 지체 높은 나리들이 유별나게 의전을 챙기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권위를 한껏 높여서 보여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부류들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긴야 끗발 좋은 위원장 쯤 되면 장관에게도 예사로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데 철딱서니 없는 김현 같은 초선 국회의원들이야 만만하고 힘없는 대리기사에게 고함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닐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시민단체 출신 새정치연합의 어떤 정신 나간 비례대표 초선은 신혼부부에게 무상으로 임대주택을 주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까지 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자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80여명이나 된다고 하니 19대 국회는 그야말로 기이한 장면을 참으로 많이 보여준 가장 저질국회라는 오명이 반드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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