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석변개의 바람(風)인가, 개혁과 변화의 바람(望)인가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며칠 전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서 '말 바꾸기'에 대한 지적을 받자 "부처도 설법할 때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한다"면서 노무현 후보가 하고 있는 말이다. '원칙과 소신'을 모토로 삼고 있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 정도다.

그러나 그건 원칙도 아니고 소신도 아니다. '한번 아닌 건 아닌 거고, 긴 건 긴 거다.' 자신의 신념(소신)이 바뀌지 않는 한 한번 아닌 것은 영원히 아닌 것이어야 한다. 이런 게 말 그대로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진정한 신뢰회복과 건전한 사회는 바로 이런 원칙 위에서만 비로소 그 바른 싹을 키워갈 수 있다.

지금 이 나라에는 '이상한 원칙'이 춤을 추고 있다.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라는 처세술이 '원칙과 소신'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사회 곳곳에 횡행하고 있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이다. 과정상의 문제? 그런 건 다음과 같은 한마디면 '답변 끝'이다.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라면, 이 나라에는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노무현 후보의 '부처 설법'과 같은 논리는 비단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결과적으로 승리만 얻을 수 있다면 과정은 어떤 방식이어도 좋다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시민단체의 논리가 늘 그런 정치 논리인 셈이고 새로운 시민사회의 주역임을 자처하는 네티즌들의 주장 또한 늘 그런 정치 논리에 함몰되어 있는 셈이다.


"부처도 설법할 때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건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바른 모습이 아니다. 건전한 사회 의식을 좀먹는 또하나의 사회 병리현상일 뿐이다. 미군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반미'감정은 시민사회단체가 저런 정치논리를 적용하여 승리한 좋은 사례이다.

여중생 사망사건의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은 어떻게 보면 시민사회단체가 미군과 미국 사회 일반의 감정을 최대한 자극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결과이다. 즉 '불순한' 시민단체가 주동이 되어 지속적으로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미군측의 배심원 제도가 갖는 맹점을 이용한 결과가 미군 피의자의 '무죄평결'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에 대한 선관위의 결정만 해도 그렇다. 불법이면 불법이고 합법이면 합법이지, 어떻게 한번은 합법이고 두번은 불법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명백히도 정치논리에 함몰된 잘못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것은 '바람'처럼 또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다. 분명 '선거법 위반'이라는 과정상의 하자를 안고 있는 사안이지만 결과 앞에서 그 과정상의 하자는 이내 잊혀져 버린다.

승리 있는 곳에 과정이란 없다는 이런 논리가 가져오는 폐해는 그러나 크다. 이번 'TV토론' 문제만 해도 선관위의 잘못된 결정은 결국 타 후보들에게도 줄줄이 'TV토론'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TV토론'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불법'이라는 걸 자인하면서도 결과론에 함몰되어 이를 잘못인 줄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이는 비단 선관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자칭 '원칙'과 '변화'를 모토로 삼고 있다는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과 지상주의'가 낳은 의식의 '기형아들'

노무현의 전위대를 자임하는 노사모라는 곳 또한 결과론에 충실하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선관위의 불법적 소지에 강력 대응하겠다며 으름짱을 놓더니 '노무현 후보 결정'이라는 유리한 결과 앞에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작태를 일삼고 있는 자들이 오히려 더욱 '원칙과 소신'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른바 논객을 자처하는 이들 또한 이같은 작태 행진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노-정 단일화'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장사꾼 정몽준은 절대 단일화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고 온갖 너스레를 다 떨던 자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자 이내 태도를 돌변하여 '정몽준 멋쟁이'를 외치고 있다. 이 역시 우리 사회의 '결과 지상주의'가 낳은 의식의 '기형아들'이다.

정치란 게 원래 그렇고 그런 거고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의 이런 정치논리가 팽배한 곳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은 바람의 정치다. 세간에 온갖 '바람(風)'이 의 논리가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는 총풍 세풍 노풍 병풍 정풍이 유행하더니 그게 모두 허풍 혹은 미풍으로 드러나자 이번에는 다시 제2의 노풍에 단풍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풍쟁이들의 전성시대'다.

그러나 이같은 풍쟁이들이 설치고 득세하는 세상은 결코 바람직한 세상이 아니다. '바람의 정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風)의 정치여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변화를 바라는 바람(望)의 정치여야 한다.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은 변화의 바람이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조석으로 변개하는 헛된 바람(風)이 아니다.


"조석변개의 바람(風)인가, 개혁과 변화의 바람(望)인가"

한때 '신바람 문화'라는 게 광풍처럼 이 나라를 휩쓴 적이 있다. 신바람만 나면 못할 게 없는 것이 이 나라 국민성이라는 것이다. 딴은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신바람 문화는 본질적으로 이성이 아닌 감정의 논리에 의거한다. 그리고 감정의 논리는 '우리'라는 공유된 감정의 틀 속에서는 유효할 수 있지만 그러나 '우리'를 넘어선 타자와 관계에서는 필연적인 한계를 갖는다.

그 한계에서 만나는 첫번째 문제는 '반감'의 논리이다. 감정의 논리는 '우리' 속에서의 맹목적인 추종을 강제하고 그 우리를 넘어서는 순간 이내 적대적으로 표변하고 만다. 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한 미군 비토의 논리가 그러하고 '풍'에 속하지 않는다고 맹목적인 헐뜯기를 일삼는 논리 또한 그러하다. 대선후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발상 또한 본질적으로는 '원칙과 소신'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바람의 논리였을 뿐이다.

그러나 '원래 그렇고 그런 거'라는 바람의 논리는 이제 새로운 풍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이번에는 '단풍'이란다.

시류에 따라 불고 사라지는 '풍'들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바람'에 기대어 '부처도 설법할 때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한다'면서 '정치는 원래 그렇고 그런 거'라는 괴상한 논리를 펴고 있는 당사자가 '원칙과 소신'을 말하고 '변화와 바람'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는 게 문제고, 그럼에도 그것을 바로 지적하여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2002년 대한민국 사회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비극'은 거기에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궁민 2002-11-26 16:17:07
그가 원칙과 소신에 어긋나지 않았을때는 이민주는 어디있었는가? 소신을 지킨사람들을 내치고 야합에 야당분열을 몰고온자들을 택한건 누구였나? 이민주는 왜 지금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다른 후보들에게는 눈길한번 안주나? 2002년 대한민국의 비극을 만드는데 필자 스스로가 일조하는 것 아닌가?

부탁 2002-11-26 16:32:00
이민주씨께 부탁!!!!!!
글 좀 짧게 써줘요~~~~~ 플리이즈~~~

우연히 2002-11-26 17:08:41
할말이 없을 만큼 옳은 말만 했군요.

이 나라의 비극이고 우리 사회의 비극...이지요.....


우연히 2002-11-26 17:10:01
한마디만 더...

아래 짧게 써달라고 부탁하신 분..

이런 이야기를 이보다 어떻게 더 짧게 쓸 수 있을까요? --;

멍충이덜 2002-11-26 17:32:46
행간도 못읽는 양반이 무슨 칼럼을 쓴다고.. -ㅅ-
그런식으로 말꼬리 잡으면 위의 칼럼에서도 아주 무시무시한 논리적 오류가 보이는구만..

그리고..
"미군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반미"감정은 시민사회단체가 저런 정치논리를 적용하여 승리한 좋은 사례이다. "
...이런걸 말이라고 하나?

사람이 둘이나 죽었는데 잘못한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이 기가막힌 현실에서 시민들이 분노할뿐이여.. 정치논리는 니미.. 지랄 염병이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