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한국을 떠나게 된 것은 흔히 있어서 더 잘 살려고 이 땅을 떠난 건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일한만큼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고 하루라도 빨리 자리를 잡아 다시 조국에 돌아와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고 싶은 염원이 그의 단 하나의 소원이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별히 선택받은 일부 계층이 아니고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는 조국을 떠난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는 압박감과 힘겨움을 이겨내며 정말 밤을 낮삼아 열심히 일했다.
그러면서 간간이 한국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는 너무 조국이 그리워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고 한다. 반드시 잘 되어 내 나라를 버린 것이 아니고 내 나라를 더 잘 살게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반드시 되겠노라고.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에게 지지않고 열심히 살아내어 반드시 조국에 돌아가겠노라고.
한국에 있었다면 그래도 어떻게 요령을 피우며 살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는 정말 떳떳이 일해서 돈을벌고 싶었고 그 돈으로 조국에 다시 돌아오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가 이제 18년이 지난 지금, 그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아이들도 훌륭히 성장해 조국을 떠나 가슴아픈 시간들을 잘 이겨낸 그 나름의 보람과 긍지도 가지고 있었다.
이제 한국도 살기가 괜찮고 이제 내 나라에 돌아와 안주하고 싶은 나이도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돌아오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그가 쌓아온 시간들을 보람 있게 채워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해 임시 귀국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찬물을 끼얹는 사건과도 같은 일이 생기고 말았다. 일은 거기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귀국해서 며칠 후 그는 그가 떠나기 전 함께 살았던 이웃들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가 18년 전 팔고 떠났던 얼마 안 되던 아파트는 무려 수십 배가 올라 있었고 그가 알고 있던 사람 중의 몇몇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몇 채인가를 사서 굴리다 보니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돈을 써도 써도 남아도는 기현상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너무도 허탈했던 것은 그가 어렵게 내린 결정 끝에 가족과 눈물로 이별하며 등졌던, 그래서 언젠가는 반드시 훨씬 잘되어 다시 돌아와 조국에서 더 열심히 살아보리라던 그 희망이 너무도 보잘것없이 구겨진 휴지와도 같은 가치로 전락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내가 18년간 입지 않고 쓰지 않고 모았던 재산의 몇 배가 되는 돈들을 그들은 내 나라, 내 땅에서 편하게 놀며 그것도 써도 써도 넘쳐나는 돈의 무게를 즐기며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나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사실을 알고는 며칠을 앓았다고 했다. 이대로 다시 떠날 것인가. 이런 내 나라에 돌아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 나라의 풍토에 맞게 살아갈 것인가. 그가 며칠 만에 내린 결정은 이랬다.
적어도 내 나라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은 내 조국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채워주지 못하는 삶의 충실감을 주리라는 기대와 확신에서였는데 이제 그 기대와 확신이 무너진 마당에 상황은 달라질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다시 돌아가 다시는 이 땅에 돌아오지 말자고. 아무리 자본주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집 몇 채의 재산이, 없는 이들의 한숨과 눈물쯤은 쳐다보지 않아도 평생을 내식으로 호화롭게 지낼 수 있는 보증수표와도 같다면 나는 기꺼이 그런 사회에선 머무르지 않으리라.
나 하나 없다고 해서 이 나라의 행태가 달라지지도 않으려니와 다시는 그리워 밤잠 못 이루는 그런 값싼 애국심은 버릴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돌아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구상하고 가까운 가족들에게 그의 생각을 전하고 그 다음날 출국했다.
내 나라가 적어도 서민이 웃으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될 때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우리 현실이 이렇듯 조국을 찾아온 내 나라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는 그런 사실이 또 가슴을 아프게 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런 병폐 속에서 그냥 흘러가야만 하는 것인가.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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