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라는 생선은 미끄럽고 힘이 센지라 노련한 기술 없이는 도저히 포를 뜰 수 없는 생선인데 추석날 아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진해에서 내게 장어 포뜬 것을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나의딸 "은"이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오전 11시에 출발했으니 늦어도 내게 오후 4시 정도에 도착해야 되지만, 보낸 사람은 분명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는데 은이는 받았다는 전화 한 통 없다.
친구들과 놀겠거니 하면서 장어 포뜬 것이 궁금했다. 내가 중매인을 할 때 장어는 만지기가 힘들고(중매인은 생선 잘 만지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래서 늘 소매인에게 좀 만져두라고 하면 포를 떠서 해풍이 말려 놓으면 반찬이 없을 때나 아니면 얌얌할 때 석쇠에 구워먹으면 그야말로 일미다.
굳이 다른 양념할 필요 것도 소금만 약간 넣어도 다른 반찬 필요없이 아주 훌륭한 반찬이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이라, 딸이 오는것보다 장어 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는데 밤 9시쯤 딸 "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가 밀려서 내일 첫차를 타고 오겠다는 것이다. 아이스박스에 넣은 장어가 상할텐데 그 장어를 물어보려 하는데 은이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할 수 없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은이랑 나와 진해에 가면 늘 '석굴암' 초밥집에 들르는데 그집은 내 단골 거래처였으며 진해에서도 최고급 초밥집이었다. 나와는 형님 동생하면서 장사 거래 이전에 인간적인 정을 쌓고 살았던 사람이다. 밥 한 끼 정도는 얻어먹는다고 표현해야 될지 아니면 대접을 받는다고 해야 될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둘 중에 하나인 사이다.
이 집은 진해에서도 전통 있는 음식점이라서 해군통제부 등을 비롯한 중요한 손님들은 이 집이 늘 단골이었다. 아마 지금도 그러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은이랑 진해에 가면 으레 이 집에 가서 밥을 먹곤 했는데, 오늘은 은이 혼자서 진해에 갔던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위로 장어가 내게 오는지는 모르나 도착하지 않으리라는 걱정은 하질 않았다. 보낸 사람이 확실하게 보냈기 때문이다.
마침 긴 하룻밤을 보내고 태풍이 온다고 해서 군청에 가던 길에 읍사무소에 들렀다. 여자공무원까지 아침 일찍 출근해서 각지역 주민들에게 당부, 확인 전화하기에 바빴고 남자공무원들은 입간판 결속하러 다니고 해서 수고가 많은 걸 보고 집으로 오던 중 전화가 왔다.
딸이 드디어 장어를 가지고 왔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집으로 먼저 가 있으라 하고, 오는 길에 몇몇 곳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집에 들어서자 마자 장어 가지고 왔느냐? 물었더니 우물 쭈물 하는 것이다.
자기 생각에는 장어를 보낸 사람이 보냈다고 전화 안 했겠지 하고 남에게 선심을 쓰고 온 것이다. 나는 불같이 화를 냈다. "아니 그 장어를 포를 뜰려면 얼마나 힘드는데 그것도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보낸 걸 어떻게 했느냐"고 다그쳤더니 무겁고 귀찮고 친구와 놀기는 해야 하고 해서 친구에게 줘버렸다는 것이다. 이건 완전히 배신이다 "은이 너 내 딸 맞기는 맞는 거냐?" 아주 괘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영 괘씸한 마음이 안풀리는데 어제 영해 가서 시금치하우스에 물이 찬 거며 몇몇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장어 못 받은 것이 영 억울했다. 그래서 지인과 커피를 마시면서 장어 배달사고에 대해 그런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 했더니 잊어 버리란다.
집에 와서 은이의 장어 배달 사고와 박지원 전 장관의 150억 배달 사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억울할까 하고 물어 보았다. 150억원도 분명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고 나 또한 분명 장어 포뜬 것 보냈다고 전화는 받았는데 내게 도착은 안 되었고.
결국 나는 배달 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보낸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장어 포 뜨자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가, 마찬가지로 말이 150억원이지 그 큰 돈을 마련하자면 얼마나 애를 썼겠는가?
그런데 모두 받는 사람이 없는 배달 사고란다. 참 어이가 없다. 어떻게 보면 배달사고란 말만큼 무책임한 말도 없다. 배달 사고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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