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하면 5억이상 인구이동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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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호구증주민등록증과 호적을 통합한 신분증이다^^^ | ||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서 태풍이 일어난다는 '나비효과'이론이 있다. 지금 중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 호구제도가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끈다. 양회 취재경쟁에 나선 2천여명의 외국 기자들에게 최대의 핫-이슈는 바로 호구제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1순위 국가인 중국의 호구제 문제는 우리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중국에 공장을 지은 기업이라면 이 문제는 경영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마땅히 사라져야 할 것처럼 보이는 노예신분제도인 호구제. 그러나 중국의 호구제는 과거 인구이동을 억제하여 사회안정을 도모하려던 취지와 달리 노동력의 통제수단이자 일종의 신분제로 고착된 상태다. 따라서 이 제도를 개혁할 경우 미치는 파급효과는 가히 혼란 그 자체라고까지 지적되고 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이렇게 가정해 보자. 현재 중국에는 도농 간 출신지에 따른 취업장벽을 넘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취업한 이른바 '농민공(農民工)'이 약 1억5천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현재 농촌에는 아직 9억명의 농민들이 더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억명 정도가 도시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만약 호구제가 완전히 철폐되어 이주가 자유로와진다면 단기간에 일어날 엄청난 인구이동 자체가 큰 문제일 것이다. 지금 1억5천만명의 농민공들은 의료 자녀교육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업과 주택구입에서까지 차별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시에 머물고 있다.
현재 중국의 도시지역 상주 인구 5억5000만명 중 실제 도시 호구를 가진 사람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2억5000만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대로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는 농촌 출신이다. 이들은 정규 직업을 가지기에 불리한 출신성분이므로 인기 직종에 접근하지 못하고 거리에서 잡부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품팔이 생활을 하거나 실업상태에서 도시빈민으로 전락,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겪어 온 노동력 부족문제.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이 문제의 이면에는 호구제라는 특별한 통제장치가 있었다. 호구제 폐지는 곧 도시 노동력의 범람을 의미하고 임금하락과 대규모 실업률을 야기한다. 불보듯 뻔한 이러한 사회문제를 예상하면서 인권이라는 명분에 밀리면서 중국 정부는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사실 중국의 호구제는 점진적인 폐지단계를 밟아 왔다. 이미 허베이(河北)성과 랴오닝(遼寧)성, 산둥(山東)성, 광시(廣西), 충칭(重慶)이 부분적으로 폐지하고 있으며 베이징(北京)시와 상하이(上海)시는 조건족으로 농촌 호구를 도시 호구로 전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광역 성시를 벗어날 경우 호구제에 저촉되며 성시 안에서라도 완전히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충칭과 청두의 경우 실험특구를 지정해 성시를 초월한 호구이동의 자유를 부여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역시 전면적인 자유는 아니다. 충칭과 청두에서 이러한 실험이 행해진 것은 아주 의미있는 현상이다. 이 호구제도 철폐가 바로 도농 간 경제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지름길이며, 충칭 청두(스촨지역 성도)가 바로 도농 간은 물론 동서 간 경제격차까지 안고 있는 소외지역이기 때문이다.
호구제의 완전 철폐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게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난제이다. 이번 양회에서도 뚜렷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일정 부분의 소득이 나올 것이라는 데는 분석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때마침 양회를 앞둔 지난 3월초에 중국의 13개 신문사가 약속이라도 한듯이 일제히 호구제의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합동사설을 실은 바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주민 이동의 제약은 명백한 위헌이므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합동사설은 랴오선완바오(遼瀋晩報)를 비롯 충칭스바오(重慶時報) 화상바오(華商報) 등 13개 신문에 동시 게재되었다가 당국 선전부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열람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번 양회가 호구제 문제에 대해 다소 희망적인 메시지로 다가오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로 이미 개혁단계에 점진적으로 들어선 인민의 기본인권에 관한 이슈라는 점에서 양회 역시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당위성 측면이다. 정책의 자연적 진보단계에 비추어 볼 때 양회는 부분적인 수정이라는 결정을 할 개연성이 가장 크다.
둘째로 점점 심각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중국의 도농 간 소득격차 문제를 고려해 역시 점진적 개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최근 지니계수의 상승 등으로 농촌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주요 정책목표로 삼고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중국정부가 농민공들의 족쇄인 호구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선전, 광저우 등 남방권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문제와 대도시권의 치솟는 임금문제 역시 호구제 도입의 명분을 축적해 왔다. 일할 사람이 많아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 중국의 기형적 노동력 구조를 해소하는 첩경이 바로 농민공이라는 불합리한 딱지를 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추론해 보자면 이번 양회를 거쳐 지속적인 이슈로 논의될 중국의 호구제도는 단계적인 수정을 거쳐 3년 내지 5년 안에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풀리리라는 게 가장 현실적인 분석이다. 그 대안으로는 충칭과 청두에서 실험된 바 있듯이 도농 통합형 광역 성시의 구축이 될 공산이 가장 크다.
호구제가 서서히 풀리면서 아직 경색단계에 있는 중국의 노동시장이 유연성을 회복하고 임금 역시 하향 안정세를 회복할 경우 중국은 다시 매력있는 투자대상 국가로 자리잡을 것이며 노사문제로 홍역을 앓아 온 수많은 외자기업들에게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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