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남북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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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남북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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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 북한을 쳐들어간 적이 있다

어설픈 바람둥이 철수는 영희의 마음 속으로 부리나케 파고든다. 과정은 중요치 않다. 그냥 웃다보면 어느 순간 영화는 그렇게 상황이 바뀌어져가고 있다. 그러니까, 남한이 북한을 쳐들어간 것이다. 나는 남쪽에 산다. 그녀는 북쪽에 산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쉽게 쳐들어갈 수가 없다. 철수와 영희는 한 울타리 안에 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나는 그녀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면 핑계가 될지도 모르지만, 아뭏든 그렇다. 그러나, 철수와 영희는 거리상의 이유보다도 더 갑갑한 울타리가 있다. '공공의 적'이라는.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한을 침범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공공의 적'은 남북이라는 공공의 이유가 있지만, 관객에게 있어 '공공의 적'은 분단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배우 조인성과 김사랑이라는 아직, 멜로연기를 하기엔 한없이 어설픈 배우들이 관객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보인다. 몰입해야 하는 순간마다 자꾸 극의 흐름을 끊어놓는다.

그러나, 그 어설픈 흐름을 금방 전환시켜 놓는 힘이야말로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아닌가. 아닌가??? 아님, 말지 뭐. (이거 감독한테 배운 거다.) 남한이 북한의 마음 속에 쳐들어가서 영희의 마음을 뒤집어놓았기에, 북한은 이제 더이상 남한을 침범하지 못한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이다.

행복해지고 싶다

영희와 철수의 헤어짐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기다린 시간도 그 정도 되었을까? 영희와 철수의 남북화해는 의외로 간단하고 감동없이(?) 이루어진다. 남북이 하나가 되었으니, 모두가 환호하고 좋아하는 것은 당연할 것일진대, 아… 여전히 '공공의 적'은 아쉬움을 남기고 별다른 감동을 주지 않는다.

끝까지 웃기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아직 저런 감동을 누구에게도 주지 못해서일까. 늘,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난 이미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고 자문해보기도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도, 또 사랑에 실패하였어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거 아닌가. 그러고 보면, 철수란 인간. 무지 행복한 놈이다. 결국은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했고, 거기에다 남북통일의 초석까지 다졌으니!

결혼이 하고 싶냐구?

아니, 먼저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남북녀라고 하지 않았던가. 뭐, 그렇다고 해서 별반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 아닌가. 북쪽으로 마음대로 여행가도 되고, 중국갈 때 비행기 타지 않아도 되니까 경비도 덜 들 거고.

무엇보다 영화에서 보여주듯, 신라와 백제인이 전투 중에 만나서 고구려까지 도피해서 결혼하는 일 따윈 없을 거 아닌가. 정면돌파의 정신.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 진정한 판타지다.

5년이 아니라, 평생을 걸려도 결혼 못할 수도 있는데 무작정 기다리는 일편단심이라니. 나도 어쩌면, 그렇게 평생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아, 이 무슨 쓸데없는 걱정이냐.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것. 비록, 칭찬할 만한 구석은 별로 없어도 이 영화 요모조모 뜯어보면 참, 유쾌한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도 저런 식으로 구애하면… 혹시, 맞아 죽지 않으려나??? 지금이 어느 때인데, 50년대식 프로포즈를 하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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