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당시 필자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그래도 방학동안의 아르바이트로 다음 학기 등록금을 준비할 수 있었다. 물론 일당 5만원 노가다로 50일 정도 일했을 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도둑질을 하지 않는 이상 두달간의 기간 동안 현재의 등록금 수준을 맞추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는 알아서 하겠다고 큰소리 쳤건만 그게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닌것 같다. 오히려 요즘은 담배를 피시며 마당에 쪼그려 앉아 계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생각나 한숨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젊다는 이유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내 체력과 지식과 주어진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는 사회적 현실과 함께 더 높은 벽을 쌓아 버리는 것만 같다.
서울로 이사올 때 트럭을 운전하시던 분은 우리 아버지 연배쯤 되는 아저씨였다. 개인용달을 하시며 생계를 유지하셨는데, 자신은 강원도 고향에 들어가 농사나 짓고 살고 싶지만 자식놈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던 것이 생각난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다닌다는 그분의 아들은 강원도 산골에서 수재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Y대 신방과에 들어갔다. 등록금이 비싸기로 유명했지만 '잘난 아들놈' 때문에 아버지는 자식과 함께 서울로 나와 뒷바라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삿짐 나르는 거였고 밤마다 끙끙 앓으며 잠들었지만, 아침이면 또 돈을 벌기 위해 이삿짐을 날라야했다.
필자도 지난 방학 때 이삿짐 아르바이트를 해봐서 결코 그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일을 연세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매일 하신다는 것은 일종의 악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악을 쓰고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대학을 나온다고 고급 인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학문을 자유롭게 배워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마음껏 배우며, 깊이있게 연구하는 것이 바로 대학생활의 매력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투자가 필요하다. 본인이든 부모님이든 학교당국이든.
필자는 이런 투자금액이 조금은 낮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은 융자나, 대출 등의 금융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다지만, 그마저도 어려워 매력적인 젊음의 관문을 지나쳐야 하는 경우가 있다.
부의 세습이 학문적 세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교육을 받지 못해 또한 상대적으로 부유해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비싼 등록금이 값비싼 교육을 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매년 경쟁적으로 인상하는 대학 등록금은 그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시장 돗대기 장사처럼 인상분을 학생들의 반발로 인하해주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꼭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선수치는 것처럼 말이다.
대학 교육의 발전이 돈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물론 교육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만 문턱을 낮춰 돈 때문에 대학생활이 힘든자들에게 눈을 돌려보자는 것이다. 진정한 경쟁은 기회의 평등에서 생긴다는 믿음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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