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애 논평]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불편한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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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 논평]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불편한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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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논란, 문화계의 잣대는 공정한가
뉴스타운 이미애 보도국 국장
뉴스타운 이미애 보도국 국장

[뉴스타운 이미애 보도국장]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아 있다. 반세기가 흘렀지만 당시 총탄의 출처와 경호 과정,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의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는 당시 정부의 공식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건의 이면을 추적한다. 이에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영화가 사건의 배후를 북한이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며 역사 왜곡과 사자명예훼손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화적 상상력으로 볼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역사적 사실처럼 재구성한 것으로 판단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불붙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먼저 세워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역사적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역사적 진실로 단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당시 특별수사본부의 공식 결론은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국가의 공식 기록으로 유지되고 있다. 공식 결론을 뒤집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자료와 검증 가능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영화적 개연성이나 정치적 의심만으로 역사적 사실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건 직후부터 제기된 여러 의문을 모두 음모론이라는 말로 덮어버리는 태도 역시 온당하지 않다. 총탄의 출처와 경호 실패 과정 등을 둘러싸고 다른 가능성을 주장해 온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의문이 남아 있다면 기록과 증언,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다시 검증하면 된다. 질문을 봉쇄한다고 역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핵심은 영화가 사실과 의혹을 어떻게 구분해 관객에게 전달했느냐에 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창작자의 해석과 상상력이 개입할 수 있고,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실존 인물과 실제 희생자가 존재하는 현대사의 비극을 소재로 삼았다면 그 자유에는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영화는 기록보다 강렬하다. 관객은 수백 쪽의 수사기록보다 두 시간 동안 펼쳐지는 장면과 대사를 더 쉽게 기억한다. 특히 사건을 처음 접하는 세대는 영화 속 서사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창작과 사실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제작자는 무엇이 확인된 사실이고 무엇이 가설이며 무엇이 창작인지 설명할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비판받지 않을 자유가 아니다. 창작자가 자유롭게 해석할 권리가 있다면 관객과 언론, 학계에도 그 해석을 검증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비켜갈 수도 없고, 정치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의 상영과 표현을 억압해서도 안 된다.

이번 논란은 영화 한 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영화와 드라마가 현대사를 다룰 때 특정 정치적 관점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되풀이돼 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문화계 전체를 어느 진영이 장악했다고 단정하는 주장 역시 경계해야 한다. 작품의 내용과 제작 과정, 투자 구조, 자료의 선택, 반대 사실의 배제 여부를 하나씩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특정 정치인이나 역사적 사건을 일방적인 서사로 재단하고, 그와 배치되는 공식 기록과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밀어냈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문화 콘텐츠도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사실에 대한 책임과 균형의 기준 앞에 서야 한다.

사자명예훼손 여부 역시 정치적 구호만으로 결론 내릴 사안이 아니다. 실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작품의 구체적인 장면과 표현이 허위사실을 적시했는지, 특정 인물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등 법률상 요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정치권이 처벌부터 요구하기에 앞서 어떤 표현이 어떤 역사적 사실과 충돌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육영수 여사의 죽음은 어느 한 진영만의 역사가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또한 찬양과 부정의 이분법에 가둘 수 없다. 공과 과를 함께 기록하고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다시 검증하는 것이 역사를 대하는 성숙한 자세다.

공식 수사 결과는 공식 기록으로 존중하고, 이후 제기된 의혹은 검증 대상으로 남겨둬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진실로 둔갑시켜서는 안 되지만, 불편한 질문이라는 이유로 모든 문제 제기를 음모론으로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영화 ‘암살자들’이 던진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역사 해석에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면서, 불편한 해석에는 역사 왜곡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는 않은가.

역사는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수의 역사도, 진보의 역사도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사실은 사실대로, 의혹은 의혹대로, 창작은 창작대로 구분하는 것. 그것이 현대사를 바라보는 최소한의 원칙이며,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는 문화 콘텐츠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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